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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루엣이 황홀해서 고르는 차, 벤츠 GLC 쿠페
기사입력 :[ 2017-08-21 13:23 ]


이동수단의 가치를 훌쩍 넘어선, 메르세데스-벤츠 GLC 쿠페의 실루엣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실루엣(Silhouette)이란 단어가 있다. 검은 윤곽, 외형 등을 뜻한다. 좋아하는 단어다. 꼭 자동차 바라볼 때뿐 아니라. 모든 차가 실루엣이 있지만, 모두 눈에 박히진 않는다.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숱한 그저 그런 일상적인 윤곽 중에서 도드라지는 존재가 있다. 그럴 때 실루엣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메르세데스-벤츠 GLC 쿠페를 봤을 때 그랬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쿠페형 SUV를 내놓은 건 처음이 아니다. 보다 큰 GLE가 쿠페형을 먼저 선보였다. 2년 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봤다. 봤는데도 ‘실루엣’이 떠오르진 않는다. 덩치 큰 SUV가 엉덩이를 다이어트해도 둔해 보이는 건 마찬가지니까. 오히려 쿠페형 SUV 선배인 BMW X6이 (오래됐어도) 그럴싸했다. X6는 큰 덩치를 더 과격한 형태로 풀었다. 거대한 기계 괴수 같은 당당함이 있다. 쿠페형답게 날렵하진 않지만, 그건 그것대로 자기 영역을 확보했다.



GLE 쿠페는 다소 어중간했다. 풍성하긴 했으나 둔해 보였다. 유려하긴 했으나 퍼져 보였다. 형태와 비율, 벤츠의 디자인 언어가 크기를 갈무리하지 못했다. 이런 경우, 종종 있다. 분명히 나무랄 데 별로 없는데 전체로 보면 끌리지 않는 딜레마. GLE 쿠페는 문제를 풀지 못했다. GLC 쿠페는 달랐다. 굳이 따지자면 둘 다 방식은 같다. 원형이 된 SUV가 있고, 쿠페형으로 변신시켰다. 가지치기 모델인 셈이다. GLE 쿠페는, 분명 그렇게 보였다. 반면 GLC 쿠페는 단독 모델로 보였다. GLC의 존재를 아는데도, GLC 쿠페는 그 자체로 홀로 설 만큼 돋보였다.

같은 형태라도 크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커다란 자동차를 디자인하기 더 어려운 까닭이다. 도화지가 클수록 여백의 부담감이 커진다. GLC 쿠페는 적당한 크기의 도화지에 적절한 비율로 채웠다. 분명 앞에서 보면 SUV 외에 다른 걸 떠올리기 힘들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면 금세 다른 형태로 돌변한다. 때론 크로스오버, (과장하면) 때론 덩치 큰 해치백으로도 보인다. 아니다. 그냥 GLC 쿠페로 보인다. SUV도 아닌, 그렇다고 크로스오버도 아닌 그냥 멋있는 차.



명명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 차를 봤을 때 눈에 박히는 실루엣 자체가 그 차를 명명한다. GLC 쿠페는 그 지점에 도달했다. 고든 바그너의 곡선이 완벽에 가깝게 균형을 이룬다. 메르세데스-벤츠 SUV가 언제 멋있어서 타던 차였나. 하지만 GLC 쿠페는 다른 거 안 보고 멋있어서 선택할 만하다. 실루엣이 황홀해서 고른 차. 자동차를 이렇게 단순한 이유로 고를 사람이 없다고? 의외로 사람은 딱 한 가지에 매료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런 사람, 은근히 많다.

GLC 쿠페의 실루엣은 역동적인, 우아함으로 다가온다. 고상하고 조용한 듯한데 팔다리 선을 보면 활기찬 누군가처럼. 한 걸음 떨어져 그 선을 따라 보다 보면 감상의 지점에 닿는다. 범퍼에서 뻗어 나온 선은 허리를 돌아 엉덩이에 닿는다. 혹은 등허리를 타고 굴곡을 넘어 발끝으로 이어진다. GLC보다 더 낮은 차체는 보다 관능적 매력을 뿜어낸다. 거기에 AMG 외장 패키지도 더했다. 그 결과 선이 굵어져 보다 탄탄해졌다. 마냥 가녀리기만 한 선이 아니다.



자동차는 이동수단이다. 그러면서도 은밀한 공간이자, 곁에 두고픈 예술품이기도 하다. 사람에 따라 영역이 넓어진다. 그럼에도 결국 그 차이는 자동차가 스스로 규정한다. GLC 쿠페는 단지 이동수단으로서 존재하지 않겠다는 선언 같다. 그 선언의 핵심 대목은 GLC 쿠페의 실루엣이 차지한다. 물론 이 지점까지 단번에 도달한 건 아니다. GLC 쿠페의 실루엣이 있기 전, 벤츠가 단계별로 제시한 여러 차종의 전주가 있었다. 그 토양에서, 확실히 피어올랐다.



외관에서 이어진 실루엣은 실내로 확장된다. 인테리어는 활기차기보다 우아함으로 저울이 기운다. 간혹 외관의 화려함에 실내가 못 미치는 차가 있다. 꼭 화려함이 아니더라도 감정이 단절되는 경우가 있다. GLC 쿠페는 새로 정립한 벤츠 인테리어를 따른다. 몇몇 벤츠 SUV에는 없는, 해서 타보면 허탈한 실내가 아니다. 앞서 말한 자동차의 영역이 여전히 확대된 채로 이어진다. 밖에서 도드라진 실루엣이 안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그 안에서 운전자는 ‘활기차고 우아한’ 선을 그리며 주행한다. 스스로 그렇게 영향받는다. 그렇다고 상상한다. 운전자를 상상하게끔 하는 차는, 어떤 이유로든 박수 칠 가치가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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