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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7시리즈가 왕이라면 M760Li는 황제로 군림한다
기사입력 :[ 2017-09-09 12:04 ]


욕망을 자극하는 BMW M760Li x드라이브의 품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각 브랜드마다 기함이 있다. 대형 세단이 그 임무를 맡는다. 브랜드의 자부심을 대표한다. 그걸 구입하는 사람 또한 자부심이 생긴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쥔 자신을 그린다. 기함은 각 브랜드의 꼭짓점이지만, 의외로 꼭짓점을 타는 사람은 많다. 기함의 평준화 시대랄까. 보다 더 당당한 자부심을 욕망한다. 파는 브랜드나, 사는 사람이나.

그 결과 기함 위의 기함을 선보인다. 아예 새로운 모델은 아니다. 그동안 쌓아온 자부심이 한 등급 추락할 테니까. 대신 기함의 능력치를 끌어올린다. 왕들 사이에서 황제로 추대하는 셈이랄까. 수많은 왕을 내려다보려면 합당한 권력이 필요하다. 자동차라면 합당한 제원이겠다. BMW M760Li x드라이브가 그런 경우다. BMW 7시리즈가 왕이라면 M760Li는 황제로 군림한다. 군림하려 한다. V12 심장과 M 퍼포먼스라는 권력을 거머쥐고서.



7시리즈를 시승한 적이 있다. 740Ld x드라이브. 디젤 엔진 품은, BMW의 기함이다. 디젤 엔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매끄러웠다. 기함 정도 되면 엔진 형식의 단점 따위는 마술처럼 숨길 줄 안다는 걸 깨닫게 했다. 더불어 장점은 마법처럼 화려하게 부각시킨다는 것 또한. 740Ld를 타면서 뭐가 더 필요한지 꼽기 힘들었다. 크기면 크기, 출력이나 주행 질감 모두 BMW의 왕다웠다.

740Ld의 수준에 감탄했으니 M760Li의 존재는 오히려 사족 같았다. 정점을 찍은 모델에 무언가 더한다는 점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모터쇼의 콘셉트카처럼 상징적 존재로 선보인 게 아닐까 싶었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BMW의 장기는 탄탄한 달리기 실력 아닌가. 그런 점에서 M760Li는 기함으로서 필살기 연마한 에디션이기도 하니까.



타보지 않았다면 그냥 이벤트성 모델로 생각했을 거다. ‘황제’를 알현하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겉으로 보기에 740Ld와 M760Li의 차이는 크지 않다. M 퍼포먼스 패키지라고 해서 외관이 2단 변신 수준으로 변하지 않는다. M 퍼포먼스 배지라든가, V12 각인이 없으면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M 로고가 박힌 M 가죽 스티어링 휠은 잡으면 뿌듯하지만, 딱히 없어도 그만이니까. 디자인 중시하는 내게 변별력 없는 외관은 심드렁해지는 조건이다. 그럼에도 달랐다.

결국 달려보니 티가 난다. 정확한 수치로 비교하진 못해도, 온몸의 감각이 차이를 감지한다. M760Li를 조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영역이 펼쳐졌다. 처음에는 잘 못 느꼈다. 740Ld도 이미 완성도 높은 주행 감각을 뽐내니까. 하지만 뭘 더 바라야 할지 모르던 740Ld에서 느끼지 못한 통쾌함이 온몸을 관통했다. 740Ld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M760Li를 겪고 나니 충분하지 않았다. 바닥을 가늠하기 힘든 출력이 빠르든 느리든 운전자를 웃게 했다. 풍요로워서.



세단이 보여줄 수 있는 ‘품’의 차이였다. 세단이라면 모름지기 신속하고 편안하게 탑승자를 이동시켜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M760Li는 무엇보다 신속하고, 무엇보다 편안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7초 만에 도달하는 폭발력을 지극한 편안한 세단으로 구현한다. 두 개념은 양립하기 쉽지 않다. 빠르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흉포하기 위해서는 모른 척 넘어가는 지점이 있다. M760Li는 포기하지도, 넘어가지도 않았다.

넉넉한 공간에서 차고 넘치는 출력을 놀릴 때, 누구나 욕망의 봉인이 풀린다. 몰랐다면 모를까 알고 나면 달라지는 게 사람 욕망이다. M760Li는 가늠할 수 없는 품으로 운전자를 자극한다. 이미 필요의 영역은 벗어난 지 오래다. 어쩌면 과잉일지도 모를, 욕망의 경계를 확장한다. 그런 점에서 M760Li는 단지 고사양 모델 의미 이상을 지향한다. 욕망을 자극하는 브랜드의 전략적 모델이랄까. 고급 대형 세단이 지향하는 수준을 재설정한다. 왕과 황제의 차이처럼.



M760Li를 타고 돌아온 날은 어리벙벙했다. 꼭 사우디 왕족의 만찬에 초대받은 배낭여행객처럼 어지러웠다. 상상 이상의 풍경은 때로 사람을 아찔하게 하니까. 뭘 이렇게까지, 하는 마음이 이왕이면, 하는 바람으로 변했다. M760Li는 대형 세단이라는 어떤 상에서 벗어나 다른 선을 그은 셈이다. 그 확장된 선만큼 욕망도 자라났다. M760Li이 보여준 품의 힘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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