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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스포츠카보다 맛깔스러운 긴장감, 재규어 F-타입
기사입력 :[ 2017-10-10 07:58 ]


긴장시켜 더 짜릿한 재규어 F-타입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흔히 자동차, 하면 안락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자동차 시장에서 세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까닭이다. 최근에는 SUV 비중이 높아졌다. SUV도 이젠 세단만큼 안락함을 추구한다. 거칠고 모험심 고취하던 SUV는 이제 옛말이다. 승차감 매만지고, 공간성 극대화한다. 머리 공간까지 넉넉하니 어찌 보면 더 안락할지도 모른다. 공간이라는 개념이 맞물리며 안락함은 자동차의 주요 덕목이 됐다. 얼마나 편한지, 얼마나 대우받는 기분을 주는지 서로 경쟁한다.

이런 경향은 이제 전반적이다. 심지어 스포츠카마저 안락함을 일정 부분 담보한다. 화끈할 땐 화끈하지만, 의외로 타보면 부드럽게 다독인다. 누구나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조율했다. 온순하게 조련됐달까. 늘어난 개체수도 영향을 미쳤다. 스포츠카를 보고 안락함을 운운하는 시대가 됐다니. 물론 ‘종족 특성’은 변하지 않았지만, 다소 긴장감이 사라졌다.



자동차를 보고 긴장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성격이 오롯이 드러날 필요는 있다. 뾰족한 특질이 도드라질 때 생동감이 넘친다. 스포츠카라면 긴장감을 조성한다든가. ‘비싼’ 차라는 재화 가치에 갇히지 않은 순수한 성질 얘기다. 스포츠카는 특수한 영역을 활보하는 존재다. 보통 자동차와는 떠오르는 단어가 달라야 한다. 가격이 아닌 다른 무엇이 앞서야 한다.

재규어 F-타입을 접했을 땐, 사뭇 달랐다. 우선 외모부터 많은 가치를 표현했다. 스포츠카, 하면 꽤 요란한 선을 떠올린다. 빠르다는 걸 시각적으로도 보여주고자 하니까. 대체로 화려하게 선을 긋는다. 선 주변에 다른 선을 첨가하며 화려하게 꾸민다. 반면 F-타입은 무척 간결하다. 선 몇 개 정갈하게 그었다. 대신 신중하고 단호했다. 팽팽한 선은 그 자체로 매서운 성질을 드러낸다. 게다가 선과 선이 연결되는 부분을 뾰족하게 처리했다. 한층 날카롭다.



F-타입은 E-타입을 계승한다. E-타입은 반세기 전 자동차다. 당시 매끄러운 선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표현했다. F-타입 또한 최종 형태가 다를 뿐 팽팽하다. 어딘가 베일 듯한 긴장감이 있다. 이런 사람 있잖나. 말수가 적어 묵직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사람. 그러다 던진 한 마디가 정곡을 찌르는 사람. F-타입 또한 선을 빼고 또 빼 긴장감을 조성한다.

F-타입의 성격은 달릴 때 더욱 부각된다. 외관은 전초전일 뿐이다. 재규어 디자이너, 이안 칼럼이 빚은 비율이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한 건 맞다. 하지만 외관은 결국 기계적 성격과 맞물려야 빛을 발한다. 언젠가부터 고급 세단이 재규어 브랜드 상징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본성을 잊어버리는 게 더 익숙한 시대니까. F-타입도 이성이 앞선,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스포츠카라고 짐작했다. 착각이었다. E-타입 계승자답게 옛 스포츠카의 본성을 일깨웠다.



본격적이었다. 작심하고 스포츠카답게 만들었다. 몸으로 전해오는 박력이 다분히 거칠었다. 세단 영역까지 넘나드는 스포츠카와는 달랐다. 이 공간에 들어오면 잔뜩 긴장하라고 분위기를 조성했다. 스티어링 휠을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긴장한다는 반응. V8 엔진이 뿜어내는 출력을 꽤 직설적으로 전달했다. 봐주지 않겠다는 선포. 그 사이에서 사뭇 놀랐다.

압권은 배기음이었다. 웅장한 연주는 아니었다. 듣기에 아름답진 않았다. 아름답지 않다고 꼭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마디로, 달랐다. 그동안 듣던 공공도로 위 스포츠카의 포효와는 확실히 달랐다. 서킷처럼 본격적인 곳에서 종종 듣던 소리였다. 날카롭다 못해 귀가 아리는 상태. 기계가 내는 원초적인 소리가 실내에 유입되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긴장. F-타입의 정체성이다. 시각, 촉각, 청각이 어우러지며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물론, 기분 좋은 긴장이다. 긴장하면 그만큼 감각이 예리해진다. 무뎌진 감각이 되살아날 때 우린 신선하다고 느낀다. 해서 때론 힘들기도 하다. 보다 편한 걸 찾으려고 슬그머니 엉덩이를 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행위에 집중하게 하는 긴장은 유희의 영역으로 인도한다. 현대사회는 딱히 긴장할 거 없는 일상을 늘어놓으니까.

F-타입은 스포츠카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듯 예리한 감각을 요구한다. 여느 스포츠카보다 노골적이다. 절로 집중하다 보면 세포가 활성화하는 기분을 느낀다. 맛깔스러운 긴장감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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