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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나이 따윈 집어치워! 스팅어와 유아인의 평행이론
기사입력 :[ 2017-06-22 15:51 ]


기아차 스팅어 vs <시카고 타자기> 유아인 (1)

[강희수·정덕현의 스타car톡] 저거 수입차 아냐? 출시되기 전부터 광고나 드라마 속에서 이미 화제가 된 차가 있다. 바로 기아차에서 내놓은 신개념카 스팅어가 그 주인공. ‘당신은 원래 가슴 뛰던 사람이었습니다’라는 광고를 통해서 또 최근 tvN에서 종영한 <시카고 타자기>라는 드라마 속에서 달리고 달린 스팅어. 이 문제의 자동차에 대해 자동차 전문기자인 강희수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인 정덕현이 수다를 나눴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수다처럼 들리지만, 듣다보면 묘하게 이어지는 스팅어와 <시카고 타자기>에서 한세주 역할을 맡은 유아인의 평행이론. 거기에는 어떤 연결지점이 있었을까.

정덕현(이하 정) : 솔직히 스팅어가 어떤 차인지 잘 모르겠다. 쉽게 설명해준다면.

강희수(이하 강) : ‘대리-과장은 아반떼, 과장-차장은 쏘나타, 부장은 그랜저.’ 지난 수십 년 간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이런 공식 아닌 공식에 사로잡혀 자동차를 소비해 왔다. 이 공식에는 몇 가지 전제가 깔려 있다. 차는 한 집에 한 대만 있어야 하며, 가장이 운전하는 차를 가족이 함께 타야 했다. 더불어 차는 조직사회의 직위를 반영하는 상징이었다. 대리-과장이 부장급에 어울리는 차를 타게 되면 은근히 손가락질을 하는 그런 모난 사회였다. 현대차와 경쟁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의 박동훈 사장은 이를 두고 “현대자동차가 만들어 놓은 놀이터”라고 표현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만들어 놓은 규격화 된 소비패턴을 비판한 표현이었다.

그 규격을 깨지 않고는 독자적인 시장 확보가 어렵다고 보고, ‘놀이터 파괴’를 신차 출시의 사명으로 내걸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SM6이며 르노삼성자동차는 이 전략에 성공해, 쏘나타가 지배하고 있던 시장에 SM6라는 독자적인 영토를 만들어 냈다. 기아자동차가 ‘완전히 새로운’ 차로 만들어낸 ‘스팅어’도 ‘놀이터 파괴’의 연장선에서 그 존재를 정의할 수 있다. 쏘나타도 아니며 그랜저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차급이 스팅어다.



정 : 그러고 보니 왜 <시카고 타자기>에 스팅어가 협찬차로 들어갔고 주인공인 한세주(유아인)의 애마로 등장했는지 알 것 같다. 이 드라마 자체도 기존 드라마들이 갖고 있는 틀을 상당 부분 깬 면이 있어서다. 예를 들어 일제강점기라는 상황에서도 일제에 항거하는 독립운동의 틀만이 아니라 딴스홀에서 청춘 남녀가 사랑하고 아파하는 이야기까지를 더해준 면이 그렇다.

이 드라마는 2017년 현재의 청춘들이 일제강점기였던 전생의 기억을 되살려 그것을 기록(소설)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전생에 주요 공간으로 등장하는 ‘카르페 디엠’이라는 카페는 청춘들이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누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청년 독립운동의 아지트다. 전생과 현생이 연결되고, 일제강점기에서도 사랑과 독립운동이 공존하며, 인간과 유령 같은 현실과 판타지가 연결되는 이 드라마는 확실히 드라마에서 흔히 존재하던 틀을 깬 파격이었다. 이런 면이 스팅어라는 자동차가 갖고 있는 파격이나 도발 혹은 일탈과 어울리지 않았을까.

강 : 스팅어라는 자동차가 보여주는 것이 바로 그 격을 파하는 파격이다. 생각해보라. 아반떼-쏘나타-그랜저로 이어지는 규격화도 덧없지만 직장에서 대리-과장-차장-부장으로 이어지는 직급 또한 따분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그 시절엔 대부분의 직장인이 직급에 갇혀 직장생활을 했다. 직업 자체가 다양화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 하긴 요즘은 직업에 있어서 직급보다는 그 사람의 전문성이 더 중요해졌다. 학교도 그렇지 않나. ‘학교 우등생=사회 우등생’이라는 등식이 더 뚜렷하게 깨졌다. 규격화된 교과서를 토대로 계량화 된 성적이 아니라 개개인의 재능이 더 대우받는 시대가 됐다. 초등학교에서 최고 인기 ‘장래 희망’이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이 같은 트렌드를 뒷받침한다.

