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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받던 포르쉐 카이엔의 신데렐라 스토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사입력 :[ 2019-10-16 10:34 ]
‘욕받이’ 카이엔, 어떻게 포르쉐의 기둥이 되었나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포르쉐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9년 3분기까지 포르쉐가 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모두 20만2,318대로,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 늘어난 결과다. 이처럼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선전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가을부터 새로운 연비 측정 기준(WLTP)에 맞추느라 많은 자동차가 판매되지 않거나 출고가 지연되는 사태를 겪었다. 그 바람에 월간 판매량은 말 그대로 곤두박질했다. 그리고 그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이 돈 잘 버는 스포츠카 브랜드는 올해도 놀라운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포르쉐 주요 시장 판매량 1~3분기 비교>

▪ 글로벌
2018년 1~3분기 : 196,652대
2019년 1~3분기 : 202,318대 (3% 플러스 성장)

▪ 유럽
2018년 1~3분기 : 66,551대
2019년 1~3분기 : 60,794대 (9% 마이너스 성장)

▪ 중국
2018년 1~3분기 : 56,254대
2019년 1~3분기 : 64,237대 (14% 플러스 성장)

▪ 미국
2018년 1~3분기 : 42,626대
2019년 1~3분기 : 45,062대 (6% 플러스 성장)

▪ 아시아 태평양, 아프리카 및 중동
2018년 1~3분기 : 77,594대
2019년 1~3분기 : 86,235대 (11% 플러스 성장)



◆ 카이엔과 마칸이라는 든든한 버팀목

이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SUV 카이엔과 마칸 덕이다. 카이엔은 올 3분기까지 세계 시장에서 6만2,022대가 판매됐고, 마칸은 7만3,967대가 팔려나갔다. 각각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와 9% 더 팔렸다. 특히 단일 시장으로는 가장 큰 중국과 미국에서 포르쉐의 SUV들이 좋은 성적을 낸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

<미국 카이엔 판매량 비교>

2018년 1~3분기 : 5,275대
2019년 1~3분기 : 10,031대 (90% 플러스 성장)



◆ 비데킹의 등장, 그리고 카이엔이라는 날개

이처럼 카이엔이 소비자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특히 포르쉐가 SUV를 내놓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3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1980년대 후반 포르쉐는 경영 위기에 빠진다. 가장 큰 미국 시장과 독일 등에서 판매량이 크게 줄었는데 4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주식 가치가 추락하는 것은 당연했다.

어떻게든 공장을 돌리기 위해 메르세데스 500E라는 모델 1만 대를 위탁받아 생산해야 했고, 포르쉐 가문 일원인 피에히의 도움(?)으로 아우디 RS2 아반트 모델을 역시 포르쉐 공장에서 생산하며 버텨 나갔다. 당시 장사깨나 했던 자동차 기업들은 휘청이던 포르쉐 앞에 돈다발을 내밀며 회사를 넘기라고 유혹했다.

하지만 포르쉐 가문은 버텼다. 그리고 잦은 경영진 교체 속에 최후의 카드처럼 벤델린 비데킹이 등판했다. 40대 초반에 최고 경영자 자리에 오른 그는 회사의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는 등, 악역을 자처하며 포르쉐 살리기에 전력을 다했다. 그리고 1996년 있는 없는 돈 탈탈 털어 박스터를 내놓는다. 고맙게도 박스터는 죽어가던 포르쉐의 숨통을 틔워줬다.

박스터 판매로 힘을 내기 시작한 포르쉐였지만 그것만으로 회사를 완전히 일으켜 세우는 일은 어려웠다. 이러던 차에 다시 한번 구원의 손길이 다가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기 시작한 도심형 SUV 인기에 자극받은 폭스바겐이 포르쉐에 자신들의 플래그십 SUV 투아렉 개발을 위탁한 것이다.

이것이 계기가 돼 결국 투아렉, 아우디 Q7, 그리고 포르쉐의 카이엔이 한 플랫폼을 통해 만들어지게 됐다. 하지만 비데킹 회장의 이런 결정은 팬들과 언론의 혹독한 비판에 직면했다. 전통을 중요시하는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가 SUV를 내놓는다는 것 자체에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카이엔의 등장은 이런 엄청난 비판 분위 속에서 이뤄졌다. 등장과 함께 많은 언론에서 디자인을 공격했다. 사실 카이엔은 매력적인 디자인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 바람에 못생긴 차 순위에 이름을 올리기 일쑤였고, 여기에 독일 전문지는 기름 먹는 하마라며 이 차의 연비 효율성 문제까지 들고나왔다. 뭐 하나 긍정적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카이엔은 결국 포르쉐를 살려냈다. 아니, 살린 것뿐만 아니라 비데킹으로 하여금 폭스바겐을 인수하겠다는 야망을 갖게 할 정도로 돈을 긁어모았다. 2002년 등장한 카이엔은 2003년부터 실력을 발휘했다. 유럽에서 2002년 포르쉐 판매량은 2만 5천 대 수준이었다. 그러나 카이엔 실적이 반영된 2003년에는 3만 3천 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2009년 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지 카이엔은 포르쉐의 유럽 실적을 견인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봐도 카이엔 등장 이전과 이후 포르쉐 판매량은 분명하게 차이를 보였다. 2002년 약 5만 5천 대가 생산되었다면 2003년에는 7만 3천 대 이상이 생산됐다. 마칸의 경우 욕받이 카이엔과 달리 등장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리고 판매량이 이를 증명했다. 카이엔이 그랬던 것처럼 마칸은 포르쉐 판매량이 벽을 뚫고 한 단계 올라설 수 있게 해줬다.



◆ 카이엔의 성공은 계속된다

일부에서는 카이엔을 캐시카우로 부른다. 많은 돈을 벌어다 주지만 스포츠카 브랜드의 정체성과 맞지 않은 SUV라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돈만 벌고 성장 가능성이 낮은 것을 의미’하는 캐시카우라는 표현은 더는 어울리지 않는다. 계속 변화하고 영역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엔은 2017년 3세대로 거듭났다. 2019년에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카이엔 쿠페가 상하이오토쇼에서 공개됐으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추가됐다. 앞으로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 SUV로 카이엔과 마칸은 그 영역을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물론 굳건하게 카이엔 터보는 자기 자리를 지킬 것이다.

스포츠카 회사가 어떻게 SUV를 만들 수 있느냐는 얘기는 이제 무의미하다. 포르쉐의 경쟁자 너나 할 것 없이 SUV를 내놓거나 내놓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자기 색깔,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통을 지키려다 그 고집 때문에 사라진 브랜드가 된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살아서 전통을 이어가는 게, 그 기회를 만들어 간다는 게 훨씬 가치 있다는 것을 카이엔이 잘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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