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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충전이면 만사 OK, 전기차 전용 주차 공간 사라진다
기사입력 :[ 2019-09-19 10:43 ]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기술은 용량을 늘리는 게 전부가 아니다.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자동차 구동계의 전동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포르쉐나 메르세데스-벤츠 같은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까지도 타이칸이나 EQC 같은 완전 전기차를 상용화하면서 분위기를 급격히 전환했다. 실제로 이들이 강조하는 것도 자신들이 전동화 기술에 후발 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충분한 기술력이 갖춰진 지금이 전기 구동계를 소비자에게 서비스하는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전기차는 주행 거리와 충전 관련 기술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하지만 일상에서 최신 전기차를 경험해보면 강 건너에서 보는 것과는 내용이 다르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얼마 전 테슬라 모델 X 100D를 타고 교외로 캠핑을 떠났다. 왕복 380km 수준의 여정이었지만, 출발할 때 배터리 용량 92%로 시작했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물론 여정을 마무리한 후 1박 2일 만에 배터리가 완전히 바닥났다. 하지만 이건 전기차의 구조적 문제가 아니었다. 같은 거리를 가솔린 3.0L 터보 자동차로 움직일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프리미엄 전기차만의 특권도 아니다. 쉐보레 볼트 EV나 현대 코나 일렉트릭처럼 대중 브랜드의 전기차도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한번 충전으로 400km 안팎을 달릴 수 있는 전기차에게는 더 이상 주행 거리(일반적인 수준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배터리를 모두 방전시킨 이후에 과정. 즉, 충전을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라는 문제를 해결할 때다.



비슷한 관점에서 최근의 전기차 기술 동향은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새로운 화학물질을 개발하기보다 충전 시스템을 새롭게 개발하는 데 초점을 둔다. 충전 시간을 줄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동시에 배터리 내구성도 강화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등장한 포르쉐 타이칸도 이런 전략을 쓴다. 기존 전기차에 쓰이는 400V 고속충전 대신 완전히 새로운 800V 전압 시스템(직류 방식)을 사용한다. 이런 고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단 5분 충전으로 최대 100km를 주행할 수준의 에너지를 공급받는다(유럽 기준). 최적의 충전 조건에서는 배터리 용량 5%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단 23분이면 된다(93.4kWh,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한발 더 나아가 충전 플러그를 꽂으면 자동으로 차를 인식하고 결제까지 이뤄지는 플러그&차지 방식까지 구상하고 있으니 소비자가 충전 방식을 따로 공부할 필요도 없어졌다.



앞으로 전기차는 매일 아침 5분 충전으로도 도심에서 하루를 충분히 탈 에너지를 갖게 된다. 이런 충전 시스템은 기술적인 관점 이상의 의미도 담고 있다. 생각해보라. 스마트폰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도 30분 이상이 걸린다. 다시 말해 충전이라는 개념과 사용자의 생활 방식에 완전히 변화가 생기게 된다. 더 이상 전기차 전용 주차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전기차 충전소가 공영주차장 한구석이 아니라 대로변, 주유소 바로 옆에 생기게 된다. 물론 이런 최신 배터리와 고속 전기 충전 시스템은 아직은 고급 기술이기에 우리가 지불할 대가도 그만큼 크다. 하지만 그것을 대중화시키기 위해 여러 기업이 기술을 꾸준히 개발 중이다. 지배터리스 에너지(GBatteries Energy)도 여기에 속한다.



지배터리스 에너지는 2014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의 처음 목표는 배터리 충전 시스템의 과정에 변화를 줘서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려는 계획이었다. 일반적인 리튬이온 충전 방식은 회로 제어 장치를 통해 전자를 배터리로 흘려보낸다. 그리고 배터리 전압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전류를 줄인다. 하지만 이렇게 전자가 양극과 음극 전해액과 분리막을 통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부 리튬이온이 기능을 상실한다. 결과적으로 배터리 용량과 수명이 지속적으로 줄어든다. 이것은 고전압, 혹은 급속으로 충전할 때 더 크게 부각되는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터리스 에너지는 적응형 펄스 충전(Adaptive pulse charging)이라는 새로운 충전 방식을 개발했다. 전류의 파동과 역전 등의 기술로 충전된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손상을 줄이는 것이다. ‘적응형’이라는 말처럼, 이런 펄스 충전 기술은 전류에 대한 저항(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폭과 주기, 방전 주기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서 컨트롤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핵심이다.



지배터리스 에너지의 이런 기술은 초기엔 스마트폰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배터리 내구성을 높일 뿐 아니라 동시에 충전 속도로 안정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컴퓨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할 결과 쉐보레 볼트 EV 같은 일반적인 전기차에서도 약 5분 충전으로 19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충전 효율을 갖게 됐다. 이론적으론 배터리 내구성을 유지하며 10분 만에 배터리 완전 충전(주행 거리 383km)이 가능하다.

물론 아직 상용화된 기술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확신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용량과 그에 따른 주행거리 문제는 이미 충분히 해결됐다는 점이다. 스마트 시티라는 미래 도시 기술과 함께 앞으로 등장할 전기차는 사용하지 않을 때 배터리에 전기를 담아두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연동 충전기를 통해 전기를 사고(충전), 팔면서(방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교환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더 이상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자연스럽게 충전 속도와 배터리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이 훨씬 주목받게 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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