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News 주요뉴스

솔직히 아반떼를 운전하며 ‘즐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사입력 :[ 2017-10-17 13:32 ]


우리 아반떼가 달라졌어요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아반떼는 1995년에 처음 나왔다. 엘란트라 후속이었다. 1세대 아반떼(현대는 엘란트라 포함해 2세대라 부르지만)에 얽힌 추억은 누구나 있다. 부모님 차든, 자기 차든, 친구 차든 아반떼를 타고 어딘가 갔다. 이동수단으로서, 두루 접했다. 꼭 안 타봤어도 추억은 있을 테다. 매끈한 곡선과 매서운 형태의 램프류 감상평 같은. 지금도 ‘구아방’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군림한다.

아반떼는, 현대차에 취약한 이야기가 있다. 시간이 쌓은 지층이 두텁다. 성능을 떠나 우리네 삶에 스며들었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은 예전만큼 존재감이 잦아들었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첫 차로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린다. 가격과 용도, 크기와 성능이 준수하니까. 더 크고, 더 성능 좋은 차가 수두룩하지만, 그래도 아반떼 정도면. 즉, 아반떼는 나름의 기준을 만든 거다. 아반떼가 만들었든, 사람들이 만들었든, 그 기준은 꽤 강력하다.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합리적 선택이랄까. 지금은 쏘나타가 그 영역까지 집어삼키긴 했다. 그럼에도 아반떼는 몇 백 만 원 차이만큼 선택 영역을 확보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존재감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따져보면 아반떼가 만든 기준이 발목을 잡았다. 그 기준은 오직 이성의 영역에 머무른 까닭이다. ‘합리적’이라는 단어로 아반떼는 스스로 울타리를 쳤다. 더 탐스러운 ‘합리적 선택’에 점점 위축되면서. 계산기 속 선택지의 한계. 매력이 있었는지 잊을 만큼,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5세대(현대 기준으로 보면 6세대) 아반떼, 즉 AD가 처음 나왔을 때, 감흥이 없었다. 아반떼 신형이 출시된다고 떨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세대 바뀌었으니 새 거라는 이점 외에는 동하는 게 없었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아반떼 매력은 떨어졌으니까. 이렇게 세대와 매력도가 반비례하는 자동차를 찾아보기도 힘들 테다. 그렇게 아반떼 AD를 바라봤다. 타기 전까지.



아, 디자인은 호감이긴 했다. ‘구아방’ 이후로 외모 보고 동공이 살짝 떨렸다. 여전히 어깨 부풀린 과격한 면은 있었다. 좌우로 한껏 늘린 전조등이라든가, 차체 이곳저곳 조각도로 파낸 장식이라든가. 하지만 마무리가 달랐다. 그 과격함을 꼼꼼하게 사포로 다듬은 느낌이었다. 모난 각을 그나마 꾹꾹, 눌러 전체적으로 매끈하게 처리했다. 그러고 보니 ‘구아방’ 콘셉트와 비슷했다. 시대가 변해 표현 방식은 달라졌지만, 강렬하면서 매끈하게.

그 외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아반떼에 운전 재미를 주문하면 과욕이니까. 무난하게 적당히, 두루뭉술하게 달려주면 기특할 뿐이었다. 빼어난 곳 없지만, 가격 생각하면 딱히 흠 잡기도 힘든. 아반떼는 언젠가부터 이런 식으로 바라보고 판단했다. 그러니 자꾸 아반떼의 가치에 앞서 가격표 숫자가 먼저 떠오를 수밖에. 상품으로서, 온전히 값 대비 가치만 계산해왔다.



도로 요철을 넘는 순간, 갑자기 세상이 달라졌다. 도동 혹은 토동. 탄성이 느껴졌다. 아반떼 하체에서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 집중해서 엉덩이 감각을 느꼈다. 그러자 아반떼가 노면을 부드럽게 연주했다. 적당히 긴장감 있는 리듬. 서스펜션만의 역량은 아니었다. 실내가 보다 단단해진 느낌.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탄성이 강해졌다. 탄력 있게 노면을 대하고, 그 반응을 운전자에게 전달했다. 기분 좋은 긴장. 아반떼가 달라졌다.

과거에 아반떼가 뭘 느끼게 한 적이 있었나? 운전할 때 감각에 집중하도록 한 적이 있었나? 이제 아반떼가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그냥, 따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운전자는 이동하고, 아반떼는 이동시키고. 하지만 아반떼 AD는 이동하면서 운전자와 소통하고자 했다. 조금 더 알고 싶고, 알아봐주길 원하는 관계. 차체 강성과 하체가 성숙해진 결과다. 원래 성숙해지면 소통하는 폭이 넓어지잖나. 아반떼를 운전하며 ‘즐긴’ 적은 처음이었다.



아반떼의 성숙을 종합하면 단정함이랄까. 노면을 대하는 자세가 단정하다. 해서 운전할 때 불쾌한 몸짓을 많이 걷어냈다. 디자인 변화도 어찌 보면 같은 맥락이겠다. 물론 여전히 스티어링 휠 감각은 하체에 비하면 무미건조하다. 반응이 모호하다. 단지 조향하는 데 의의를 둔다. 하지만 그러려니 한다. 한꺼번에 많은 걸 기대하면 과욕이니까. 이미 이번 세대는 하체로 대변되는 몸놀림만으로도 성장 폭이 크다. 아반떼가 이제, 반응하기 시작했다. 교감하기 시작하면 매력은 절로 생긴다. 또 성장하길.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