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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궁금증과 조회수 장사의 콜라보 ‘양산형 스파이샷 뉴스’
기사입력 :[ 2019-12-08 09:32 ]


자동차 스파이샷, 유출이든 노출이든 지겨운 건 마찬가지다

[전승용의 팩트체크] ‘이미 나온 지 몇 개월은 된 차 같다.. 이젠 그만 보고 싶어요, 안 본 눈 삽니다.. 혹시 페이스리프트 모델 스파이샷인가요.. 같은 내용으로 몇 번을 우려먹는 거냐, 일해라 기XX야..’

출시를 앞둔 제네시스 GV80 기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벌써 3~4개월은 족히 지난 것 같습니다. GV80 스파이샷 기사가 끊임없이 작성되고 포털 메인에 쉴 틈 없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 말이에요. 아무리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SUV라지만, 쓸데없이 너무 과하게 많이 나온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유출’이 아니라 현대차에서 일부러 공개한 ‘노출’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뭐, 저는 90% 이상 유출이라 생각합니다. 스파이샷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마케팅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예측 불가능한 나쁜 효과를 낼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죠. 굳이 모험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제는 계획된 ‘노출’이라는 것 자체가 의미 없습니다. 현대차에서 ‘노출’ 시점을 조절할 수도 없게 됐으니까요. 몇 월 며칠 노출을 하자고 계획했더라도 그보다 먼저 스파이샷이 유출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스파이샷 유출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겁니다.

얼마 전 출시된 그랜저 페이스리프트가 좋은 예가 되겠네요. 미디어 대상으로 한 비공개 디자인 프리뷰를 며칠 앞두고 광택 업체에 맡긴 신차의 스파이샷이 공개됐죠. 급하게 찍은 몇 장의 사진으로 새로운 그랜저는 삼각떼(아반떼)와 메기(쏘나타)에 이은 최악의 디자인 모델이 되어버렸습니다. 현대차가 의도적으로 노출을 하려 했다면 일단 기자들에게 먼저 실물을 보여준 후 좋은 구도에서 찍은 스파이샷을 노출했겠죠.

이제 노출이냐 유출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스파이샷이 왜 이렇게 자주 우리 눈앞에 나타나는가입니다. 당장 GV80으로 검색을 해보면 온갖 스파이샷 기사와 영상이 페이지를 가득 채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소비자들은 신차에 대한 뉴스를 궁금해합니다. 매체는 이런 기사를 써야 포털 메인에 올라갑니다. 포털은 신차 기사를 메인에 올려야 조회수가 많이 나옵니다. 이 세 가지 이익이 맞물린 것이죠.

물론, 신차 소식은 매우 중요한 뉴스거리입니다. 앞으로 나올 신차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하는 것도 무척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신차 뉴스가 소위 말해 ‘장사’가 잘 된다는 것을 경험한 매체는 반복적인 기사를 양산하고, 이를 유통하는 포털은 무분별하게 메인에 노출시킵니다.

많은 소비자가 스파이샷 신차 뉴스를 지겨워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전과 별 다를 것 없는 이야기를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화하고 그 기사가 포털 메인에 올라갑니다. 소비자들은 또 무슨 새로운 소식이 나왔나 궁금한 마음에 클릭을 하고, 별 이야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실망하고 나옵니다.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지겹다는 댓글이 늘 베스트댓글을 차지하고, 실망한 소비자들은 ‘좋아요’를 누르는 것이죠.



사실, 포털에서 이를 관리하기는 어렵습니다. 매체만 다를 뿐, 같은 내용의 기사가 수없이 등록됩니다. 각 매체의 기사를 하나하나 클릭하며 내용을 확인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자칫하다간 포털이 뉴스를 검열하고 편집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기사를 양산하는 매체의 문제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포털에서도 ‘제네시스 GV80 스파이샷’ 같은 기사를 메인에 반복적으로 방치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메인에 올리면 당장 조회수는 오르겠지만, 장기적으로 자동차 섹션의 질적 하락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이런 기사를 올려야 메인에 올라간다고 매체들을 학습시키니까요. 딱 그 수준의 기사만 쓰게 만드는 것이죠. 나만 안 쓰면 바보가 되기도 하고요.

게다가 스파이샷 기사는 대부분 저작권 개념도 없습니다. 자체적으로 찍은 사진이 아니니까요. 해외 매체의 워터마크를 자르거나 지워서 사용하는 곳도 있고, 아예 워터마크가 그대로 붙어있는 사진을 쓰는 곳도 있더라고요. 해외 매체뿐 아니라 국내 동호회 및 블로거가 찍은 사진이나, 보배드림과 클리앙 등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간 사진을 불펌해 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중에 저작권 문제로 신고가 들어오면 어떻게 할 건지 걱정도 안 되나 봅니다(참고로, 제가 속한 모터그래프는 6년 전부터 ‘S. Baldauf/SB-Medien’에게 스파이샷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런 양산형 스파이샷 기사가 영상 채널까지 전염시켰다는 겁니다. 공들여 찍은 시승 영상보다 만들기도 쉽고, 조회수도 많이 나옵니다. 영상 채널은 ‘조회수=수익’이니 기존 매체의 기사보다 더 자극적입니다. 틀리더라도 책임질 필요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스파이샷과 카더라를 통한 ‘예상’에 불과하니까요.



물론, 스파이샷을 직접 찍어서 콘텐츠를 만드는 분도 많습니다. 제 주변에도 이런 자동차 블로거나 동호회원들이 꽤 있고요. 그런데, 이분들이 정성스럽게 찍은 사진이 소비자들의 피로를 쌓이게 하는 뉴스가 되고, 자동차 콘텐츠의 질적 하락의 원인이 되고, 엉뚱한 사람들의 돈벌이에 이용되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불법으로 촬영했을 경우는 찍은 사람도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호기심에 촬영해 특정 지인에게만 공유했는데, 이게 자동차 동호회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엄청 빠르게 확장되는 것이죠. 아차 싶어 수습하려 해도 이미 언론에까지 퍼져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이와 관련된 분들은 비밀 유지 서약과 관련된 조항으로 회사에서 짤릴 수도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GV80 실사 스파이샷처럼 공장에서 찍힌 사진이라면 반드시 처벌됩니다. 일반 공도나 주차장에서 찍은 스파이샷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한번의 실수로 동료에게 피해를 주고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겁니다..

최소한 신차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을 때, 사용해도 괜찮을 만한 사진으로, 저작권 소유자에게 사전에 협조를 구해(또는 구입해), 반복적이고 자극적이지 않게 기사를 쓰거나 영상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 기사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기 한, 저작권 없는 남의 사진으로, 자극적인 기사(또는 영상)을 만드는 일이 스스로에게 부끄럽기를 바랍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전승용

전승용 칼럼니스트 : 모터스포츠 영상 PD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담갔으나, 반강제적인 기자 전업 후 <탑라이더>와 <모터그래프>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몸까지 푹 들어가 버렸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이 많아 여기저기 킁킁거리며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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