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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토반, 졸부 놈들이나 무작정 무제한 속도 내는 곳”
기사입력 :[ 2017-10-03 16:14 ]


훌륭한 매너의 독일 운전자들이 기억에 남는 아우토반

[내가 가 본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속도는 무제한, 성능은 최대한”이라는 현대 엘란트라의 광고 카피를 기억하고 있는지. 자동차의 맛을 알게 된 이후 언젠가는 독일에 가서 아우토반을 달려보겠다고 다짐해왔다. 지난 2015년, 필자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참석을 위해 독일로 날아가 아우토반을 달렸다. 언젠가 이루고 싶었던 소망 하나를 이룬 셈이다.

시작은 렌터카였다. 열심히 유럽 렌터카 사이트를 뒤졌지만 필자의 질주본능을 채울 고성능 자동차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어차피 느리게 달릴 거라면 차라리 가장 저렴한 렌트카를 고르자라는 생각에 ‘포드 피에스타’를 빌렸다. 직렬 4기통 1.4L 가솔린 엔진에 수동 5단 변속기 맞물린 모델. 독일인데도 1주일에 약 24만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자랑했다.

그런데 실제로 수령한 렌터카는 거의 달리는 광고판이었다. 어쩐지 너무 쌌다. 그래도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유럽에는 진짜로 에어컨 없는 렌터카도 있다는데, 적어도 시원한 에어컨과 블루투스 오디오는 달려있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해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이 있는 슈투트가르트를 들렸다가 돌아오기로 했다.



천천히 공항을 빠져나와 도로에 합류했다. 처음으로 달리는 독일 도로라 긴장했다. 그런데 사실 너무 쉽게 적응했다. 한국과 같이 왼쪽에 운전석이 있고 오른쪽 길을 따라 달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저하게 교통법규 지키는 이들 덕분에 조바심 낼 필요 없었다. 도심 속 속도 제한인 시속 50km에 맞춰 달렸다. 과속을 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독일은 속도위반 카메라를 보이지 않는 위치에 숨겨둔다. 알려주는 표지판도 없다. 그리고 고속도로보다 시내 과속 벌금이 더 비싸다. 한화로 치면 최소 2만원부터 90만원까지 세분화해 나눴다. 짧게 예를 들면 시속 1㎞라도 넘기면 15유로(약 2만 원) 벌금이며, 시속 50㎞ 구간에서 시속 81㎞로 달릴 경우 160유로(약 21만7,000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시내를 빠져나와 아우토반에 들어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우토반의 현실은 상상 이상이었다. 모두가 아우토반에서 최고속도로 달리는 건 아니지만 3차선에서 시속 130~140㎞ 순항이 가능했다. 2차선으로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도 1차선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며 앞차와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달렸다. 차가 적은 것도 아니다. 이건 질서의 힘이다.

그러나 항상 무제한으로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종종 속도 제한 구역을 만나게 된다. 공사 중이거나 자동차가 합류하거나 빠져나가는 구간은 속도를 줄여야 한다. 차가 합류하는 구간에는 속도를 줄여 안전하게 진입하도록 돕고, 완전히 닫힌구간에서 무제한으로 달리라는 의미다. 아주 합리적인 방식이다.



아우토반에서 가장 중요시 여길 것은 올바른 차선 이용이다. 4차선 고속도로에서 3차선을 유지하며 시속 130km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1차선은 추월하는 사람들, 2차선은 속도 높여 항속하는 사람들, 3차선은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는 사람들, 4차선은 트럭들이 달린다.

필자 또한 3차선에서 열심히 속도 높이며 달리다가 제한 속도 표지판이 나오면 속도를 줄이고, 속도 제한 해제 표지판이 나오면 다시금 속도를 높이기를 거듭했다. 3차선의 차를 속도내서 추월할 때만 잠깐씩 2차선을 썼다. 방향지시등을 켜서 차선을 옮길 때면 사람들은 쉽게 양보해줬다.



모두가 규칙을 지키는 속도 무제한의 고속도로는 아주 능률적인 시스템이었다. 한국에서 운전할 때면 무규칙의 고속도로에서 쉽게 지쳤건만, 여기서는 모두가 규칙 똑바로 지키고 양보를 하니 필자도 똑같이 따라 달리기만 하면 됐다. 처음에는 높은 속도 앞에 망설였지만, 계속 아우토반을 달리다보니 독일 운전자들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

이는 준법 정신뿐만 아니라 잘 정리된 교통법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만일 독일에서 한국처럼 1차선을 유지하고 달렸다가는 다른 차들의 통행을 방해한 죄목으로 80유로(약 1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그리고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라면 상위차선 점유는 불가능할 테다. 3차선에서 시속 140km 순항은 일도 아니다.



독일인의 자동차와 운전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어디서 왔소?”라는 질문에 한국에서 독일 자동차 문화를 경험하러 왔다며 답하면 무슨 차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십중팔구는 나왔다. “나는 현대차의 나라에서 왔지만 아우토반을 달려보니 독일차가 최고인 것 같다”고 답하니 엄청나게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독일사람이 사기에도 독일차는 비싸니 다른 나라 차를 산다오. 그런데 독일을 달려보니 뭐가 제일 좋았소?”란 질문에 “매너 좋은 운전자들 덕분에 운전이 정말 편했다. 비매너 운전자는 극히 일부였다”고 답했다. 돌아오는 답변이 걸작이었다. “진짜 독일사람은 함부로 경적을 울리지 않소. 갑자기 돈 좀 만진 졸부 놈들이나 비싼 차 몰고 난리치는 거요.”



칼럼니스트 안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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