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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만을 위한 도시’ 서울, 전동 킥보드 설 자리는 어디인가
기사입력 :[ 2019-09-13 11:23 ]
대한민국 전동 킥보드의 미래, 과연 장밋빛인가

[김진석의 라스트 마일] 강남 일대는 모빌리티 서비스들에게 있어 핵심적인 지역입니다. 강남은 유동 인구가 많고, 다양한 회사들이 밀집해 있어 압도적인 이동 수요가 존재하는 지역으로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역이자 가장 먼저 진출을 검토하는 모빌리티의 테스트베드입니다. 최근에 가장 핫한 모빌리티 서비스 중 하나인 전동 킥보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강남 일대에서는 다양한 업체들의 공유 전동 킥보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는 라스트 마일을 해결에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일찍부터 각광받아 왔습니다. 해외에서는 라임, 버드 등이 주목받고 있고,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차는 최근 빌트인 타입 전동 스쿠터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씽씽, 킥고잉, 고고씽, 일레클 등 다양한 전동 킥보드 공유 업체들이 등장했고, 싱가포르의 빔이 국내에 진출하는 등 점점 경쟁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전동 스쿠터 공유 기업들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공유 전동 스쿠터의 성공을 마냥 장밋빛으로 전망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넘어야 할 장애물들은 사회·문화적 인프라와 연결되어 있어 극복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들입니다.



◆ 전동 킥보드로 어디를 달릴 것인가?

전동 킥보드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위해서는 제품도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하고 보험, 안전 장비 규정 등 다양한 제반 사항이 준비되어야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동 킥보드로 누가 어디를 달릴 수 있는지를 정책적으로 규정하는 것입니다.

현재 ‘도로교통법’ 상 전동킥보드는 ‘배기량 50cc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로 구분됩니다. 다시 말해 전동 킥보드는 현행법상 차도로만 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로 차도를 달리는 것은 자동차 운전자에게도 전동 킥보드 운전자에게도 너무나 무서운 일로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거기다 전동 킥보드의 지위가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속도제한 등 구체적인 안전규제가 없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코리아 스타트업 포럼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빠른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이찬열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전동 킥보드, 세그웨이 등을 개인형 이동 수단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전동 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과 전동 킥보드를 자전거에 준해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습니다. 전동 킥보드가 자전거 도로를 다닐 수 있더라도 서울에는 다닐 수 있는 자전거 도로 역시 제한적입니다.

자전거 도로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 자전거보행자겸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 우선도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는 자전거 전용도로는 굉장히 드물고 자전거 도로 대부분이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입니다. 자전거도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에서 보행자와의 사고가 지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전동 킥보드 역시 마찬가지의 문제가 우려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가 제한적이라,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에서만 전동 킥보드 이용이 가능하다면 라스트 마일 이슈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 서울, 자동차를 위한 도시

이렇게 자전거 혹은 개인형 이동 수단을 위한 도로가 부족한 이유는 근본적으로 서울이 자동차를 통한 이동을 염두에 두고 조성된 자동차 도로 중심의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자동차를 타고 접근할 수 없는 장소는 매우 드뭅니다. 좁은 골목길이라 하더라도 자동차를 통해 접근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는 서울, 특히 강남이 집중적으로 개발되던 시기에는 모터라이제이션을 고려해서 도시 구조와 도로를 설계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한 당시 경제 발전 상황상 급격하게 개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자전거 도로는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도시가 형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서울 거리의 주인공은 보행자나 자전거라기보다는 자동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람이 인도가 부족해 차도로 다녀야 하는 골목길에서 특히 잘 드러납니다.



이에 반해 유럽의 도시들은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보행자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도심 중심지에는 차를 통해 접근할 수 없는 지역도 상당수입니다. 또한 유럽의 도로는 대로(Gran via 등)라고 이름이 붙었어도 왕복 6차선을 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도시가 보행, 자전거에 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주변에서 왕복 8차선의 도로를 쉽게 볼 수 있으나, 도보/자전거 도로는 상대적으로 넓지 않습니다. 도시의 본격적인 형성 과정에서 어떠한 사회·문화적 배경이 있었는지에 따라 도로 인프라 면에서 차이가 생긴 것입니다.



◆ 인프라의 문제, 어떻게 극복할까?

전동 킥보드처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이동 수단은 국내 도로 인프라의 수용력만큼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전동 킥보드로 차도를 달리는 것은 전동 킥보드 운전자들이 원하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자전거 전용 도로가 충분히 있는 것도 아니므로 전동 킥보드 운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도로는 결국 보행자 전용 도로, 즉 인도입니다. 하지만 인도에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사람들 사이로 지금보다 더 많은 전동 킥보드가 다니게 되면 사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서울의 인도가 수용할 수 있는 전동 킥보드의 이동량은 생각보다 제한적입니다.

전동 킥보드 공유 사업이 활발한 해외 도시의 인구 숫자와 서울의 인구 숫자를 비교해 전동 킥보드의 미래에 대해 장밋빛으로 전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생각에는 인구 숫자가 아닌 도로 인프라의 전동 킥보드 수용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서울에는 라스트 마일 이동 수단의 경쟁자로 따릉이도 존재하며, 농담처럼 궁극의 라스트 마일 수단이라고 불리는 마을버스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쟁자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만만치 않습니다.

모빌리티 분야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는 입장에서 전동 킥보드의 미래는 굉장히 궁금합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전동 킥보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인프라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여러분은 서울에서 전동 킥보드의 미래가 어떨 것 같으신가요?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진석

김진석 칼럼니스트 : 국내 자동차 제조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승차 공유 스타트업에서 사업 기획을 담당했다. 자동차 컨텐츠 채널 <카레시피>를 운영하며 칼럼을 기고하는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모빌리티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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