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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만들기에 도가 튼 독일 브랜드도 피하지 못한 시행착오
기사입력 :[ 2019-12-12 10:35 ]
타이칸 출고 지연으로 본 어수선한 독일 전기차 분위기

[이완의 독한(獨韓) 이야기] 타이칸(Taycan)은 포르쉐의 첫 전기차다. 차 만들기에 있어 빈틈없어 보이는 포르쉐가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전기차였기에 출시 전부터 관심은 뜨거웠다. 그리고 반응은 많은 선주문으로 이어졌다. 모든 게 포르쉐가 바라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출고 지연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와 자동차 경제지 아우토모빌보헤 등 여러 언론은 포르쉐가 노르웨이의 타이칸 주문 고객에게 보낸 메일 한 통을 소개했다. 생산의 복잡성으로 인해 내년 1월에 인도할 계획이었으나 8주에서 10주 정도 배송이 지연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9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타이칸은 12월 미국을 시작으로 내년 1월 유럽,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은 내년 하반기 정도에 차량을 인도할 계획이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을 보면 12월 미국 배송은 무조건 지킬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유럽과 이후의 일정이다. 유럽 배송 일정이 밀리면서 이후 출고 일정도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사실 이 정도의 신차 출고 지연은 특별한 뉴스거리라 할 수 없다. 어느 완성차 업체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언론들이 타이칸의 출고 지연을 가볍게 보지 않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 배터리, 공장, 인력 등에서 문제점 드러나

고객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 공개된 직후 포르쉐 측은 대변인을 통해 일부 지역, 일부 고객에 한해 배송 지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렇게 지연이 된 이유로 타이칸 생산을 위해 세운 공장, 그리고 타이칸 생산을 위해 뽑은 새로운 직원들, 거기에 복잡한 공급망 등의 문제로 지연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독일 언론은 포르쉐가 밝힌 출고 지연 이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우선 배터리 공급에 애를 먹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타이칸용 배터리는 LG화학으로부터 제공받는다. 현재 급격하게 늘고 있는 전지의 수요로 인해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고, 포르쉐가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물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새로 뽑은 직원들의 업무 숙련도 문제다. 포르쉐는 타이칸 제조를 위해 처음에 1,500명의 직원을 뽑았다. 그러나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이후 500명을 추가 채용했다. 짧은 기간, 이전에 없던 전기차 생산에 숙달되지 않은 신규 인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생산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은 새로운 공장의 효율성이다. 자동차 경제지 아우토모빌보헤는 한 가지 예를 들었다. 도장 공정을 마친 타이칸이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900미터나 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더스트리 4.0 콘셉트로 설계된 지능형 첨단 공장이지만 이처럼 동선의 효율성이 고려되지 않는 등, 보이지 않는 허점이 실전에서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 포르쉐만의 문제 아니다

타이칸 출고 지연을 언급했지만 사실 독일 내에서는 꾸준히 자국 자동차 산업이 전반적으로 전기차에 제대로 대응을 못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리고 실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지난 6월 미국에서 아우디는 첫 번째 배터리 전기차 E-트론 1,644대를 자발적으로 리콜 조치했다. 배터리팩의 결함에 따른 화재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배터리 수요 문제로 병목 현상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는 폭증하는 배터리 수요 때문에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갑’이 될 수 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지만 자동차 리딩 그룹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수급 문제로 생산 지연이나 출고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다임러는 배터리 문제 외에도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다. 야심차게 내놓은 자신들의 첫 전기 SUV EQC가 독일에서조차 벤츠의 명성에 못 미친다는 평을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완충 후 주행 거리의 아쉬움, 그리고 스타일과 기능 등에서 좀 더 혁신적이기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한 점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웬만해서는 자국 차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는 독일인들이었지만 EQC는 온라인 투표에서도 기대만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 테슬라와 디젤게이트, 그리고 조급함?

이처럼 독일 내에서 독일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테슬라 선전과도 무관치 않다. 독일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신생 전기차 브랜드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몇 년 동안 독식하고 있는 것을 속절없이 지켜만 봐야 했다. 본거지인 유럽에서조차 자동차계의 애플로 불리며 시장을 계속 넓혀갔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테슬라가 얘기될 때마다 “너희들은 뭐 하고 있냐?”며 독일 자동차 업계는 강제 소환되기 일쑤였다.

그래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자동차 만드는 노하우, 그리고 브랜드의 경쟁력과 자본력 등, 어느 하나 밀릴 거 없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내놓기만 하면 테슬라 독주 시대도 막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것처럼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안정기로 접어들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자동차 만들기에 도가 튼 그들이라 해도 제대로 된 전기차 포트폴리오가 없기 때문에 여러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다.

2015년 디젤 게이트가 터진 후 그야말로 독일 자동차 산업은 혼돈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전동화 선언을 통해 전기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거대 외부 변수에 밀려 원래 계획보다 빨리, 다소 급하게 전기차 올인 선언을 한 게 아닌가 싶다. 테슬라 독주는 막아야겠고, 디젤 게이트로 무너진 이미지는 회복해야겠고, 쏟아지는 비판 속에서 서둘다 보니 예상외의 문제들이 튀어나온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도 있다. 또 왜 전기차로 독일 경제의 핵심인 자동차를 흔드냐는 독일 네티즌의 반응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독일산 전기차를 향한 신뢰가 초기에 시장에 심어지지 못한다면 기대만큼 전기차 시장에서 활약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퇴행은 한 순간이다.

얼마 전 재규어의 전기차 I-페이스가 독일 최대 규모의 자동차 시상식인 황금 스티어링 휠 어워드에서 ‘최고 중형 SUV 부문’ 우승자로 결정됐다. 이미 I-페이스는 올해의 월드카, 유럽 올해의 차 등, 굵직한 상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독일에서, 독일 전문가와 독일 독자들에 의해 올해의 중형 SUV로 선정되는 것을 독일 경쟁자들은 지켜봐야만 했다. 스포트라이트 받는 것에 익숙한 그들에겐 불편한 광경임에 틀림없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이완

이완 칼럼니스트 : <모터그래프> 등에 칼럼을 쓰고 있으며 ‘이완의 카폐인’이라는 자동차 동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 살고 있으며, 독일의 자동차 문화와 산업계 소식을 공유하는 일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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