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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에 상관없이, 스팅어가 재밌는 차라는 건 분명하다
기사입력 :[ 2017-08-21 09:55 ]


친해질수록 제 실력을 보여주는 2.0 터보
뚝심 있는 그랜드 투어러, 2.2 디젤

얼마 전 잠시 스팅어를 시승한 적이 있다. 여건상 일반 도로에서 일상적으로 달리는 정도였지만, 예상 밖으로 잘 짜인 달리기 능력과 세련된 몸놀림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스포티한 색깔을 살리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차의 성격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시승조건이 아쉬웠다. 마침 기아자동차가 인제 스피디움에 마련한 스팅어 서킷 챌린지에 참여해 좀 더 깊숙이 스팅어의 진면모를 파악해 볼 수 있었다.

서킷에서 치러지는 행사인 만큼 이론 교육과 실제 코스를 살펴보는 실기를 거쳐 서킷 라이선스를 받는 것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실기 순서부터 주최 측이 마련한 스팅어를 몰고 서킷을 돌아볼 수 있었다. 바닥 가까이 낮게 설치된 시트 덕분에 운전석에 앉으면 제법 스포티한 자세가 나온다. 스포츠 성격을 강조한 차들 가운데에는 거주성 즉 실내 공간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4도어 패스트백 세단 개념의 스팅어는 지붕이 낮으면서도 좌석을 함께 낮춰 머리 위 공간을 확보했고, 이번 행사에 앞서 잠깐 앉아본 뒷좌석도 긴 휠베이스에 힘입어 무릎 공간이 답답하지 않았다. 가족이 타기에도 넉넉해 보인다.



교육이 끝난 뒤, 제대로 된 서킷 체험에 앞서 주차장에 마련된 간단한 짐카나 코스를 먼저 달렸다. 참가자마다 두 차례의 기회가 주어졌고, 2.0 터보 가솔린과 2.2 디젤 모델을 번갈아 몰아보도록 했다. 두 종류의 엔진이 주는 차이를 느껴보라는 것. 코스가 그리 길지 않았음에도 재미있는 사실 몇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하나는 엔진의 차이에도 두 차의 몸놀림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가속 느낌이 뚜렷하게 달라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빠른 가속과 감속이 도움이 되는 짐카나에서는 아무래도 2.0 터보 가솔린이 좀 더 유리하다.

두 차가 주는 재미 차이를 좀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은 서킷과 일반 도로였다. 먼저 서킷 체험주행을 하고, 이어서 인제 스피디움 인근의 국도를 돌아보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짐카나에서 느꼈던 대로 몸놀림의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에, 두 차 모두 서킷에서는 서킷대로, 일반 도로에서는 일반 도로대로 차를 다루는 맛이 쏠쏠했다. 다만 가속감이나 엔진의 회전감각을 기준으로 본다면 2.0 터보 가솔린은 코너가 이어진 서킷이나 국도에, 2.2 디젤은 비교적 잘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기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성격 차이는 온전히 엔진 특성에서 비롯된다. 대개 배기량이 비슷하면 가솔린 엔진이 디젤 엔진보다 가볍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디젤 엔진을 얹은 차는 앞 차축에 무게가 더 실려 코너링과 제동 때 움직임이 가솔린 엔진 차보다 좀 더 부담스럽다. 서스펜션 조율에 더 신경을 쓰지 않는 한, 같은 차에 엔진만 다르다면 디젤 엔진을 얹은 쪽이 스포티한 감각은 조금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팅어에서 의외라고 느꼈던 것은 그런 디젤 엔진 차 특유의 핸디캡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어느 쪽이나 스티어링은 부드러우면서 자연스럽고, 비교적 정확하게 돌리는 대로 머리가 반응한다. 어느 정도 속도를 올려 이리저리 굽은 커브를 달려도 반응의 차이를 읽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회전과 출력 특성 차이가 차의 주행감각에 더 큰 영향을 준다.



