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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파격적 ‘세타2’ 평생 보증, 이참에 확대하면 어떨까
기사입력 :[ 2019-10-23 09:03 ]
자동차 중요 부품 보증기간 없앤다면

“소비자의 잘못이 없는데, 보증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소비자가 책임져야 한다면 억울하다. 구제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보증 기간을 없애는 것이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세상에 완벽한 물건은 없다. 언제 예상하지 못한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돈 들여 산 구매자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책임을 떠안으면 억울하다. 다행히 이런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팔려나간 물건은 일정 기간 만든 곳에서 책임을 진다.

새로 지은 아파트는 하자보수 기간을 둬서 무상으로 수리해주고, 휴대폰도 일정 기간 내에는 공짜로 바꿔주거나 고쳐준다. 자동차도 예외는 아니어서 보증 기간을 두고 문제가 발생하면 고쳐준다. 몇 만 개에 이르는 부품을 조립해서 만드는 자동차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달리는 특성이 있어 어디 하나 잘못되면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팔린 이후에 관리를 더 잘해야 한다.

보증 기간 내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차 업체가 책임지고 고쳐준다. 부품의 중요도에 따라 보증기간은 다르다. 엔진 같은 중요한 부분은 기능이 단순한 부분보다 보증 기간이 길다. 보증 기간은 일정하게 정해진 게 아니라서 업체마다 다르다. 심지어 한 회사 안에서도 차종에 따라 보증 기간이 다르기도 하다. 이벤트를 해서 보증 기간을 특별히 늘려주는 경우도 있다.



보증 기간은 자동차 시장 및 소유 환경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보증을 잘 활용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 차를 타고 다닐 수 있다. 소유자 잘못이 아닌 이상, 자동차 업체가 잘못 만들어서 발생한 문제는 업체가 책임을 진다. 보증 기간이 끝나서 차에 문제가 발생하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유지 관리비가 많이 드는 수입차는 보증 기간만 타고 차를 바꾸는 경우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증 기간이 남은 차는 중고차 가격도 높다. 자동차 업체는 보증 기간을 마케팅 도구로 삼기도 한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10년/10만 마일(16만km) 무상 보증 서비스를 시행해 판매를 극적으로 늘린 사례는 유명하다. 보통 국내에서는 일반/차체는 3년/6만km, 동력계통은 5년/10만km 정도이니 10년/16만km는 파격적인 혜택이다. 차이가 워낙 커서 당시 국내 시장과 차별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보증은 늘릴 수도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보증 연장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돈을 받고 추가로 보증 기간을 연장해준다. 들어간 돈 만큼 혜택을 보면 보증 연장이 현명한 선택이 되지만, 아무런 일 없이 지나가면 돈만 날리는 꼴이 된다. 일종의 보험료인 셈이다. 이상하게도 보증이 끝나면 멀쩡하던 차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우연치고는 기간이 딱 맞아떨어진다. 자동차 업체가 부품의 내구성을 보증 기간에 맞춘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보증은 공짜가 아니다. 차 가격에 반영돼있기 때문에, 보증이나 보증에서 파생된 서비스나 프로그램은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보증에 기간을 두는 이유는 자동차 업체가 무한정 책임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기계는 사용하다 보면 낡을 수밖에 없고 처음 만들었을 때 상태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힘들다. 어느 정도 노화가 이뤄지면 자동차 업체의 책임 범위를 넘어선다. 그런데, 자동차는 달리는 기계여서 동력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력이나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기간 제한을 두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엔진은 자동차의 심장으로 불린다. 엔진이 없으면 자동차는 존재 의미를 잃는다. 자동차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지만, 엔진은 그중에서도 핵심이다. 보증기간도 엔진을 비롯한 동력 계통은 다른 부분보다 길게 책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5년/10만km로 보증한다.

엔진처럼 중요한 부분은 보증기간을 없애면 어떨까? 얼마 전 현대기아차는 세타2 엔진을 평생 보증하기로 했다. 국내 기준 8개 차종 52만 대가 해당한다. 미국 시장은 해당 차종 규모가 더 커서 6개 차종 417만 대에 이른다. 문제가 계속되기 때문에 일시적인 조치로는 해결할 수가 없어서 내린 조치다.



평생 보증은 추가 비용이 들겠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업체는 부담이 되겠지만, 끝까지 책임져야 하니 설계와 제작 단계부터 제대로 만들 수밖에 없다. 자동차 폐차 연한을 고려하면 평생 보증 혜택을 보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을지 모른다. 결함이 없게 만든다면 보증 혜택을 보는 차는 더 줄어드니, 업체 부담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범죄를 저지른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소시효에 따라 처벌을 면제한다. 국가마다 다르지만 중범죄는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기도 한다. 공소시효와 보증기간이 같은 취지는 아니지만, 중요 부분에 대해서 보증 기간을 없애는 점에서 비교해서 생각해 볼만하다.



정상적으로 사용했는데 보증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결함을 소유자가 책임져야 한다면 억울하다. 엔진 같은 주요 부분은 보증 기간이 지나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리콜이나 기타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애초에 보증 기간을 없애 끝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소비자를 구제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얼마 전까지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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