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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만드는 롤스로이스만의 방식, 뭐가 다를까
기사입력 :[ 2017-06-04 19:38 ]


롤스로이스의 특별한 명품 브랜드 관리법

[김미한의 차 한 잔] 요즘 많은 자동차 관련 뉴스에서 라이프스타일이란 단어를 봅니다. 차의 정체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유무형의 전략 중 하나입니다. 대체 어떤 것인지, ‘스펙’ 얘기는 하나도 없는 롤스로이스 체험부터 짚어 갑니다.

롤스로이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자동차 문외한에게도 인지도 면에서는 페라리와 1위를 다투는 최고의 럭셔리 카. 이 차를 ‘명품’으로 보기엔 수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이나 거대하고 화려한 차체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저는 이 차를 둘러싼 몇 가지 경험에서 느꼈습니다. 그 중 첫 번째는 2년 반 전 고스트 2 론칭 취재를 위한 영국 런던 방문 길에 보고 들은 것들입니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그들의 기본 전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을 다루는 패션 매거진에 1p 이상의 리뷰를 쓸 수 있을 것’. 롤스로이스가 제게 요구한 단 하나의 초청 조건이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에도 롤스로이스가 공식 진출한 나라(2016년 연말 기준)는 45개국 136개 딜러십 뿐 입니다. 나라별 참석 가능 인원은 평균 1명이었고, 대륙별로 몇 차에 걸쳐 진행됐죠. 저는 당시 경제지 소속이었기에 초청에 대한 기쁨 보다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자에게 바라는 것 없이 초청하는 브랜드는 있을 수 없습니다. 신문 지면의 단독만이 필요했다면 그들도 다른 선택을 했겠지요.



롤스로이스와 같은 전통을 가진 브랜드는 분야를 막론하고 이미지 노화를 걱정합니다. 비슷한 가격대에 스포츠카까지 경쟁하고 있는 경우라면 새로운 판매 동력을 젊은 세대에게서 찾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요. 롤스로이스는 1993년 기술제휴 이후 결국 1998년에 BMW 그룹에 합병됐습니다. 예상대로 그 이후 나온 차들은 BMW 7시리즈와 플랫폼을 바탕으로 젊음을 좇았습니다. 2도어 쿠페인 레이스를 시작으로 보다 날렵해진 고스트가 나왔죠. 타깃을 확대하면 많이 팔리는 만큼 소수 정예만이 주는 럭셔리 카로서 존재감이 무뎌질텐데 어떻게 조절해 가야 할까요? 롤스로이스는 BMW와 기술적인 부분은 꽤나 같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쉽게 인식하긴 힘듭니다. 차 외적인 부분에서 브랜드 관리 방식을 완전히 달리하는 노력이 크기 때문이죠. 이참에 저는 그 차이를 찾아보기로 했어요.

“롤스로이스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예상대로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들은 롤스로이스 홍보총괄의 인사말은 길지 않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차를 감안해 3박 4일간, 운전보다 ‘고스트 2’를 타는 사람들처럼 며칠을 살아 보는 것에 집중하란 말이었죠.



