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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 저격하고 싶다면 시트로엥 DS3 보고 배워라
기사입력 :[ 2017-09-06 11:57 ]


오직 취향이라는 이름 하나로, 시트로엥 DS3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외친다. 자동차에 취향을 담겠다고. 특히 젊은 층을 겨냥한 모델을 내놓을 때 힘 줘 주장한다. 주장만 한다. 실제로 담는 경우는 드물다. 포장하는 말의 향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다고 무조건 젊음, 실속, 경쾌함 같은 단어와 연결되는 건 아니니까. 몇몇 독특한 차체 색을 쓴다고 젊어지는 것 또한 아니다. 역시 포장술일 뿐이다. 잘 안 통한다.

미적 취향은 자동차 성능과 무관하다. 취향을 살리려면, 기본적으로 장식이 들어가야 한다. 마력에 하등 영향 미치지 않는 수고를, 굳이 쏟아야 한다. 게다가 자동차가 작다면 없는 여력을 발휘해야 한다. 작을수록 제작비는 한정적이다. 꼭 필요한 것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차체에 크롬 하나 달면 최종 가격이 휘청한다. 작을수록 취향을 담기엔 녹록치 않다.



취향은 곧 한 영역을 구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 다른 영역은 접고 시작해야 한다. 색깔을 만들려면 비용이 추가된다. 또 색깔이 드러나면 호불호가 생긴다. 해서 두루 선택하게 해야 하는 브랜드로선 덤비기 쉽지 않다. 대중을 상대로 취향을 논하기엔 위험 부담도 크다. 취향을 담고 싶지만, 제대로 담지 못하는 이유다. 차라리 다른 쪽에 집중한다. 합리적이니까.

몇몇 브랜드는 해냈다. 지금 당신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몇 브랜드. 혹은 몇몇 모델들. 그 중 시트로엥도 있다. 아, 없을 수도 있다. 지금 한국에서 시트로엥은 존재감이 미미하니까. 1년에 몇 대 팔리지도 않는다. 연말에 결산하면 차량 판매 ‘거꾸로 순위’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년 전 처음 선보였을 때만 해도 신선했다. 다른 것보다 취향에 집중했다. 본격적이었다.



판매율이 저조하다고 가치가 떨어질까? 취향을 담았다는 의의는 별개 문제다. 시트로엥 DS3를 처음 봤을 때가 떠오른다. 자동차를 보러 왔는데 하나의 커다란 보석 상자를 본 기분이었다. 작은데 반짝거렸다. 아무래도 귀걸이처럼 알알이 빛나는 LED 주간주행등 덕일 게다. 인상을 가늘게 뽑아낸 전조등도 한몫했다. 날카롭다기보다 선이 고왔다. 둥그런 덩어리에 얇고 부드러운 선을 숱하게 그었다. 그러면서 시트로엥 엠블럼을 형상화한 범퍼 크롬 장식이 시선을 집중시켰다.



몇몇 참신한 시도도 잊을 수 없다. 지붕을 받치는 기둥이 유려했다. 단지 차체와 분리되게 검게 처리한 정도만이 아니었다. 필러 따라 흐르는 유리창의 형태도 달랐다. 굳이 뭘 이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 있나, 한다면 할 말 없다. 취향을 담으려면 합리적인 선택을 벗어나야 하니까. 해치백 형태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한 덩어리일 수밖에 없는 형태를 최대한 입체적으로 보이려고 했다. 밋밋한 보석상자란 없으니까.

시트로엥 DS3 설명을 들으며 짐작했을 테다. DS3가 선택한 취향은 확실히 여성적이다. 유쾌하기보다는 고상하고, 재기발랄하기보단 우아하다. 보석상자로 보이는 것 자체가 어떤 취향을 설명한다. 시트로엥은 DS3로 ‘프랑스다운’ 화려함을 선택했다. 그 선택이 통하는 지점에 여성 취향이 있다. 물론 굳이 이분법적으로 나눈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DS3에는 여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도가 빤히 담겼다. 그동안 몇몇 브랜드가 젊은, 여성 고객을 겨냥했다. 쉽지 않았다. 딱히 떠오르는 모델이 없으니까.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의외로 여성 고객을 노렸으려나. 하지만 이보크는 감각을 중시해 중성적 매력이 있다. 반면 DS3는 확고하다. 분명하다. 다른 것보다 우선했다. 목표로 하는 취향을 공략한다. 얼마 전,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지방시 에디션도 내놓은 것만 봐도 안다.



실내 역시 취향을 드러낸다. (여력 안에서)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을 향해 달려간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는 물결치듯 선이 곱다. 게다가 그 선을 반짝이는 재질로 강조했다. 보석상자는 겉보다 안이 더 중요하니까. 운전대 아래쪽을 장식한 무광 금속 재질도 차급에 비해 노력했다. 반짝거리는 걸 소유하고픈 마음을 건드린다. 시트로엥의 고급 라인으로 뽑은 DS 시리즈답게.



이해할 수 없는 점도 있다. 선택한 취향은 우아한데, 달리는 감각은 경쾌하다. 푸조의 MCP 같은 반자동 변속기마저 달려 있다. 울컥거림과 우아함은 좀처럼 친해지기 힘들다. 실용성 중시하는 유럽인이라면 다르려나. 수동 모드로 놓고 패들시프트로 변속하는 맛을 아는, 우아한 여성이라. 한국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이유일 테다. 그럼에도 취향을 정조준한 의도가 퇴색되진 않는다.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DS3를 볼 때마다 고개가 돌아가는 이유다. 한국에선, 희소성까지 획득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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