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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틀렸다, 토요타에게는 아직도 배울 점이 많다
기사입력 :[ 2017-10-14 13:48 ]
토요타, 하이브리드와 디젤 간의 싸움에서 판정승을 거두다

[박상원의 Pit Stop] 지난 2015년 하반기 이후 진행 중인 ‘디젤게이트’를 보면 20년 전, 애플과 델 사이에 있었던 어느 한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애플 현 CEO인 팀 쿡 사장이 아직까지도 기억한다는 이 사건은 20년 전인 지난 1997년 12월 30일, 애플의 주가가 현재의 0.3%에 불과한 47센트를 기록할 때였다. 당시 스티브 잡스의 숙적이던 델(Dell) 컴퓨터의 마이클 델 사장은 애플의 열악한 실적을 두고 ‘내가 사장이라면 회사 문을 닫고 청산한 후 투자가들에게 돈을 돌려주겠다’라며 비난했다.

이에 분노한 스티브 잡스가 공개적으로 F로 시작되는 욕설을 한 것이 아직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이후 20년 동안 기사회생해 미국 상장업체들 중 시가총액 넘버 원이 된 애플과 달리, 델은 같은 기간 동안 부침을 겪으면서 상장폐지를 거치는 등 다소 거친(rough) 성장통을 거쳤다.

자동차 산업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으니 토요타와 그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대변되는 친환경차 전략이 그것일 듯 싶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THS)는 1993년 봄, 도요타가 1)당시 자동차들의 연비의 2배에 달하고, 2)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며, 3)5명의 성인을 앉히고, 4)넉넉한 실내공간을 제공하는 친환경차 개발을 목표로 삼으면서 시작됐다. 도요타는 이를 위해 1995년 6월, 내연기관 및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목표 달성에 있어 최적의 해법이라고 판단했고, 1997년 10월 이 방식을 최초로 적용한 프리우스를 출시했다.

THS라고 불리워지게 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곧 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중 한 명이 포르투칼 총리 출신으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유럽연합(EU)의 대통령이었던 호세 매뉴얼 바로소(Jose Manuel Barroso)였다. 얼마나 THS에 감명받았는지, 바로소 대통령은 EU내의 판매차량의 일정 비율을 하이브리드 차종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토요타를 제외한 완성차 업체들, 특히 독일을 위시로 한 유럽 업체들이 THS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THS를 가장 공개적으로 비판한 사람은 제네럴 모터소의 밥 루츠 전 부회장으로, 그는 ‘자동차의 심장이 두 개일 필요는 없다’라며 THS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반면, THS에 대한 완성차 업체들의 반감은 기술 그 자체보다는 토요타가 지니고 있는 각종 IP(지적 재산권)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토요타는 THS를 개발하면서 경쟁사들이 이를 피해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하게 특허를 걸어 놓았고, 따라서 경쟁사들이 도요타의 이러한 전략에 분노했다는 루머도 당시 업계에 있었다. 결국 포드나 BMW 등은 THS를 비롯한 각종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 있어 도요타와 협력했고, THS의 사용에 있어 기술료를 지불했던 포드의 경우 GM과 달리 THS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독일 업체들의 경우 경쟁사인 도요타 기술을 채용한다는 사실에 자존심 때문인지 THS의 채용에 있어 감했다. 따라서 1990년대 후반부터 디젤기술을 승용차에 대거 적용했었고 폭스바겐의 경우 ‘깨끗한 디젤’이라는 선전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면서 THS에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했었다.

이러한 가운데, 토요타와 혼다 등 다수의 일본 업체들은 폭스바겐의 ‘깨끗한 디젤’, 즉 디젤 기술을 통해 높은 연비와 낮은 매연의 동시적인 달성은 그들의 연구실에서 재현할 수 없다면서 의심쩍은 시선을 계속 던지고 있었다. 혼다의 엔지니어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런 수치들이 나오는지 알 수 없다’면서 어이없어 했을 정도였다. 결국 진실의 순간은 왔고 2015년, 이제는 잘 알려졌듯 대다수의 독일 지동차 업체들이 디젤의 질산화산소(NOx) 배출량을 ECU 등을 통해 조작했음이 밝혀졌고, 디젤게이트라는 엄청난 후폭풍을 맞으면서 관계사들인 폭스바겐, 벤츠 등은 자의반 타의반 전기차 전도사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상황은 THS가 절대적으로 승리한 것을 뜻할까? 수익성 기준으로 보면 THS는 토요타 수익에 있어 큰 기여를 못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히려 토요타 하이브리드 차종들의 누적손익은 원화로 조(兆)원 단위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업계에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S는 토요타가 친환경차 시대를 선도하게 해준 결정타였으며, 따라서 THS 관련 차종들의 누적 적자는 마케팅 비용으로도 봐도 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THS는 궁극적으로 토요타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줬다.

또한, 토요타는 THS – 이제는 THS II 또는 Hybrid Synergy Drive(HSD), Lexus Hybrid Drive라는 다양한 명칭으로 파생되었다 – 를 통해 순수 전기차 또는 수소연료전지차 시대의 전개에 있어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특히, 테슬라와 같은 순수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을 아직 출시하지 않은 토요타는 전기차 출시를 일부러 지연하고 있다고 추정되고 있을 정도이다.

지난 2010년, 토요타가 테슬라의 지분 3%를 5천만 달러에 구입했던 사실을 기억하시는지? 토요타 사장, 토요다 아키오가 테슬러의 빠른 기술 개발 능력을 배우겠다고 하면서 매입한 테슬라 지분은 양사의 문화적 충돌로 인해 토요타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종료됐다. 토요타는 이 기간 동안 테슬라에 사외이사도 파견했으며, 테슬라와 RAV4 전기차를 공동개발하면서 잠재적 경쟁사 내부를 속속들이 파악한 것으로 추정된다(참고로 다임러 또한 테슬라의 대주주였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토요타의 순수전기차 출시는 어렵지 않은 상황이며, 특히 세계 최대의 하이브리드 차 판매 업체인 토요타는 폭스바겐 등과 달리 순수전기차를 당장 출시하지 않아도 대다수 국가에서 매연 및 연비 기준을 충분히 맞출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더욱 무서운 것은 토요타가 친환경차 시장에서만 강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성능 및 디자인에서 해외 언론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신형 렉서스 LC 및 LS의 연이은 출시, 그리고 10월 말 도쿄모터쇼에서 선보일 GR HV 스포츠컨셉 및 TJ 크루저와 같이 디자인에서도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어 가고 있다. 물론 투자가들은 토요타의 미래를 좋게 보고 있으며, 동사 주가 또한 최근 6,700엔 대를 돌파하면서 지난 2002년의 최고점이었던 7,100엔대를 향해 재차 상승했다. 시가총액이 완성차 업체로는 최고인 1,988억 달러(한화로 약 240조원)를 기록 중인 상황이다. 이처럼 토요타는 조용하게 장기적으로, 그리고 확실하게 자신들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토요타에게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라고 선언했다는 현대차를 비롯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다양한 난제에 직면한 가운데 본받아야 할 업체는 다시 토요타가 되어야 할 이유이다. 참고로, 마이클 델은 팀 쿡 사장조차 아직까지 화나게 만든 1997년도의 코멘트를 최근에서야 ‘내 발언이 잘못 전달되었다고’ 공개 언급했었다. 이제는 시가총액 908조원의 회사가 된 애플을 아직까지 화나게 할 필요는 없었던 것일까?



칼럼니스트 박상원 (자동차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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