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News 주요뉴스

현대기아차에 급격하게 쏠린 운동장, 누구도 이롭지 않다
기사입력 :[ 2019-12-22 10:10 ]


현기차만 잘 나가는데...르삼·한국지엠·쌍용 ‘한 방’이 필요하다 [2019년 결산]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올해에도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는 이것저것 일들이 많았습니다. 의미 있는 새 모델들도 많았고 회사들마다 새로운 방향 설정도 많이 보였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직접 느껴지는 사례들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아차 소형 셀토스가 이끈 SUV의 본격적 시장 주도, 현대차 쏘나타 이후의 세단들의 감성 모델로의 변신,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국내에는 판매되지 않는 기아차 텔루라이드가 이끈 현대차그룹 대형 SUV 라인업의 강화입니다.



이렇게 자동차 회사들이 변화를 시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다들 아시다시피 요즘은 미래차로 자동차 회사들이 변신해야 하는 자동차 산업의 전환기입니다. 그리고 자동차 판매가 세계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기존 고객들은 붙잡아두고 새로운 고객들을 유혹해야 합니다. 한국 자동차 산업협회의 11월말 잠정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도 1.6%정도 줄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면 아주 잘 방어한 것입니다. 그리고 대형차들이 많이 판매되고 같은 급에서는 세단보다 가격이 높은 SUV들이 많이 판매되어서 수출의 경우는 1.2%가 줄었는데도 수출액은 오히려 5.9%가 늘었다고 합니다. 변신의 효과가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아주 걱정스러운 변화가 있습니다. 운동장이 너무 쏠리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도 단순한 강세와 약세를 넘어서는 더 심각한 분위기라서 더 걱정스럽습니다. 숫자를 대지 않더라도 우리는 분위기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기아차는 꾸준히 새 모델을 출시하고 있고 나오는 모델들마다 사전 예약에 줄이 길게 늘어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팰리세이드는 아직도 대기가 길고 텔루라이드는 국내에 판매하느냐를 두고 공식 발표가 난 지금까지도 희망 섞인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셀토스는 체급 파괴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세단들도 근래에 보기 드물게 선정중입니다. 디자인의 호불호가 갈리는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는 판매 기록으로 말을 대신하고 기아차 K7은 오랜만에 그랜저를 이겼었고 칭찬이 자자한 K5는 간만에 쏘나타를 누를 기세입니다.



이에 비하여 르노 삼성과 한국 지엠, 그리고 쌍용자동차 등 다른 브랜드들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르노 삼성은 QM6가 선전하고 있지만 SM5를 이미 단종했고 SM7와 SM3도 생산 중단으로 단종 수순으로 가는 등 급격한 라인업의 축소가 정상 수준을 한참 넘어섭니다. 게다가 실질적으로 회사의 생명줄이었던 닛산 로그의 위탁 생산이 종료되어 경영 상태가 악화되고 있습니다. 내년에 출시될 신모델들이 얼마나 성공을 거두느냐가 관건입니다만 다들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와 소형차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황의 극적 변화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한국 지엠은 신뢰의 회복이 우선입니다. 어떤 기사에서 ‘출시는 느리고 단종은 신속하다’라는 비아냥거림이 있을 정도로 고객들이 한국 지엠의 제품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보는 것은 아닌가 걱정할 정도입니다. 따라서 트레일블레이저 등 우리나라가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전략 차종의 근본적 경쟁력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수입 모델로 라인업의 빈 부분을 채우는 전략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쌍용자동차는 경영 상황 자체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공격적으로 투자를 감행한 코란도의 실질적 실패가 가장 큰 악재로 보입니다. 코란도는 쌍용차로서는 새로운 다양한 전자 장비, 1.5 터보 가솔린 엔진의 개발 등으로 큰 투자가 이루어졌던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렉스턴 스포츠가 버티고는 있지만 쉐보레 콜로라도가 고객들의 눈높이를 끌어올린다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힌드라 그룹이 지원을 결정한 2300억 원을 어떻게 사용해서 경쟁력을 높이느냐가 관건입니다. ‘전면전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이전처럼 게릴라전으로 되돌아갈 것인가’의 전략적 결심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현대기아차가 앞서나가는 건 거시적으로는 좋은 현상입니다. 그러나 적당한 견제가 국내에 존재하지 않으면 단적으로 예전에 있었던 ‘현대기아차는 국내에서 돈을 벌어서 해외에서 쓴다’는 오해를 다시 일으킬 수도 있는 지나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입니다. 말로는 욕하면서도 소비자들은 안전한 구매를 위해 선택하는 이른바 ‘어두운 충성도’가 고착되는 것은 브랜드에게는 소통이 어렵다는 불안감으로,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무력감으로 작용하고 결국에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자체가 약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판매량이 줄어들면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가 약화되고 소비자들은 불편하기 때문에 그 브랜드를 멀리 하고 네트워크는 더 줄어들고 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그러면 돌이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걱정스러운 겁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한 방’입니다. 르노 삼성이 SM6로 세단 시장에 바람을 일으켰던 것처럼, 쌍용이 티볼리로 새로운 희망을 보았던 것처럼, 한국 지엠이 볼트 EV로 오랜만에 리더의 맛을 보았던 것처럼 새로운 전기가 필요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