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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슈퍼 스포츠카들, 신경질적 움직임 크게 줄었다는 건
기사입력 :[ 2019-12-01 09:37 ]
스포츠카 서스펜션이 단단함보다 유연한 방향으로 변한다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페라리 F8 트리뷰토는 이전 모델인 488 GTB 대비 종방향 가속력이 6% 향상됐다. 게다가 전자제어 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오버스티어도 30% 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차를 서킷에서 달리며 경험해보니 이전 모델과 다르다는 걸 곧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무언가’가 존재했다. 그 무언가에는 높아진 엔진 출력, 가벼워진 무게, 개선된 공기역학 같이 다양한 변화가 녹아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스펜션이 이전보다 훨씬 유연하고 부드럽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최신형 스포츠카들이 이전 모델과 비교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운동 성능을 발휘한다. 타이어 접지력의 한계는 정해져 있는데, 운동 성능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중이다. 비결이 무엇일까? 반응성을 개선하면서 더 높아진 엔진 출력, 높아진 차체 강성, 한층 정밀화된 전자제어 장비 등 많은 부분이 한 방향을 향해 조금씩 발전한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예전과는 반대의 경향으로 발전한 부분도 있다. 서스펜션 세팅이 그렇다.



한때 단단한 댐퍼와 스프링이 양산 스포츠카에 경쟁처럼 쓰이던 시대가 있었다. 노면에 착 붙어서, 도로의 요철을 지날 때 머리가 아플 정도 흔들리는 차에 소비자가 열광했다. 이런 차들은 ‘모터스포츠의 DNA가 일반 도로로 이어진다’며 마케팅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포츠카의 서스펜션 세팅의 정석처럼 인지됐다. 하지만 이제 양산 스포츠카의 서스펜션은 (운동 성능의 관점에서도) 단단함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최대한 부드러운 세팅을 목표로 한다. 심지어 레이스카조차도 그렇게 변한다. 실제로 GT 시리즈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경주에 등장하는 경주차의 서스펜션이 이미 수년 전부터 그렇게 세팅되고 있다.



페라리 F8 트리뷰토, 람보르기니 우라칸 에보, 맥라렌 720S 같은 최신형 슈퍼 스포츠카에는 공통적인 부분이다. 트랙에서 타보면 이들 모두 이전 세대의 슈퍼카보다 훨씬 운전하기가 쉽다. 구체적으로 한계 영역을 다룰 때 편하다. 신경질적인 움직임 특성이 크게 줄었다. 차가 운전자와 소통할 줄 안다. 이유는 앞에 설명한 것처럼 여러 가지겠지만, 동시에 서스펜션이 이전보다 부드럽게 세팅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스포츠카 서스펜션이 부드러워졌는데 이전보다 더 빠른 랩타임과 개선된 운동 성능을 발휘한다? 스포츠 서스펜션이란 관점에서 ‘모순’처럼 보인다. 하지만 차의 여러 부분적 기술이 동시에 발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차체나 전자제어 장비 등 섀시 기술 전반에 걸쳐 발전하면서 강성은 높아지고 스트레스 제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 예컨대 이제는 코너에서 발생하는 롤링을 서스펜션 세팅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롤링을 억제하는 부가적 기능을 통해서 서스펜션과 섀시의 영역이 분리된다. 최신형 포르쉐에 달린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이 대표적인 기술이다.



서스펜션과 섀시의 영역이 분리된 상황에선 서스펜션이 본질적인 목표를 향해 좀 더 집중할 수 있다. 드라이버가 타이어를 사용할 수 있는 넓은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하중을 비교적 쉽게 이동시킬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타이어 한계 능력을 끝까지 끌어낼 수 있도록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을 이용한다. 노면의 불규칙한 특성에도 폭넓게 대응하는 유연한 서스펜션이 더 좋은 운동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서 서스펜션 세팅이 이전보다 부드러운 데도, 코너에서 차가 훨씬 민첩하고 빠르다. 타이어의 접지력 한계를 순간적으로 넘나드는 신경질적인 성향이 줄어든다. 그만큼 안정적이다. 운전할 때 피곤함도 줄어든다.



한국인 최초의 GT 아시아 우승자, 앤드류 김 드라이버와도 관련 주제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타는 벤틀리 GT3 레이스카 서스펜션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부드러운 세팅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경주차에 무조건 단단한 서스펜션을 쓰는 시대는 지났다”며 “오히려 GT 시리즈 경주차 서스펜션이 일부 공도용 스포츠카보다 부드럽게 느껴질 정도다”라고 말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앤드류 김 드라이버의 말처럼, 이미 많은 레이스카가 서스펜션 세팅을 변화시켜 더 높은 주행 성능을 실현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모터스포츠 DNA가 실제로 최신형 스포츠카에 꾸준히 반영된다. 운동 성능 관점에서 더 이상 ‘단단한 서스펜션만’이 능사가 아니다. ‘부드럽고 유연한 서스펜션’으로 시대가 변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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