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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끓는 페라리가 여유까지 갖췄을 때, GTC4 루쏘
기사입력 :[ 2017-09-26 11:02 ]


시종일관 차고 넘치는 페라리 GTC4 루쏘의 여유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21세기 현대사회에서 가장 품고 싶은 단어가 뭘까? 여러 단어가 들고난다. 그 와중에 잔상이 꽤 진한 단어가 있다. 여유.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여유 뜻을 이렇게 정의한다. 물질적·공간적·시간적으로 넉넉하여 남음이 있는 상태. 이 시대는 항상 팍팍한 채로, 최소한 딱 맞아떨어지게 하루를 살아가도록 종용한다. 그렇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어딘가 쫓기는 듯하다. 재력 유무와 상관없이, 전반적 삶의 태도 얘기다.

자동차 한 대에도 이런 개념이 적용된다. 예산과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한다. 이 개념은 자동차를 만드는 쪽도, 사려는 쪽도 마찬가지다. 둘 다 이리저리 재고 타협한다. 그러고 나서 최종 선택한다. 물론 이 개념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있다. 앞서 말한 여유가 시작부터 끝까지 짙게 배인 자동차. 만드는 쪽도, 사려는 쪽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효율보다는 얼마나 풍성한지 음미하게 하는 존재. 페라리 GTC4 루쏘에는 그런 여유가 묻어난다.



페라리 GTC4 루쏘는 페라리가 제시하는 어떤 풍성함이다. 페라리, 하면 떠오르는 속도를 위한 머신 느낌이 아니다(물론 페라리를 알고 보면 속도만 떠오르진 않지만). 속도를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 포용하겠다는 배포가 느껴진다. 그러니까 공간. ‘2+2’ 형태로, 운전자뿐 아니라 함께 타는 사람의 공간을 넉넉하게 뽑아냈다. 뒷자리도, 심지어 트렁크도 덜어내지 않았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피 끓는 페라리인데도 그렇기에 여유롭다.

GTC4 루쏘의 심장은 V12 엔진이다. 다운사이징이 대세로 자리 잡은 시대에 아낌없이 실린더를 채웠다. 페라리의 시작이자 명성을 흔들리지 않고 고수한다. 그런 여유. 실린더 열두 개가 내뿜는 출력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차고 넘치는 출력을 쏟아낸다. 신경질적이거나 날카롭지도 않다. 공간을 ‘매끄럽게’ 밀어붙인다. 그 과정이 시종일관 여유롭다. 항상 원하는 것 이상 남았다는 태도로 일관한다.



이런 풍성함은 떡 벌어진 GTC4 루쏘 풍채와도 어울린다. 뭘 빼거나 타협한 부분을 찾을 수 없다. 낮고 넓은 차체를 그려낸 선들은 거대한 조각상처럼 웅장하다. 거대한 우주를 노니는 우주전함 같은 위용을 뽐낸다. 실제로 도로에서 보면 꽤 이질적이다. 우주처럼 먼 존재로 느껴진다. 그 거리만큼 현실의 팍팍함과도 멀리 떨어져 보인다. 가격표와 상관없이.

실내 역시 마음껏 재료를 쏟아 부어 요리했다. 페라리 레서피를 따르면서 공간을 확장했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질 좋은 가죽이 감싼 뒷자리를 감상하는 여유. 운전자만의 페라리에서 확장한다. 그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들과 호사를 함께한다. 동승석을 위한 디스플레이도 한층 풍성해졌다. 덕분에 동승자는 단지 옆에 앉은 수동적 자세에서 벗어난다. 버추얼 게임처럼 속도에 따라 동승석 디스플레이 그래프가 요동친다. 동승자는 눈으로 (디스플레이를) 보고 몸으로 (페라리 거동을) 느끼며 출력을 음미한다. 동승자도 생각하는, 얼마나 여유로운 자세인가.



GTC4 루쏘는 어떻게 보면 페라리가 해석한 SUV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페라리 SUV 얘기가 솔솔 나오지만, 아무튼 페라리가 생각한 다목적으로 풍성한 가치를 반영했다. 성능은 말할 것도 없이, 공간이면 공간, 분위기면 분위기 모두 상한선을 두지 않았다. 제한 없이 최대한 노력한 결과랄까. 지면을 넓게 움켜쥐며 대기하는 GTC4 루쏘를 보노라면, 여유를 지향하는 인간의 욕망이 느껴질 정도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하고 되묻는다.

이탈리아 시골길에서 GTC4 루쏘를 타본 적이 있다. 붉고 굵은 선으로 전원을 가로지르는 맛. 맑은 공기 사이사이 페라리 음색을 퍼트리는 쾌감. 빠르게 달리든 천천히 달리든 시종일관 흘러넘치는 출력. 이 모든 걸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 한없이 넘실거리는 풍요로움을 음미하게 하는 자동차 성격까지. 기존 페라리 이상의 가치를 품는다.



보통 페라리를 떠올리면 뜨겁고 들끓는다. 여유 같은 나른한 느낌과 짐짓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GTC4 루쏘는 기존 영역을 보존한 채 확장한다. 전환이 아닌 포용. 그럴 수 있는 여유로 사람들의 욕망을 채우고 또 채운다. 끝을 볼 수나 있을는지.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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