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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소방차로 사용하는 11억짜리 무한궤도 장갑차
기사입력 :[ 2017-07-08 15:17 ]
세계의 자동차 (35) - 일본에 단 한 대 밖에 없는 특수 소방차

[안민희의 드라이브 스토리] 오늘은 일본에 단 한 대 밖에 없는 소방차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와 재해나 재난 상황이 다른 나라이기는 하지만 비상 상황을 대비해 특수 소방차를 갖추고 있다는 내용이 은근 인상적이었거든요. 우리 또한 안전을 위해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 소개합니다.



일본에 특이한 소방차가 있다. 단 한 대 밖에 없는 소방차인데 불 끄는 용도는 아니다. 이름은 ‘레드 살라맨더(Red Salamander)’다. 이름은 중세 유럽 설화인 ‘불에서 태어난 도마뱀’에서 따왔다. 흔히 불의 정령으로 묘사되는 ‘불도마뱀’의 가죽은 불에 타지 않는다고. 이는 동양 설화에 종종 등장하는 ‘불쥐’와 같은 맥락이다.

레드 살라맨더는 일반 소방차와 달리 무한궤도를 달은 장갑차에 가깝다. 이는 일본의 재난 사정과 관련이 있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커다란 지진도 문제였지만 집채만한 파도의 쓰나미가 입힌 피해도 컸다. 그런데 쓰나미로 인해 도로가 파손·침수되어 구조대가 출동해도 도착에 어려움을 입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소방청은 2013년 무한궤도 장갑차를 구매해 ‘레드 살라맨더’라고 이름 붙이고 정식 배치했다. 레드 살라맨더는 싱가포르에 자리한 ST 엔지니어링의 자회사, ST 키네틱이 만드는 ‘익스트림V(Extrem V, 알파벳이 틀린 것 같지만 정식 명칭이다)’를 그대로 들여온 모델이다. 당시 일본이 구매한 가격은 1억 1,000만엔(약 11억1,480만 원)이다.

약 11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비싸게 느껴지지만 일본 소방청이 쓰는 40m 고가 사다리차의 구매 가격이 1억 7,000만 엔(약 17억2,290만 원) 수준이기에 구매 부담은 없었다고. 다만 구매 이후 최근까지 사용하지 않아 활용성 및 사용 가치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7월 7일에 오이타현 히타시에서 집중 호우 피해 지원에 나서 ‘4년만의 첫 사용’으로 뉴스에 올랐다.



일본 소방청은 레드 살라맨더가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일반 소방차의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에 들어가서 흙을 나르고, 고립된 주택 주민의 구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비싼 돈 주고 사서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 들었던 것이 억울했을 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레드 살라맨더의 제원을 조금 살펴보도록 하자.

레드 살라맨더의 길이는 8.7m다. 너비는 2.3m, 높이는 2.7m다. 무게는 10톤. 엔진 배기량은 7,240㏄. 최고출력은 303마력이다. 고무로 만든 무한궤도를 끼워 최고시속 50㎞까지 내며 달릴 수 있다. 탑승인원은 앞 4명, 뒤 6명이다. 뒤에는 물자를 실어야 하기 때문에 6명이라고. ST 키네틱스의 자료에 따르면 적재 중량은 앞 700㎏, 뒤 4,300㎏에 달한다.



무한궤도를 달은 덕분에 험로 돌파 실력이 뛰어나다. 60㎝ 높이의 장애물을 손쉽게 넘을 수 있고, 옆경사 30%, 경사 50%까지 등반이 가능하다. 또한 일정 수심의 도하 능력이 있어 물에서도 이동이 가능하다. 조난 지역 구조를 위한 자동차로서의 성능이 눈에 띈다. 다만 제조사인 ST 키네틱스는 정확한 도하 수심을 표기하지 않았다.

뒷차는 모듈형 방식을 택해 다른 용도로도 쓸 수 있다. 응급 진료용 앰블런스 모듈을 달아 오지에 들어가서 의료 봉사를 할 수도 있고, 발전기 모듈이나 방송 모듈을 달아 현지에서 전원을 공급하거나 대피 안내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점이 있다면 아마도 연비겠다. 연비가 1km/L에 불과해 현장 도착 전까지는 최대한 전용 견인차로 실어가야 한다.



레드 살라맨더가 방송에 노출되면서 아이들에게 이 차의 인기가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 소방청은 이 관심을 소방청과 화재 등에 대한 경각심 키우기로 이어갈 계획이다. 일본의 장난감 회사 ‘토미 타카라’는 제품 시리즈에 레드 살라맨더를 추가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뿐더러, 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재해 또는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주고 싶다는 요구가 있었다고 한다.

이번 이야기는 일본의 레드 살라맨더 같은 차를 들여오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의 소방 시스템에서 가장 급한 것은 소방관 처우 개선이니까. 허나 배경에 주목하길 바란다. 재난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재난 후의 자세다. 다음에는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고자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이것이 반복되면 조금 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자동차 칼럼니스트 안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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