강 : 스팅어는 바로 이런 변화를 수용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젊은 전문직 종사자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경쟁력 있는 자신만의 재능을 계발해 놓고 있으며, 타인과 조직으로부터 구속 되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 자신에게 투자할 줄 알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중시한다.

정 : 그러고 보니 <시카고 타자기>에서의 한세주(유아인)는 전형적인 ‘스팅어 족’이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베스트셀러 소설가. 물론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소설가이긴 하다. 팬들이 따르고 사인을 받으려고 줄을 서고... 그런 소설가는 현실에 없다. 그러니까 한세주는 소설가라기보다는 성공한 전문직으로 연예인 같은 스타 대접을 받는 그런 인물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런데 스팅어가 성공한 젊은 전문직 종사자를 타깃으로 한다고 해도 그 가격이 만만찮다. 물론 젊은 나이에 성공한 인물이라면 큰 부담은 아니겠지만.



강 : 물론 그만한 여력은 있어야 가능한 차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사실 제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까 말한 사회적 편견 같은 것에 묶여 거기에 합당한 차를 구매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 : 그런 점은 한세주라는 캐릭터가 부유하기만 한 건 아니고 아티스트로서 자존감이 그 무엇보다는 크다는 점과 잘 맞는 것 같다. 드라마 속에는 그런 내용이 나온다.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유령작가 유진오(고경표)가 쓴 소설이 발표되는데 이게 굉장히 큰 인기를 얻게 되지만 한세주는 그것이 자신이 쓴 게 아니라고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한다. 사실 소설가로서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자기만의 뚜렷한 소신과 떳떳함이다. 돈보다 더 중요한 소신. 어쩌면 고가지만 확실한 개성을 뚜렷이 나타내는 스팅어가 내세우고 있는 마케팅 포인트도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정 : 그래서 스팅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뭐라 하겠나.

강 : ‘스팅(Sting)’이라는 단어가 “...을 찌르다”라는 뜻이다. 그래서 스팅어를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뽀족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난하거나 둥글둥글하지 않고, 누군가를 찌를 듯 날카롭다. 뾰족한 그 무엇은 적을 무찔러야 하는 전쟁터에서는 위협적인 무기로, 탑승자를 안전하게 편안하게 이송해야 하는 자동차에서는 ‘속도’로 형상화된다. 가장 빠르지만 가장 안전하게 달리는 차, 스팅어라는 이름 안에는 그래서 ‘속도’와 ‘안전’이 담겨져 있다.



정 : 속도와 안전이라는 조금은 상반된 표현이 떠올리게 하는 게 있다. 바로 <시카고 타자기>라는 제목이 가진 이미지다. 이 제목은 톰프슨 기관총의 별명에서 따온 것이다. 이 기관총은 그 소리가 마치 타자기를 두드리는 소리와 같다고 해서 ‘시카고 타자기’라는 별칭이 붙었다. 흔히들 타자기라고 하면 글이 갖는 감성적인 면을 떠올리는데, ‘시카고 타자기’는 기관총이라는 강렬함으로 표현된다.

이런 제목이 붙은 건 한세주의 전생 인물인 휘영이 독립운동을 하는 방식과 연관이 있다. 그는 독립운동을 하는 청년단의 수장이지만 통속소설을 쓰는 소설가로 위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기적으로 신문에 기고되는 글이 사실은 청년들에게 보내는 암호된 메시지들이다. 글이 바로 기관총이 되는 과정이다. 흔히들 펜은 칼보다 강하다지만 그것이 이만큼 잘 표현된 드라마도 찾아보기 어렵다. 스팅어가 가진 속도와 안전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와 <시카고 타자기>의 이미지가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강 : 맞다. 스팅어는 확실히 기존 자동차들과는 상당히 다른 포지셔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 이미지가 굉장히 강렬하면서도 도발적이다. 물론 제원 자체가 기존 자동차에서는 보기 힘든 것들을 갖고 있지만.

정 : 자동차의 제원이나 기능이 중요하겠지만 먼저 그 이미지를 깼다는 것이 이 자동차가 갖는 특별한 의미일 것 같다. 차를 모는 데 있어서 위치나 나이 따윈 집어 치우라고 말하는 듯 하니 말이다.

2부에 계속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 x 자동차전문기자 강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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