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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인정한다면, 코란도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올해의 자동차]
기사입력 :[ 2019-12-23 03:26 ]
<올해 기대 대비 안 팔린 차> : 코란도
티볼리의 성공을 쫓았지만 좌절한, 쌍용 코란도



◆ 다음 자동차 칼럼니스트들이 뽑은 2019년 올해의 자동차

(2) 큰 기대 모았으나 안 팔린 차 - 쌍용자동차 코란도

판매량이 고공행진을 하던 티볼리 발매 초창기, 쌍용자동차의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오랜만의 높은 판매량에 기뻐할 법도 했지만, 그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못했다.

“많이 팔리기는 하는데, 남는 게 없네요….”

티볼리는 코란도C에 이어 쌍용이 만든 두 번째 앞바퀴 굴림 유니보디 차다. 코란도C에서 지금까지 만들어온 프레임보디 SUV와는 이익에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이미 간파했을 터이나, 세그먼트가 한 등급 낮아진 차이기에 그 폭이 더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당 세그먼트의 시장가격을 무시하고 물건을 내놓을 수도 없다. 고심 끝에 정한 가격은 의미 있는 점유율을 만들어 냈지만, 의미 있는 수익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티볼리 판매량이 고공행진을 하는 동안에도 적자를 면하지 못하던 실적이 이를 말해준다.



소형 SUV같이 경쟁이 피 터지게 일어나는 곳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쓰는 방법은 규모의 경제다. 단일 플랫폼에 모듈화를 통해 백만 단위의 물량을 확보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단가를 쳐내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라면 일반적인 공식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쌍용은 박리다매를 통해 원가를 낮추기에는 한계가 있는 회사다. 작년 쌍용이 통틀어 만든 차의 수량은 14만 대를 좀 넘는 수준. 현대기아차의 소형 SUV 한 모델만으로도 이것보단 더 많은 수량을 찍어 낸다. 그래서 앞바퀴 굴림 플랫폼을 이용한 시장 확대는 필연이었다. 양적 확대를 통한 단가 하락과 함께 보다 높은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상급 시장으로의 진출은 쌍용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코란도의 풀 모델 체인지를 이어나간 것은 또 다른 티볼리의 판매량이 나오기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 티볼리 성공이 가져온 갈림길

그래서 나온 차는? 내용만 보면 염려를 씻어내기에 충분한 차였다. 파워 트레인이나 반자율주행 같은 것은 새로울 것이 없다. 남들 다 하는 것이니까. 변화를 느낀 곳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핸들링이었다. 직접 달려본 코란도는 놀랍게도 운전이 재미있는 차였다. 코너링이 즐거운 쌍용차라니, 이전에는 농담 같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쌍용이 핸들링까지 신경 쓴 차를 만든다는 것은, 자동차의 본질적인 부분을 비로소 개발 과정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이 회사를 오랫동안 지켜본 팬으로서 무척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많이 팔렸는가? 그렇지는 않았다. 내부적으로는 이런 수준의 차를 만들어낸 것에 꽤나 고무되었겠지만, 쌍용이 간과한 것이 있다. 지금 그들의 경쟁자들은 이미 그 정도는 하고 있다는 것을. 없는 살림을 쥐어짜 도달한 지점이 딱 업계 평균 수준이었던 것이다.

코란도의 안팎을 보면 그들이 겪었을 나름의 고충이 이해된다. 새로운 디자인을 담기에는 실패의 위험이 너무 커 보였을 것이다. 오랜만에 완성시킨 풀라인업에 일관된 패밀리룩을 부여하고 싶은 것은 양산브랜드라면 누구나 품게 될 생각이다. 저렇게나 많이 팔린 티볼리를 통해 디자인에 대한 확신도 들었을 것이고. 하지만 그것이 갈림길이 되어 버렸다.



◆ 이 길이 아니다

성능의 차별화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쌍용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디자인의 차별화였다. 하지만 안팎으로 신차의 신선미가 전해지지 않는 차를 대한 소비자는 기대치의 딱 절반 정도만 반응해 줬다. 올해 목표 3만 대는 한 달을 남긴 현재 절반 정도 채운 상태. 뒤늦게나마 1.5리터 휘발유 터보 엔진을 추가했지만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이대로 계속 가야 한다면 딱히 답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그렇다고 희망을 거둬들일 필요는 없다. 아직 방법은 남아 있으니까. 스즈키의 짐니(jimny) 같은 차는 좋은 사례다. 이 차는 프레임보디이기는 하지만, 기술과 구성에서 특별한 구석이 없는 차이며, 내수에 염두를 둔 탓에 일본 경차 규격에 매여 있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가 세계적인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디자인 때문이었다. 당장이라도 산과 들을 달릴 수 있을 것 같은 강인한 오프로더의 모습만으로도 사람들은 지갑을 연다. 여기에 코란도는 더 강력한 무기까지 갖추고 있다.



◆ 헤리티지를 이용하라

‘코란도’는 역사가 짧은 국산 모델에서 거의 찾기 힘든 ‘헤리티지(Heritage/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유산)’를 가진 브랜드다. 1969년 신진지프로 시작한 이래 단일 모델로 26년을 버틴 1세대, SUV 붐에 맞춰 당대의 디자인 아이콘으로 성공을 거둔 2세대는 둘 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 한 획을 그었을 뿐 아니라 코란도라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각인시킨 차였다. 그래서 매끈한 도심형 SUV가 되어버린 3세대는 기대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차였다. 어려울 때 회사를 지탱한 차였지만, 이전의 코란도와는 무척이나 다른 모습 때문이었다.

쌍용이 이런 자신의 헤리티지를 모를 리도 없다. 2015년 2세대의 이미지를 부활시킨 컨셉트카 XAV는 자신의 유산을 어떻게 키워 나갈지에 대한 방향성과 함께,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쌍용의 메시지가 또렷하게 담긴 차였다. 이렇게 멋진 레트로 디자인에 가로배치 전륜구동 플랫폼으로 일상의 편안함을 담아낸다면, 나 또한 기꺼이 지갑을 열겠다는 생각을 하던 것이 4년 전의 일이다.



현재의 디자인이 명백한 오판으로 판가름난 지금, 쌍용은 발빠르게 마이너체인지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거기에 담겨야 할 디자인은 이미 스스로 답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비용을 최소한으로 억제하면서 오프로더의 모습을 담는 고단한 과정은 남아있지만, 그래도 쌍용은 또 해 낼 것이다. 어쨌든 여기까지 오지 않았는가.



자동차 칼럼니스트 변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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