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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동차들을 함부로 무시하지 말아라
기사입력 :[ 2019-12-23 10:23 ]
제원만으로 프랑스 차를 논하기 어려운 이유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DS 3 크로스백은 프랑스 자동차 특유의 감각이 진하게 녹아든다.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화려한 겉모습은 프랑스 명품 패션 산업을 재해석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과감한 도전과 미래적 사고방식인 ‘아방가르드 정신’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실내 디자인과 첨단 편의 장비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DS 3 크로스백은 소형 SUV이지만, 만듦새는 절대 가볍지 않다. 아주 진지한 방식으로 취향에 집중도를 높인다.



흥미로운 것은 이 차의 겉모습뿐만이 아니다. 주행 성능도 인상적이다. 아주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최적화된 움직임을 실현한다. 핸들링은 담백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코너를 돌거나 요철을 지날 때 군더더기가 없다. 움직임이 아주 직관적이어서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 타이어는 노면과의 접지력을 예상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이끌어낸다. 접지력의 한계 순간에서도 점진적으로 반응하며 안정성을 유지한다. 코너에서 차체의 롤링도 심하지 않다. 서스펜션이 꽤 탄탄하다. 그런데도 승차감은 부드럽다. 모든 것이 섀시와 서스펜션의 최적화된 세팅 덕분이다.



DS 3 크로스백은 가변식 전자제어 댐퍼나 서스펜션을 보조하는 복잡한 전자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 앞 맥퍼슨 스트럿, 뒤는 멀티링크 방식의 일반적인 구조를 사용할 뿐이다. 심지어 서스펜션이나 타이어, 브레이크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보조차 찾아볼 수 없다. 제원을 강조하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평범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처럼 깔끔한 주행 성능을 어떻게 발휘할 수 있을까? 어디에 기술이 녹아있는 것일까?



아쉽게도 이 부분은 데이터로 비교가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제원 비교로도 특징을 찾아낼 수 없다. 운전자가 몸으로 느끼고, 경험으로 비교할 수 있을 뿐이다. DS 3의 이런 주행 감각은 다른 프랑스 차를 탈 때도 종종 경험하게 된다.

DS나 시트로엥뿐 아니라 푸조, 르노도 비슷한 감각을 추구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제원으로 자동차를 비교한다. 그런 관점에서 프랑스 차는 돋보이기가 어렵다. 하지만 내 생각에 프랑스 자동차는 단순 제원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 기술이 진화한 과정에 역사나 문화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니 실제로 타보고 평가해야 한다.



프랑스 사람들이 차를 생각하는 태도, 차를 만드는 기술적 노하우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 실제로 프랑스는 자동차 분야에서 선진화된 국가다. 우리가 아는 많은 자동차 기술과 행사가 프랑스에서 시작됐다. 푸조는 1891년에 첫 휘발유 자동차를 만들었고 시트로엥은 1934년에 세계 최초로 앞바퀴 굴림 자동차(11CV 트락숑)를 개발했다.

서스펜션에 사용되는 쇼크업소버(shock absorber)의 원리뿐 아니라 현대식 유압식 쇼크업소버도 1908년에 프랑스에서 발명됐다. 국제 자동차 연맹(FIA)이 설립된 나라이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다카르 랠리 등 우리에게 친숙한 랠리 모터스포츠의 개념을 만든 것도 프랑스다. 미쉐린 같은 세계 최고의 타이어 회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화려한 역사나 기술적 인프라가 있었다고 지금 프랑스 자동차가 무조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모든 부분이 현대의 제품에도 분명 녹아 있다. 그건 DS 3 크로스백이나 푸조 508 SW, 르노 트위지 같은 차를 통해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결국 프랑스 자동차의 장점은 숙성도인 셈이다. 아무리 단순하고, 구시대적 원리를 가졌더라도 부품을 정교하게 세팅했을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부분이 필요에 따라서는 복잡하고 진보된 형식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섀시와 서스펜션은 엔진과 달라서 데이터를 수치화하기 어렵다.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제원이나 수치만으로 절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 같은 맥락이다. 프랑스 자동차는 제원이나 데이터만으로 완벽하게 평가할 수 없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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