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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DBX는 애스턴 마틴을 먹여 살릴 것이다
기사입력 :[ 2019-11-28 09:55 ]
애스턴 마틴 첫 SUV DBX 성공을 점치는 두 가지 이유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애스턴 마틴이 자신들의 첫 번째 SUV인 DBX를 공개했다.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가 내놓은 신차답게 자국 반응은 뜨거웠다. 전문지 오토익스프레스 DBX 관련 기사는 며칠이 지나도 ‘가장 많은 읽은 기사’ 자리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 영국만이 아니었다. 애스턴 마틴이 운영하는 SNS에도 다양한 나라에서 보내는 응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보였다. 애스턴 마틴은 예전부터 다임러 엔진을 이용해왔다. DBX에도 4.0리터 V8 트윈 터보 AMG 엔진이 들어갔다. 550마력에 최고속도는 291km/h, 최대토크는 71.4kg.m으로 2.2톤의 차의 심장으로 충분하다. 여기까지는 나쁠 게 없다. 그런데 문제는 실내였다.

유럽 판매가 193,500유로, 현재 환율(1유로=1,290원) 기준으로 2억 4,900만 원이 조금 넘는(국내 가격 역시 이와 비슷한 2억 4,800만 원) 영국 럭셔리 SUV의 실내에 메르세데스-벤츠의 향기가 가득하다면 김이 빠질 만도 하다. 메르세데스의 전자 시스템이 적용되었고 센터콘솔 쪽에 있는 콘트롤러는 영락없이 벤츠의 것임을 확인시켜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DBX는 두 가지 이유로 애스턴 마틴이 바라는 브랜드 영역 확장이 가능한 볼륨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볼수록 매력적인 스타일

DBX가 애스턴 마틴의 볼륨 모델이 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디자인에 있다. 특히 익스테리어의 경우 기존 애스턴 마틴의 세련된 스타일이 느껴진다. 쉽게 질릴 거 같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동의하는 부분이다. 해외와 국내 일부 네티즌이 전면 그릴을 보며 포드나 현대를 언급하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그릴 디자인은 이미 DB2부터, 그러니까 1950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적인 상징이기 때문이다.

엠블럼 역시 제네시스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애스턴 마틴이 훨씬 오래전부터 사용해오고 있다. 이런 디자인 유사성 논란을 알고 있는 듯 오토익스프레스와 인터뷰를 한 애스턴 마틴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마렉 라이히만은 “(DBX가) 우리 모델들 외에 다른 것으로 착각되지 않기를 원했습니다”라고 했다.



특히 전면 그릴은 지상고 높은 SUV와 만나면서 오히려 과거 DB4나 본드카로 잘 알려진 DB5의 느낌에 더 가까워진 듯하다. 곳곳을 볼륨감 있게 면처리했고, 애스턴 마틴 특유의 측면 디자인은 세련미를 더해준다. 전면과 측면에 비해 좀 더 용기를 낸 쿠페 타입 후면 디자인은 탄소 섬유로 둘린 머플러 주변부를 강조하며 강한 힘을 느끼게 한다.

벤틀리 벤테이가보다 저렴하면서 세련된 익스테리어를 원하는, 또는 람보르기니 우루스 파격미가 다소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하지만 익스테리어에 비해 인테리어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진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곳곳에 메르세데스-벤츠 것들이 심겨 있어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도 마이너스 요소다. 그래서였을까? 벤츠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고급 가죽과 카본 파이버 등으로 휘감듯 실내를 처리했다. 또한 고급 소재와 잘 다듬어진 디테일 덕에 화려함이나 개성은 떨어져도 고급스러움만큼은 부족하지 않은 차가 됐다..



◆ 럭셔리 SUV는 실패를 모른다

애스턴 마틴은 GT 카 제작에 능숙하다. 하지만 그간 제한된 라인업으로 확장성은 한계를 보였다. 1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늘 경영의 어려움에 허덕이는 등,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탓이 크다. 포드가 인수하며 더 큰물에서 놀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일부 품질 논란까지 겪었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졌다. SUV 열풍이 분 것이다. 죽어가던 브랜드들이 하나둘 SUV로 소생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포르쉐다. 카이엔이 없었다면 지금의 포르쉐도 없었을 것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 역시 SUV로 돈을 쓸어 모았다. 볼보는 왜건이 아닌 SUV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럭셔리,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 어느 하나 예외는 없었다. 절대 SUV는 내놓지 않겠다던 페라리까지 달려들기로 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세라티, 람보르기니 등,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SUV를 만들었고, 지금 그 덕을 보고 있다. 판매량이 이를 증명한다.



<고급 브랜드별 SUV 비중>
(2019년 1~9월까지 EU 판매량 기준, 출처=카세일즈베이스닷컴)

▪ 롤스로이스
총 607대 판매 / 컬리넌 판매량 : 269대 / 전체 5개 모델 중 컬리넌 판매 비중 : 44.3%

▪ 람보르기니
총 1,827대 판매 / 우루스 판매량 : 792대 / 전체 3개 모델 중 우루스 판매 비중 : 43.3%

▪ 벤틀리
총 2,537대 판매 / 벤테이가 판매량 : 637대 / 전체 4대 모델 중 벤테이가 비중 : 25.1%

▪ 마세라티
총 4,465대 판매 / 르반떼 판매량 : 2,512대 / 전체 5개 모델 중 르반떼 판매 비중 : 56.2%

위의 내용에서도 드러났듯 많은 차종을 내놓는 양산형 브랜드에 비해 특히 럭셔리 브랜드는 SUV 판매 비중은 높은 편이다. 애스턴 마틴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획 단계부터 여성들에게 어울리는 SUV를 염두에 두었다는 점도 괜찮은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여성들이 SUV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고 그 점을 파고든 것이다.



DBX의 판매량이 우루스나 르반떼, 또는 벤테이가 수준까지 갈 수 있을지는 뚜껑이 열려봐야 알 것이다. 하지만 애스턴 마틴 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다. 브랜드를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달라는 그들의 바람도 이뤄질 것이다. 럭셔리 SUV는 스포츠카와 달리 특별한 기술적 혁신을 요구받지 않는다. 대신 편안하면서 실용적이고, 고급스러우면서 예쁘면 된다. DBX는 그런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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