◆ 운전시간 보다 긴 대화의 시간들
아침 8시부터 자정까지 빼곡한 일정표를 받았습니다. 정장(formal)을 입었으면 한다는 메시지에 놀라 다시 각 세션의 내용을 살펴보고는 꽤 놀랬습니다. 도착 직후 호텔에서 아시아 담당자와 대만 기자와 셋이서 저녁을 한 번, 전체 공식 디너가 3번, 식전 칵테일 파티가 3번, 새벽 6시 반에 세수를 해야 갈 수 있는 오전 리셉션 겸 아침이 2번이었어요. 옷을 7벌, 구두를 2켤레 챙겼는데 모자랄 뻔 했습니다. 초대한 쪽 사람들은 하루에 두 번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났거든요. 기술적인 시승기 보다는 이들이 말하고 싶은 따로 있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이 모든 ‘식사’는 그냥 식사일 리가 없습니다. 수시로 와서 말을 거는 엔지니어, 부문별 디자이너, 홍보담당자, 상품기획자, 다른 나라 기자들의 질문에 저도 한국 기자로서 답해야 한다는 뜻이죠. 황급히 현지 통역을 요청했습니다. 제대로 답하지 못 해 나라망신 시킬 바에는 민망한 것이 낫죠. 실제로 현장에는 비영어권 기자 중 현지 통역사와 동행한 경우가 꽤 있었어요. 일반적인 ‘출장 회화’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차를 타는 시간 보다 한 자리에 풀어 놓는 시간이 몇 배로 길었고 그 시간은 대부분 다른 나라 기자들과 담당자들이 자리 배석을 바꿔가며 토론하는 시간에 가까웠거든요. 어떤 나라는 아예 그 나라의 미디어 창업주가 오기도 했으니 대화의 폭은 엄청났습니다. 그 외에는 몇 가지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럭셔리 마케팅을 업으로 하는 분들은 관심이 있을 만 한 내용입니다.



◆ 비슷한 체험이 아니라 실제를 안내한다

신제품의 장점이 돋보일만한 시승코스를 만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롤스로이스처럼 영국의 헤리티지와 최신 기술, 젊은 고객 등 미션이 다양한 경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죠. 일단 방문할 공간 마다 건축 스팩이든 창업주의 의미든 각각의 설명서를 받았습니다.

회장님들은 이렇게 살까요? 7시 반에 있을 조찬회를 위해서 6시에 일어나 씻고 입고 자료를 숙독한 뒤에 따라가기만도 벅찬 시간이 연속됐습니다. 빼곡한 일정을 마치고 다시 공장 투어, 리셉션, 디너, 애프터 파티 다시 노트북을 열고 메일 체크와 회신, 자료 정리를 마치면 매번 새벽 1~2시는 금세 다가왔고 낯선 나라의 장거리 운전에 지쳐 씻을 틈도 없이 입은 옷 그대로 잠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왜 그토록 롤스로이스가 뒷자리의 오피스 기능을 강조하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위성 통신과 10인치짜리 패널을 통해 업무를 바로 처리하거나 해외 바이어와 통화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승차감이나 맞춤 디자인보다 더 열심히 설명하는지를 말이죠.

숙소는 런던 시내가 한 눈에 내다보이는 더 샤드 호텔(The Shard)이었어요. 건물 87층 중 34층부터 52층 사이를 샹그릴라 호텔 체인이 운영 중인데,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작품으로 더 유명합니다. 매일 아침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24층 클라우드 라운지에서 아침 식사 겸 시승 미팅을 마치고 출발했습니다. 이때 기자들끼리 명함을 나누고 최근 시장 상황에 대해 얘기도 하죠. 기자로서 선후배로서 들을 이야기들은 숙소 인근 버로우 마켓 쪽에 위치한 로스트(Roast) 레스토랑에서 음주 속에 이뤄졌습니다. 일행 중에 30대인 제가 가장 어렸습니다. 한국도 수입차 시장 30년이 넘어야 저널리스트 층이 두꺼워진다는 인도네시아 기자의 조언이 잊히질 않네요. 젊은 디자이너가 진지하게 국내차 시장 점유율이나 디자인 동향에 대한 반응을 물어서 똑바로 답하느라 긴장감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한 고급 저택에서 있었던 점심입니다. ‘환희의 여신상’을 길 바깥 쪽 라인에 두고 따라 돌면 휠을 긁지 않는다는 인스트럭터의 말을 믿고 ‘우핸들’을 돌리며 도착한 곳은 런던에서 60km 떨어진 켄트(Kent), 세븐 옥스(Sevenoaks)에 자리한 고객의 저택이었어요. 배우이자 미디어 사업가인 캐롤라인 패트리지Caroline Partridge)가 그의 세 아이와 살아온 집입니다. 당장 파티를 열어도 될 만 한 개방형 구조를 가진 1980년대풍 럭셔리 주택인데, 미소니 카페트 옆으로 자그마한 임스체어와 읽다 둔 책이 그대로 있는 서재에서 집주인의 고급스런 취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립공원이 내다보이는 앞마당에는 MOMA(뉴욕현대미술관)에서 봄직한 조각 작품이 놀이터 인형처럼 서 있었고요. 거기에 놓인 고스트 2를 한 대 놓고 디자이너나 개발자와 실컷 얘기 하다 고급 레스토랑의 태국식 퓨전 코스를 먹었습니다.