2.0 터보 가솔린 엔진은 쓸 수 있는 회전영역은 물론, 터보차저 덕분에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영역도 2.2 디젤 엔진보다 넓다. 그리고 최대토크가 나오는 회전수도 2.2 디젤 엔진보다 낮다. 액셀러레이터를 힘껏 밟으면 짧은 허전함 뒤에 곧바로 묵직한 토크가 이어지고 치밀한 가속감을 꾸준히 끌고 간다.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놓았을 때에는 자주 변속할 필요가 없다. 커브가 이어지는 서킷이나 산길에서 유리한 이유다.

반면 2.2 디젤 엔진은 제법 큰 토크가 시원한 가속감을 자아내지만, 최대토크가 좀 더 높은 회전수에서 시작되고 짧은 구간 이어진다. 물론 엔진 회전수가 최대토크 영역을 벗어나 높아져도 가파르게 토크가 낮아지지는 않지만, 쓸 수 있는 회전영역이 좁은 탓에 예상보다 자주 변속을 해야 한다. 그런 특성 때문에 탁 트인 고속도로처럼 강한 토크의 도움을 꾸준히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운전 스트레스가 적다.



스포티한 성격의 차에서는 아무래도 가장 성능이 뛰어난 차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스팅어 역시 가장 엔진 성능이 뛰어난 3.3 트윈터보 가솔린 모델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수치상의 성능이나 실제 가속력 모두 다른 모델을 압도하니 그럴 만도 하다. 비교적 큰 배기량에 터보가 넉넉함을 더하는 3.3 트윈터보 가솔린 모델은 언제 어디서든 시원스러운 가속이 매력일 것이다. 그리고 힘의 여유만큼 차의 한계까지 다다르는 속도도 빠를 것이다.

하지만 상대적 차이가 두드러질 뿐, 그렇다고 해서 2.0 터보 가솔린이나 2.2 디젤의 성능이 지나치게 빈약한 것은 아니다. 두 차 모두 운전자의 능력 안에서 최대한 힘껏 달려도 불안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물론 선택사항(옵션)인 AWD를 추가하면 물리적 안전을 어느 정도 뒷받침할 수는 있지만, 고성능 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한순간 갑자기 엔진 힘과 접지력 사이의 균형이 흐트러질 때 당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2.0 터보 가솔린이나 2.2 디젤은 최소한 같은 조건에서 그렇게 당황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서킷에서 만큼은 안심하고 차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도 좋다. 게다가 디젤차라고 스포티한 감각을 느낄 수 없는 것도, 가솔린 터보 차라고 날카로움이 지나치게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다.



일반 도로에서는 오히려 부드럽고 편안한 주행감각 속에서 차를 다루는 재미를 느끼기에 좋다. 평상시 보통 승용차처럼 쓰면서도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을 통해 차와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성에 차지 않을 수 있겠지만, 운전의 재미를 막 느끼기 시작하는 단계인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다가올 수 있는 감각이다. 공교롭게도 서킷 라이선스 실기를 위한 서킷 주행 때를 빼면 모두 뒷바퀴 굴림 모델만 몰았는데, 앞바퀴가 접지력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끈끈하게 접지력을 이어나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앞서 잠깐 몰아본 AWD 모델도 뒷바퀴 굴림 모델과 움직임은 거의 비슷하다.

조금 깊이 파고든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다양한 조건에서 스팅어 2.0 터보 가솔린과 2.2 디젤을 고루 몰아보고 든 느낌은 그랜드 투어러 즉 GT라는 색깔이 차에 잘 구현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달리기와 관련한 요소들이 대부분 탄탄하지만 날이 서지 않아 편안하게 느껴지는 일관된 감각을 전달한다는 점은 그동안 국내 브랜드 차에서 좀처럼 느끼기 어려웠던 특성이어서 놀랐다. GT가 갖춰야할 덕목 중 하나인 넉넉한 힘에서 비롯되는 풍요로운 주행감각은 3.3 트윈터보의 몫으로 떼어두고, 2.0 터보 가솔린과 2.2 디젤에서는 안심하고 달릴 수 있는 기본기를 잘 갖춤으로써 고성능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부담을 줄이면서 한계를 높인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었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두 차 중 어느 쪽이라도 일상적인 주행에서 왠지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약간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서킷을 달려보기를 권한다. 엔진에 관계없이, 본질적으로 스팅어가 재미있는 차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자동차 평론가 류청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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