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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상향등은 어쩌다 난폭운전의 상징으로 변질되었나
기사입력 :[ 2019-12-03 10:01 ]
비상등과 하이빔 의미 정확히 해야 하지 않을까?

“자동차에서 나오는 신호는 여러 의미로 쓰이고 시대와 지역에 따라 뜻도 변한다. 어떻게 변하든 긍정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해야 한다”



[임유신의 업 앤 다운] 신호는 양쪽이 다 알고 있어야 뜻이 통한다. 한쪽만 아는 신호를 보내면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오해만 산다. 도로 위에서는 의사소통에 제한이 따른다. 차대 차로 대화를 할 수도 없고, 설사 대화를 나눌 여건이 된다고 해도 빠르게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제대로 의사 전달하기 쉽지 않다. 상대 차에 어떤 의사를 전달하고 싶은데 하지 못해서 갑갑해할 때가 있다. 차 뒤든 앞이든 LED 전광판을 달아서 문자로 보여주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행히 자동차는 의사소통할 수단을 갖췄다. 운전자끼리 말로는 의사소통하지 못해도 차의 일부분을 이용해 주변 차에 뜻을 전달한다. 방향지시등과 헤드램프 또는 테일램프, 경적 등을 이용하면 된다. 예전에 선팅을 안 하거나 옅게 하던 시절에는 차 속이 보여서 간단한 수신호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선팅이 짙어서 이런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차 외부에 달린 의사소통 수단을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도로에서 의사소통은 간단하고 빠르게 해야 한다. 신호를 받는 순간 어떤 의미인지 단번에 알고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 신호가 여러 의미로 해석되면 안 되고, 운전자들은 신호의 뜻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하나의 신호에 담긴 뜻이 여러 개가 되고 오해하는 일이 늘어난다. 한정된 전달 수단으로 여러 뜻을 전하려고 해서다. 이것만 쓰자는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새로운 뜻이 생긴다. 신호 수단 하나에 여러 뜻이 담겨도 상황에 맞게 해석만 된다면 문제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혼란만 커진다.

상향등을 뜻하는 하이빔은 여러 의미로 쓰는데,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패싱(passing) 라이트 기능을 한다. 자신이 지나가겠다는 의사 표시다. 고속도로에서 추월할 때 옆으로 지나갈 테니 주의하라는 의미로 앞차에 하이빔을 잠시 비춘다. 야간에 블라인드 코너나 언덕길에서 마주오는 차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 직진 차가 맞은편 차선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기다리는 차에 자신이 속도를 줄일 테니 지나가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밖에도 도움을 받았을 때 감사 표시를 하거나, 반대 차선 차에 앞쪽에 사고가 났으니 주의하라는 표시로 쓸 때도 있다. 맞은편 차가 하이빔을 켜고 달리거나 헤드램프를 켜지 않았다고 알려주는 신호 역할도 한다. 대체로 하이빔은 주의, 양보, 감사 표시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용도로 하이빔을 써왔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경고와 위협의 의미로 변했다. 양해를 구하는 용도가 아니라 내가 빨리 갈 테니 비키라는 의미로 주로 쓴다. 한두 번 번쩍 하면 될 것을 위협적으로 여러 번 깜박거려 공격 의사를 표시한다. 경고와 위협 의미로 굳어지다 보니 원래 좋은 목적인 주의, 양보, 감사는 사라졌다. 좋은 의미로 사용해도 오해를 사기 일쑤고, 하이빔 신호를 받은 사람도 상대방의 목적과 상관없이 불쾌하게 받아들인다. 하이빔이 난폭운전의 상징으로 변했고, 보복운전의 발단이 됐다. 한정된 신호 수단에 여러 좋은 의미를 담아야 상황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데, 사용을 꺼리게 되니 부정적 의미만 남아 도로가 각박해진다.

비상등도 비상시에만 써야 한다. 도로 위에 고장 나서 서 있거나, 차에 이상이 생겨서 낮은 속도로 달리며 피할 곳을 찾을 때 사용한다. 자신의 차뿐만 아니라 도로 상황이 위험할 때도 비상등이 효과를 낸다. 고속도로에서 정체를 만나 갑자기 속도를 줄일 때, 공사로 차선이 줄어들거나 장애물이 있어서 속도를 줄일 때, 안개가 심하거나 폭우가 쏟아져서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 비상등을 이용해 주변 차에 상황을 알린다. 해외에서는 주차할 때도 뒤 따르는 차에 자신이 주차하려는 의사를 알릴 때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목적으로 비상등을 켜는 차를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상등을 양보 의미로도 쓴다. 주로 끼어들 때 비켜준 차에 감사 표시로 한다. 예전에는 손을 들어 감사 표시를 했지만, 요즘은 선팅이 진해서 차 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느 때부터인가 비상등으로 감사 뜻을 전한다. 그런데 비상등 감사 표시도 의미가 변해서, 진정한 감사는 드물고 형식적인 의례 성격이 두드러진다. 상습 끼어들기 지역에서 얌체처럼 끼어들거나 난폭운전으로 위협하며 끼어들어 주변 차를 불쾌하게 하고 도로에 혼란을 일으키고도, 비상등 켠 것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도로 위 자동차가 법규를 잘 지키고 양보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굳이 비상등으로 감사 표시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비상등 감사 표시가 거의 의무처럼 자리 잡다 보니, 감사 표시를 받지 못하면 불쾌해진다. 생각지도 못한 실수나 부득이한 상황에서 받는 감사 표시라면 주변 차도 이해하며 받아들인다. 그런데 무질서하고 이기적인 차들 때문에 양보를 강요당하다 보니, 양보를 구하는 상대방이 어떤 사정인지 관계없이 감사 표시라도 받지 못하면 불쾌해진다. 감사 표시 자체가 비상등의 원래 용도에 맞지 않는데, 불필요한 형식적인 행위로 자리 잡았다.

용도에 맞지 않는 비상등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도로를 달리는 버스는 비상등을 항상 켜놓고 다니는 경우를 종종 본다. 뒤 따라는 차 시야가 가리니 조심하라는 의미로 비상등을 켜겠지만, 계속해서 깜박거리면 정작 위험한 상황에서는 대처하기 쉽지 않다. 비상등을 켠 상태로 차선을 바꾸는 경우도 많아서 오히려 주변 차에 혼란을 주기도 한다.



자동차 문화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신호의 의미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달라져도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하이빔이나 비상등은 부정적인 의미나 원래 용도와 다른 쪽으로 변해버렸다. 법규로 정해 놓은 사항이 아니라서 특정 방향으로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긍정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쓰이도록 의미를 다시 정비할 필요는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임유신

임유신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모터 트렌드>, 등을 거쳤다. 얼마 전까지 글로벌 NO.1 자동차 전문지 영국 BBC <탑기어>의 한국판 편집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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