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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팅어 개발진은 극찬받아 마땅하다
기사입력 :[ 2017-06-15 16:00 ]


나비처럼 날아올라 벌처럼 쏜다: 기아차 스팅어 시승 후기

[박상원의 Pit Stop] ‘나비처럼 날아 올라와서 벌처럼 쏜다’. 전설의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가 지난 1974년에 한 말이다. 여기서 쏜다는 영어단어가 Sting인데, 지난 6월 14일 기아차 스팅어를 시승해보니 알리가 말했던 그 말이 생각났다. 필자가 시승했던 3.3리터 스팅어 GT는 370마력이라는 넘치는 출력 덕분인지 알리가 말했던 나비와 벌의 비유가 오히려 약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돌고래처럼 뛰어 올라 가오리처럼 쐈다’라는 비유가 더 맞을 것 같을 정도로 스팅어는 힘이 넘쳤으며, 한편으로는 여유로웠고, 한편으로는 날카로운 운전이 가능했으며, 한편으로는 편했다. 필자가 지난 14년간 시승해본 국산차들 중에서 이러한 차는 단 한 번도 없었고, 지난주 언론 시승회에서 나온 스팅어에 대한 호평은 과장이 아니었음을 필자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필자는 지난 2010년 이후 국내 모 일간지의 올해의 차(COTY) 심사위원으로 매년 14개 이상의 신차종을 시승, 평가해왔다. 그 외에도 완성차 업체 R&D에서 근무했던 경력 때문에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현재까지 누적으로 200개 이상의 차종을 시승했으며, 여기에는 AMG GT-S Edition 1, 포르쉐 911, 아우디 R8 Spider와 같은 고성능차종은 물론 그랜져 HG 및 IG, 말리부, 티볼리와 같은 대중차종 등 다양한 차종들이 포함된다.

따라서, 지난 8년간 국산 신차는 모두 시승해본 결과 스팅어는 전례없는 운전 재미와 뛰어난 디자인이라는 장점을 고루 갖춘 첫 번째 국산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기아차나 현대차 모두 2007년 이후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는 경쟁사 대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핸들링 감각이 떨어지거나, 표기된 출력이 예상만큼 발휘되지 않는 등 성능적인 측면에서 독일 및 일본 경쟁 업체들보다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여전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14년 12월 22일, BMW M디비젼의 수장이었던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해왔고, 그가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언급했듯 그의 첫 작품이 바로 스팅어이다.



스팅어에 대한 기술적인 면이나 세세한 시승평은 이미 지난주 언론 시승 행사를 통해 많이 나와 있어 중복하지는 않겠다. 다만, 전직 차량 시험 엔지니어 출신으로 보면 스팅어는 GM의 개발총괄이었던 밥 루츠 전 부회장이 말했던, ‘[소비자들을] 자동차의 디자인으로 차 안까지 끌어들이고, 자동차의 성능으로 반하게 한다’는 제품개발 철학이 거의 완벽하게 구현된 첫 국산차이다. 특히,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성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실망했던 과거의 기아차나 현대차에서의 반응과 완전히 다른 반전을 일궈낸 비어만 부사장를 포함하는 스팅어 개발진은 칭찬받아도 마땅하다.

그렇다면 약 1시간 남짓했던 주행에서 필자가 느낀 시승 느낌은 어땠을까? 첫째, 핸들링이 너무 묵직하지도 않았고 너무 민감하지도 않았다. 즉, 속도를 포함하는 운전환경에 따라 핸들링의 감도가 매우 잘 변화하는 느낌이 강했다. 날카롭고도 편안하다는 모순된 핸들링 경험은 (만도의) 잘 튜닝된 R-EPS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과거에 아반떼에 처음 적용되었던 MDPS와 관련하여 공급업체였던 TRW의 엔지니어가 해줬던 말이 기억났다. 현대기아차의 엔지니어들이 핸들링과 관련된 경험이 부족해서 공급업체의 튜닝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곧 개발을 주도하는 완성차 업체들의 엔지니어들이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하면 공급업체 또한 그 수준 이상으로 부응해주지 않음을 뜻하며, 따라서 M디비젼을 비롯 BMW에서 근무했던 비어만, 그리고 그와 함께 현대기아차로 이직해왔다는 그의 독일/유럽직원들의 경험이 자동차 튜닝에 있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반영해준다.



