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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의 경쟁상대는 렉스턴 스포츠 칸이 아니다
기사입력 :[ 2019-09-02 10:02 ]
쉐보레 콜로라도, 오랜만에 제대로 놓인 한 수 그리고 질문 하나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쉐보레가 오랜만에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픽업트럭인 콜로라도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쉐보레는 연달아 실망스러운 행보를 보여 왔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이 이쿼녹스의 실패였습니다. 이쿼녹스는 지난해 부산 모터쇼에서 선포했던 글로벌 모델 SUV와 픽업 라인업의 국내 진출이라는 한국지엠과 쉐보레의 야심찬 부활 계획의 첨병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현대기아차와는 국내 생산 라인업이나 물량에서 승부가 되지 않는 쉐보레나 르노삼성은 글로벌 모델로 라인업을 짜고 국내에서 생산하는 모델 한두 개로 강력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저는 항상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쿼녹스는 완벽하게 실패했습니다. 크루즈의 실패에서 하나도 배우지 못한 듯 가격 책정의 오류를 다시 반복했습니다. QM6와 함께 준중형 SUV 세그먼트에서 작은 축에 속하고 엔진도 작았는데도 가격은 싼타페나 쏘렌토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이미 우리가 본 그대로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큽니다. 그런 기대감에서 부산 모터쇼 쉐보레 전야제에서는 라이브 방송에서 해설까지 했던 저도 크게 실망했습니다. 쉐보레 브랜드에 대한 기대를 거의 접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콜로라도까지는 지켜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미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논리적인 이유가 몇 가지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콜로라도는 쉐보레가 소개할 라인업 가운데 가장 캐릭터가 강한 픽업 모델입니다. 즉, 물량은 다른 모델보다 작을 수 있지만 훨씬 또렷한 이미지를 심기에 적당한 모델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국내 시장의 규모도 크지 않고 유사한 차량도 렉스턴 스포츠 칸 단 한 모델뿐입니다. 따라서 콜로라도가 트럭의 원조 브랜드의 강인한 이미지를 잘 살려서 시장에 진입한다면 렉스턴 스포츠 칸의 연 2만대 수준의 시장에 어렵지 않게 안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량 자체에 대한 시승 소감이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첫째, 오프로드 주파 능력이었습니다. 꽤 거칠게 꾸며진 시승 코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편안하게 해치웁니다. 둘째는 우수한 조립 품질입니다. 눈으로만 봤을 때는 저렴해 보이는 내장재가 오프로드에서는 잡소리 하나 없는 탄탄한 조립 품질로 보상합니다. 실제로 눈으로는 조금 엉성해 보였던 내장재 틈새가 실제 주행시에는 불필요한 마찰음을 없애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이건 노하우의 영역입니다.



판 스프링 방식이 생각보다 승차감이 괜찮다는 것은 렉스턴 스포츠 칸에서도 증명된 사실입니다. 하지만 굴곡이 심하거나 요철이 많은 곳을 통과할 때는 잡소리가 많은 것이 단점입니다. 그런데 콜로라도는 이런 잡소리를 실내에서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잡소리가 아주 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차 바깥에서는 간혹 작은 소리가 들리는데 정도가 아주 약하고 그 소리조차도 실내에는 전달되지 않았던 겁니다. 바디 온 프레임 구조도 마찬가지입니다. 견고하기는 하지만 비틀림이 심한 곳에서는 프레임과 차체 사이에서 잡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콜로라도는 이런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콜로라도는 픽업을 화물트럭처럼 느끼게 만드는 소리나 진동을 원천적으로 해결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6기통 가솔린 엔진이 결합되니까 콜로라도는 오프로드에서도 아주 안락하고 믿음직한 차가 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걱정했던 뒷좌석 공간도 생각보다는 충분해서 4~5인 승차에 큰 무리가 없었습니다. 뒷좌석 레그룸은 최소한 준중형 SUV 수준은 충분히 됩니다. 등받이 각도 약간 서 있기는 하지만 큰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닙니다.



그 이외의 픽업으로서의 활용도는 따로 거론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어지간해서는 흠집이 나지 않을 정도로 두텁게 코팅이 된 적재함 바닥과 매우 견고한 화물 고정용 앵커, 적재함 게이트를 열고도 밟고 올라서서 화물에 접근할 수 있는 범퍼 모서리의 발판 등 그 동안 픽업을 많이 만들어 보면서 얻은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길이 5.4미터짜리 6기통 가솔린 픽업을 업무용이나 매일 출퇴근용으로 사용할 고객은 거의 없을 겁니다. 즉, 콜로라도는 카마로 SS와 같은 특별한 모델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의 쉐보레 고객들 가운데 가장 구매력이 높은 계층이 찾을 모델이라는 뜻입니다. 승용차와 1톤 트럭을 한 대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선택할 수도 있는 렉스턴 스포츠 칸의 일부 합리적 고객들을 콜로라도에서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즉, 콜로라도는 구매력이 높으면서도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상위 계층을 상대하는 모델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면에서는 렉스턴 스포츠 칸보다 약 1천 만 원가량 비싼 가격이 제품의 완성도나 성격에서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가격이 잘 비싸냐 아니냐 수준의 이야기를 넘어서는 이야기입니다. 가격이 괜찮다는 기사들은 이런 관점에서 작성된 것들이라고 추측해 봅니다.



저는 콜로라도의 성패는 애프터서비스에서 결정된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고객들의 성향입니다. 앞서 말했듯 소득 수준이 높으면서 액티브한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부류의 고객들은 극단적으로 두 부류로 나뉩니다. 만사에 여유가 많은 넉넉한 성격의 소유자와 자신의 판단에 충실한 소신파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판매된 콜로라도는 여러 대의 소유 차량 가운데 놀러 갈 때 가끔 사용하는 사용 빈도가 낮은 모델일 수도 있고, 반대로 정통 픽업을 구매했으니 그 맛을 만끽하고 싶다는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모델을 수도 있습니다.

전자의 고객들이라면 애프터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더 기다려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조용히 차를 바꿀 겁니다. 후자의 고객들이라면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과 그 표현도 적극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이런 모델들이 동호회 등 고객들 사이의 입소문에 의해 판매가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서비스 만족도가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저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시승회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콜로라도는 수입차다’라는 이야기가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애프터서비스 준비 상황에 대한 질문에 ‘쉐보레는 400여개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이것은 수입차 최대 규모다’라는 답을 했고, 부품 가격에 대한 질문에도 ‘수입차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책정되었으므로 만족하실 것이다’라는 대답을 들은 것입니다.

콜로라도는 수입 모델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 지엠은 엄연히 국내에 생산 기반을 갖고 사회적으로도 돈독한 관계를 맺은 국내 기업입니다. 제가 수입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제안을 했던 이유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델에 집중을 하면서 라인업을 갖추는 현실적인 방안으로 수입 모델을 활용하라는 뜻이었지 브랜드 자체의 포지셔닝을 수입차로 바꾸라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이 수입차협회 가입의 목적이었다면 정말 실망스러울 것입니다. 존재의 기반을 부정한다면 한국 지엠은 현재와 같은 지위나 대접을 정부나 국민으로부터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제품을 만나서 기뻤던 콜로라도였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이 많아진 하루였습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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