◆ 일방적인 프리젠테이션을 최소화 하고 1:1 대면을 확대한다

“혹시 우리가 캘리포니아 행사에서 봤던가요?” 한 서너 사람이 연속으로 다가와서 말을 걸 때는 정말 움찔했습니다. 샴페인 한 잔 들고 아무하고나 말하는 분위기는 저 뿐 아니라 대만이나 일본 등, 아시아계 기자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일이니까요. 통역이 없었다면 벽에 붙어 그 어색함을 어찌했을지 다시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이런 행사 분위기는 롤스로이스의 경쟁자, 벤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과 기자가 한데 모인 테이블에 가장 대표되는 인물의 자리 바로 옆에는 고객이 않고 기자들이 그 다음으로 앉습니다.

원하면 언제든 현장의 최고 책임자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는 것이죠. 내 차를 만드는 사람이 직접 답해 주는 것만큼 확실한 게 어디 있겠어요. 임원이 오셨다고 우르르 일어나서 쳐다보게 하기 보다는 그분이 가장 많이 접촉합니다. 한 마디도 나누지 않은 손님이 없도록 끊임없이 움직이죠. 어찌 보면 행사를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대표가 연단에 서서 이야기만 하고 빠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편입니다. 그래서 국내 대기업 행사의 경우 어차피 공식화된 말 밖에 못 할 걸 알면서도 임원진 주변으로 녹음기를 들고 몰려가 몸싸움하는 풍경을 종종 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들이 번갈아 다가와 말을 겁니다. 물론 그만큼 자신의 발언의 수위에 대해 철저한 훈련이 되어 있다는 뜻도 되지요.



롤스로이스 출장에서 기자로서 가장 놀랜 것은 우리나이로 고1 때부터 인턴십을 거쳐 2대째 목재 가공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 기술자와도 오랜 시간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겁니다. 한국을 떠나 여러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응대 방식이긴 합니다. 기회가 드문 만큼 또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었던 접점이었습니다. 일찌감치 자기 진로를 결정하고 장학금을 받고 취업해 프로로서 일하는 그는 입고 있는 새 양복만큼, 설렘과 자부심으로 빛났습니다.

롤스로이스는 2006년부터 매년 16세에서 24세 사이의 남녀 청년을 대상으로 최대 4년 간 자동차 제작 분야의 목재 및 가죽 가공, 도색, 엔지니어링 기술을 가르치고 정규직으로 충원하는 견습생 프로그램(Apprenticeship Program)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유럽은 장기불황이 이제는 이슈가 되기 힘들 정도로 오래 된 문제이고, 영국의 자부심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각각 BMW와 폭스바겐이라는 독일 자동차 그룹에 인수됐습니다. 자존심 센 영국정서 속에서 경영주의 교체는 반감이 없을 수 없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방식으로 경영의 묘를 꾀하고 있었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기자나 에디터는 세상을 감시하는 팩트 체커 뿐 아니라 독자를 위한 체험 대리인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구차해도 출장길에 놓인 물비누 브랜드까지 일일이 살펴보고 오는 편입니다. 언제 어디서 쓰게 될지 모르니까요. 저도 2년 전 한정된 지면에 매체 속성에 맞춰 쓰지 못한 오늘의 이야기를 이 칼럼에 쓰게 될지 몰랐습니다. 그것도 자동차 칼럼에서 스펙 얘기를 쏙 뺀 채 말이죠. 당장은 중요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단서가 될 만 한 이야기들을 다음 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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