스팅어에서 또 하나 놀랐던 것은 현대파워텍이 공급한 것으로 추정하는 FR용 8단 자동변속기의 성격이다. 현대차그룹이 자랑하는 이 변속기는 사실 ZF의 8단 FR 변속기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한때 BMW에서 현대차그룹 쪽에 공급문의를 했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다만, BMW에서는 ZF의 80% 정도밖에 되지 않는 관계로 BMW 엔지니어들이 튜닝을 도와주겠다고 문의했었는데, 이후 BMW가 도요타와 기술제휴를 하면서 그런 개선의 여지가 사라지는 듯 했다.

G80 이전모델인 제네시스 3.3에서 해당 변속기를 경험했는데, 예상보다 느린 변속감으로 패들 쉬프터(paddle shifter)를 계속 써야했던 부정적인 기억이 생생했다. 이와 달리, 스팅어의 8단 변속기는 단수가 올라가거나 내려감에 있어 변속충격이 극히 적었고, 고속도로에서 순항하는 상황에서는 마치 무단변속기와 같은 매끈한 변속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또한 BMW출신인 비어만과 그의 팀이 일궈낸 또 하나의 성과가 아닐까 생각되었고, 파워텍의 8단 FR 변속기가 5년 전 BMW에서 지적했다던 ZF보다 20%보다 부족했던 점이 마침내 채워진 듯 했다.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었다. 우선, 가죽으로 덮인 핸들(steering wheel)과 달리 그 중앙부문은 투박해 보이는 플라스틱 재질로 인해 다소 거슬렸다. 원가적으로 몇 천원이나 만원 단위의 차이였을텐데, 이 부분은 꼭 잡았으면 좋겠다. 또한, 전조등에 내재된 방향지시등은 BMW 5시리즈처럼 LED가 활용되는 반면, 후미등의 방향지시등은 전구를 쓴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이러한 트집(?)은 전조등과 후미등을 포함하는 자동차의 등(lighting) 계열 평가를 했었던 필자의 경력도 한 몫 했지만, 디자인과 성능을 훌륭하게 묶은 스팅어라는 패키지에서 개발진이 개발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판매목표 미달성에 대한 공포감으로 원가절감을 생각하면서 이곳저곳을 건드린 것은 아닌지 생각됐다. 이런 부분들은 옥에 티였고, 연식이 변경될 때 수정해주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성능이나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감성품질(perceived quality) 영역의 것이었으며, 또한 연식 변경 또는 페이스 리프트 때라도 수정이 가능하기에 결정적인 요소가 되긴 어렵다. 돌이켜보면, 필자가 1998년에 샌프란시스코로 유학을 가면서 처음으로 몰아봤던 차가 1987년형 도요타 캠리 V6기통이었다. 비교적 작은 차체에 V6 엔진의 조화는 나름 운전의 재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준 첫 차였다. 그로부터 19년이 지난 지금, 통일로에서 만난 크로마 블루 색상의 스팅어 3.3 GT는 운전의 멋과 맛이 무엇인지를 다시 깨닫게 해주었으며, 닛산 300ZX와 혼다 프레루드의 마지막 세대 차종에 침만 삼키던 대학생 때 이후로 처음으로 새 차를 갖고 싶게 해준 차였다.

시승일 늦은 오후, 시승차 반납장소인 청담동 모처로 이동하면서 수입차 천국의 중심인 이 곳에서 스팅어는 마치 끊임없는 정어리 무리를 뚫고 유유히 헤엄치는 한 마리의 돌고래 같았다. 온갖 별과 원형 형상의 로고들이 번쩍거리는 차들 사이에 전혀 꿀리지 않았던 첫 번째 국산차라니! 목적지에서 관계자에게 차량을 반납하면서 자꾸만 고개가 돌아갔다. 왜냐하면, 통일전망대에서 마주친 관광객들이 주차한 십 수대의 스팅어를 보고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듯, 스팅어는 보는 이의 가슴을 벌처럼 쏘는 그런 떨림을 주는 그런 묘함이 있으니까.

칼럼니스트 박상원 (자동차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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