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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시장 양분한 벤츠 스프린터·현대 솔라티 비교해보니
기사입력 :[ 2017-10-15 08:15 ]
차분한 스프린터와 경쾌한 솔라티, 우연히 만들어진 밴은 없다

겉보기 투박한 밴, 실제론 꽤 섬세한 감각의 자동차였다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밴은 달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달린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여기에 적합한 것은 많은 사람을 쾌적하게 목적지까지 이동시킨다는 의미다. ‘Vans. born to run.’ 프리미엄 밴 시장의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가 내세운 슬로건도 비슷한 의미다. 갑자기 밴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프리미엄 밴 시장이 한국에서 이제야 제대로 기지개를 켜기 때문이다.



미니버스 크기의 9~16인승 프리미엄 밴은 국내에선 소규모 시장이다. 그동안 일부 해외 브랜드 제품이 병행 수입 형식으로 간간이 팔렸을 뿐이다. 하지만 2015년 현대자동차가 쏠라티를 출시한 후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6년 쏠라티는 약 600여 대가 팔렸다. 국내엔 없는 시장을 개척했다는 점에서는 성적이 나쁘지 않다. 출시 당시 수동변속기 모델만 있었지만, 지금은 8단 자동변속기 모델이 등장해 판매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한편 올해 8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 밴 보디빌더인 와이즈오토홀딩스가 벤츠 스프린터를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했다. 소규모 시장을 노리는 프리미엄 밴들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밴은 승객 중심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더 많은 사람을 더 효율적으로 태우고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 꾸준히 덩치를 키워왔다. 실제로 경험해보면 구석구석에 차를 만드는 노하우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프리미엄 밴 시장의 강자는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다. 한국에선 비즈니스 용도에 적합한 유로 코치 모델을 기본으로 2~3열 뒷좌석 공간을 강조한 유로스타로 구분된다. 이보다 한층 고급스럽게 꾸민 최고급 라인업인 VIP 시리즈도 곧 더해질 예정이다.



현대 쏠라티도 추구하는 목표가 스프린터와 비슷하다. 다만 사용자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트림이 다양하다. 14~16개 시트를 가진 비즈니스 밴 모델이 기본이다. 여기에 특장차라고 불리는 용도별 개조형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리무진의 경우 시트를 8개로 줄이고 2열의 편의성을 대폭 강조한다. 1열과 2열 사이가 격벽으로 완전히 구분되는 비즈니스 용도다. 투어 모델은 10인승 구조로 장거리 여행 등에 적합하다. 사용자의 취향과 목적에 따라 캠핑카, 어린이 버스, 구급차, 휠체어리프트 모델도 선택할 수 있다.



사실 밴에서 실내 공간이나 편의 장비는 모델마다 큰 차이가 난다. 사용자의 취향이나 목적에 따라 평가도 완전히 갈라진다. 하지만 모두가 공통으로 궁금한 부분도 있다. 바로 주행 성능이다. 밴은 한눈에 보기에도 승용차와는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차폭에 비해 높이가 높고, 길이도 길다. 게다가 타이어 크기는 작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다. 차의 모습이 불안해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그럼 실제로 주행 감각은 어떨까?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 유로 코치의 운전 감각은 제법 차분하다. 기본 공차 중량은 3,535kg. 그런데도 움직임은 경쾌하다. 동시에 모든 면에서 부드럽다. 190마력(449kg·m)을 발휘하는 3.0L 디젤 트윈 터보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가속력은 꾸준하다. 승합차 속도제한인 시속 110km까지 예상보다 빠르게 도달한다. 가장 큰 특징은 다른 프리미엄 밴들에 비해 승차감이 좋다는 점. 요철 구간에서도 앞뒤 좌석 모두 꽤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이런 게 기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느 밴들과 비슷한 섀시 구조와 서스펜션(기본형은 뒤에 판 스프링)을 쓰면서도 세팅의 차이만으로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스프린터 유로 코치는 코너링 성능도 안정적이다.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빠르게 코너에 들어서면 차체가 일정하게 기울어지며 운전자에게 주행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하지만 불안하지 않다. 넓은 차폭과 폭 235mm 타이어가 노면을 부드럽게 잡는다. 여기서 더 속도를 높여 봐도 크게 문제가 없다. 움직임이 불안해지는 순간에는 자세제어장치(ESP)가 일찍 개입해서 차를 부드럽게 진정시킨다. 어떤 순간에도 승객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다. 이게 밴을 만드는 노하우라는 생각이다. 당연히 안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측면 바람 보조, 충돌 방지 경고, 사각지대 보조 장치가 기본이다.



현대 쏠라티는 스프린터에 비하면 움직임이 가볍고 경쾌하다. 비결은 개선형 디젤 엔진과 변속기의 조화다. 이번에 시승했던 모델은 2016년형으로 6단 수동 변속기를 얹었다. 보닛 깊숙한 곳에 자리한 2.5L 4기통 디젤은 최대출력 170마력(43kg·m)을 발휘한다. 스타렉스의 것을 바탕으로 하지만 연료분사 압력을 높이고 요소수(SCR, 질소산화물을 정화)를 사용해 출력과 연비를 개선한다. 달리기 성능은 스프린터보다 약간 뒤처진다. 무게가 더 무겁고(4,000kg), 엔진 출력도 떨어지기에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수동변속기의 조화로 스피린터보다 부족한 운동성을 많이 채워준다. 운전자가 느끼기에 차의 움직임이 경쾌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짧은 기어비는 엔진 토크를 살리는데 중시한 세팅이다. 그래서 시속 110km까지 속도를 올리는 게 어렵지 않다.



쏠라티의 코너링도 제법 안정적이다. 넓은 트레드 폭과 긴 휠베이스 덕분에 급한 코너링에도 움직임이 차분하다. 말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스프린터의 질감과는 좀 다르다. 때때로 16인치 휠과 폭 235mm 타이어가 노면을 따라 엉뚱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하지만 주행 중 위험한 상황을 만나기 전에 자세제어장치(VDC)가 거동을 빠르게 안정화시킨다. 시속 80~110km로 달릴 때 앞뒤 좌석에서 느끼는 감각이 나쁘지 않다. 외부 소음(노면, 바람) 억제 능력도 우수했다. 현대자동차는 이런 크기의 밴을 만들어본 경험이 많지 않다. 그런데도 미니밴에 필요한 요소와 주행 성능을 잘 실현했다. 물론 스프린터와 비교하면 주행 성능부터 상품성까지 하나씩은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승용차 시장에서처럼 두 모델의 고객층은 다르고, 가격 적으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직접적인 경쟁은 의미가 없다.



두 프리미엄 밴을 타보고 ‘밴은 달리기 성능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많은 승객을 태우고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실제론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조건을 충족되어야 했다. 그냥 덩치 크고, 실내를 넓게 디자인해서 뚝딱 만들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덩치와 무게를 생각할 때, 이들이 보여준 주행 성능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그러니 우연히 만들어지는 밴은 없다는 결론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계산하고, 자동차 제작 노하우를 총동원해야 했다. 우리가 상상한 투박한 자동차가 아니다. 실제론 꽤 섬세한 감각의 자동차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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