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News 주요뉴스

당신의 운전 실력은 갈수록 과대평가 될 수밖에 없다
기사입력 :[ 2017-09-12 15:17 ]
기막히게 코너 돌았는데...이게 내 운전 실력 아니라고?
우리가 여전히 최신형 자동차를 기대하는 이유

운전자가 누구든 운동 성능을 극대화 시켜주는 전자 제어 기술이 있다.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급하게 꺾인 코너가 갑자기 눈앞에 등장했다. 코너의 진입 속도가 너무 빨라서 자칫 코너의 밖으로 차가 미끄러질(언더스티어) 순간이었다. 하지만 골프 GTI는 별일 아니라는 듯 코너의 안쪽으로 앞머리를 강하게 밀어 넣으며 급한 회전을 실현했다. 분명 타이어의 접지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움직임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운전자를 보조하는 특별한 전자 제어 기술 때문이다.



자동차의 운동 성능이 첨단 컴퓨터에 의지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차를 만든 후에 전자제어 기술을 더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전자제어 기술에 맞춰서 차를 디자인하고 개발할 정도다. 전자제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지만, 자동차의 운동 성능을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능력을 갖췄다. 특히 이런 성과는 스포츠 드라이빙 분야에서 도드라진다. 600~700마력의 출력을 발휘하는 차를 일반인에게 버젓이 판매하는 것도 이런 기술이 뒷받침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전자제어 기술은 효율적이다. 구조가 복잡하고 원가가 비싼 물리적 장비를 대신해 비슷한 효과, 혹은 그 이상의 성능을 구현한다. 이 분야는 자세제어장치(ESC)와 트랙션 컨트롤(TCS)의 눈부신 기술 발전으로 성장했다. 이들의 발전은 다양한 하드웨어와 조화를 통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앞서 말한 대로, 폭스바겐 골프 GTI가 급하게 말리는 코너에서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었던 것도 같은 맥락의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기엔 전자식 차동제한장치(XDS)라는 기술이 쓰인다. 흔히 말하는 토크벡터링(Torque Vectoring)의 일종이다.



GTI 같은 앞바퀴굴림 고성능 자동차는 한계 스피드로 회전할 때 코너의 바깥쪽 앞바퀴에 부하가 걸리며 양쪽 바퀴의 회전/출력 차이가 생긴다. 그래서 회전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여기에 차 무게까지 저항으로 더해지면 코너 밖으로 차체가 밀려나는 현상(언더스티어)도 심하게 발생한다. 반면 신형 GTI는 XDS의 도움을 받아 이런 상황에서도 날렵한 회전성을 유지한다. 상황에 따라 코너 안쪽 앞바퀴에 독립적으로 제동을 걸고, 바깥쪽 바퀴에 동력을 더 보내 차가 코너를 향해 말려 들어가는 성질을 유도한다.

전자제어가 개입할 때 움직임도 예상보다 자연스럽다. 보통은 전자제어 장치가 주행 상황에서 개입할 때 운전자가 이질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갑자기 차의 특성이 달라지거나 일부 기능을 멈추기 때문. 하지만 XDS처럼 정교한 최신 운전 보조 전자제어는 운전자가 느끼지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개입한다. 그래서일까? 대부분 운전자가 고성능차를 운전하며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제어하는 것처럼 느낀다. 물론 일정 부분 착각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주행 전반에 걸쳐 미세하게 전자제어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좀 더 본격적인 고성능 자동차는 이보다 훨씬 복잡한 기술도 쓴다. 페라리가 최신 모델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사이드 슬립 앵글 컨트롤(Side Slip Angle Control)이 대표적인 전자제어 기술이다. SSC는 코너에서 차가 횡 방향으로 미끄러짐을 감지하고 운전자의 요구와 제어 상태에 따라 차의 움직임 특성을 바꾼다. 가령 코너를 돌아나가는 중 구동되는 타이어가 한계 접지력에 다다랐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SSC는 차의 출력이나 자세제어 장치를 일괄적으로 제어하지 않는다. 일단 운전자의 의도부터 파악한다.

만약 운전자가 좀 더 빠르게 주행하길 원하는 것 같다고 판단하면 정교한 트랙션 컨트롤(엔진 출력 제어)이 개입해 뒷바퀴의 동력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직전에 최고 접지력을 유지하도록 힘쓰는 것이다. 반대로 운전자가 재미를 위해 오버스티어(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코너보다 더 많이 차가 회전하는 형태)를 유도한다고 판단할 때는 트랙션 컨트롤과 디퍼렌셜의 세팅을 바꾼다. 그래서 언제든 안정적으로 드리프트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이렇게 정교하고 빠른 전자제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분명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SSC는 횡 방향 가속뿐 아니라 자동차의 회전각(요 레이트), 스티어링휠 각도, 각 바퀴의 속도의 정보를 통해 순식간에 주행 상황을 계산한다. 그리고 차의 움직임 특성에 따라 트랙션 컨트롤과 디퍼렌셜 설정을 변경한다. 많은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다. 하지만 운전자는 변화를 크게 느낄 수 없다. 그저 코너의 탈출구에서 차가 미끄러질 때 자연스럽게 뒷바퀴를 미끄러뜨려 탈출을 시도하면 된다. 그리곤 환하게 웃으며 다음 코너로 달려갈 뿐이다.

자동차 업계는 신기술의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그래서 많은 자동차 회사가 끊임없이 새로운 수준의 전자제어 기술을 내놓는다. 맥라렌의 최신형 모델 720S가 이를 대변한다. 여기엔 흥미로운 기술이 달렸다. 바로 드리프트 컨트롤(Variable Drift Control)이다. 드리프트 컨트롤은 말 그대로 드리프트를 도와주는 장비다. 기본적인 원리는 페라리의 SSC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720S에서는 차의 꽁무니가 코너에서 미끄러지는 각도를 원하는 만큼 조절할 수 있다. 운전자는 그저 자동차 중앙에 달린 디스플레이를 손가락으로 눌러 뒷타이어가 미끄러지는 각도만 설정하면 된다. 그러면 코너에서 아무리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설정값 이상으로 차의 꽁무니가 미끄러지지 않는다.




아직 한국에 정식으로 출시한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기술의 잠재 가능성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평가하긴 섣부르다. 이런 기술은 꼭 깊이 있는 테스트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해봤던 페라리의 SSC를 기초로 예상해봤을 땐 분명 놀라울 만큼 효과적으로 차를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버튼만 누르면 누구나 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처럼 전자제어 기술이 운전을 더 안전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하도록 자동차를 꾸준히 진화시키고 있다. 우리가 여전히 최신형 자동차를 기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