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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 좋은 차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기사입력 :[ 2017-10-19 10:08 ]


제네시스, G70 말고 럭셔리 SUV로 먼저 승부 봤더라면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얼마 전 이미 김형준 편집장이 다음 자동차 칼럼 본인의 코너에 글을 올렸습니다. 저와 함께 제네시스 G70을 시승하면서 벌였던 토론과 팽팽한 의견 대립에 대해서 말입니다. 김형준 편집장은 G70이 꽤 잘 만든 차라는 의견이었고 저는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서로 인문계와 자연계, 말 수가 적은 내성적 성격과 반대로 말 많은 외향성, 마르고 긴 체형과 굵고 짧은 체격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인데 자동차에 관해서 만큼은 관점이 매우 비슷합니다. 그런 두 사람이 의견이 끝까지 맞섰다는 것은 상당히 드문 경우입니다.

이번에도 결론은 서로 달랐지만 제품 자체로서의 G70을 놓고는 상당히 잘 만들어진 수준이 높은 차라는 점에서는 두 사람의 의견이 똑같았습니다. 만일 엠블렘과 선입견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겨루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차 자체만 비교한다면 제네시스 G70은 상당히 많은 표를 얻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옵션이나 가격도 상대적으로 좋지만 그보다 본질적인 면에서도 큰 발전을 했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바닥이 묵직하고 든든한 느낌을 주는 승차감은 메르세데스 벤츠를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감각이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사, 오천만원으로 살 수 있는 가장 고급스러운 세단을 추천해달라고 하신다면 저는 G70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습니다. 단 뒷좌석 공간은 아반떼보다 좁다는 것을 감수하셔야 합니다. 프리미엄 중형 세단들의 실내 공간이 대중 브랜드의 준중형 모델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것도 큰 허물은 아닙니다만.

저희가 의견이 갈린 지점은 바로 그 다음입니다. 김형준 편집장은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가 현실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니어 럭셔리’ 시장용 제품으로는 괜찮은 제품이라는 것이었고, 저는 G70은 사실상 제네시스 브랜드가 처음으로 내놓는 진짜 제네시스 제품이기 때문에 뭔가 더 또렷한 브랜드의 메시지나 색깔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에 아쉽다는 것이었습니다. G80는 기존 제네시스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고 G90, 혹은 EQ900는 원래 에쿠스 후속으로 개발 중이던 모델이었기 때문에 진정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신모델들이 아니라는 것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특히 G70은 프리미엄 D 세단입니다. BMW 3 시리즈로 대표되는 이 시장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자동차의 기본기에 대하여 자신들이 가진 실력을 뽐내는 진검승부의 격전장입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내놓은 실질적 첫 작품이 바로 프리미엄 D 세단이라는 것은 ‘제네시스 브랜드는 자동차 만드는 실력으로 정면 도전하겠다’라는 뜻이 되는 겁니다. 즉 독일 3사의 룰에 따라 도전하겠다는 배포를 내 보인 것이지요. 그래서 G70이 아주 좋은 차이긴 하지만 뭔가 기존의 강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할 만한 ‘엣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물론 반드시 그렇게 심각한 차를 만들며 도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합장과 시합의 룰을 제네시스에 유리하게 골랐어야 합니다. 바로 럭셔리 SUV입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진정한 첫 모델이 럭셔리 SUV였다면 좀 쉬웠을 겁니다. 이 시장은 성장 중이고, 좀 더 너그럽고, 거주성이나 분위기, 옵션과 같이 현대차가 좀 더 잘 할 수 있는 룰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렉서스처럼 처음에는 가성비로 접근하다가 나중에 완전히 자기 색깔을 내세우면 되지 않냐구요? 물론 그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이전의 고성능-고출력-저효율을 가진 자의 여유라고 생각한다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이끄는 새로운 조류에 밀려 바로 뒷방 늙은이가 되고 맙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지금의 강자인 독일 3사들이 그 누구보다도 더 혁신에 앞장서는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전통적 룰이 가장 강한 프리미엄 D 세단으로 도전한 제네시스. 만일 그럴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면 기왕에 도전한 것 1라운드에 KO승으로 승부를 낼 각오로 덤벼서 시간을 단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SUV 시장에서 돈을 벌고 마지막으로 혁신적 프리미엄 브랜드로 다시 한 번 혁신할 시간이 부족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시계가 아주 빠르게 돌아갑니다. 따라서 일단 출시한 G70은 좀 더 강력한 이미지를 부여하고, GV 시리즈 SUV와 함께 전동화 모델을 동시에, 그리고 최대한 빨리 출시해야 합니다. 피츠제럴드 제네시스 사업 총괄이 밝힌 2021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지금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 더 마음을 졸이게 합니다.

아마도 이 쯤에서 ‘뭔 얘기래? 차 사는 것하고 이 장황설이 무슨 상관이야?’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리라 믿습니다. 아닙니다. 상관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못 믿는 현기차에서 그나마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제네시스가 불과 몇 년 뒤에는 허울만 좋은 럭셔리 브랜드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업료는 결국은 우리 소비자에게도 전가됩니다. 값어치가 없는 차에 많은 돈을 줘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입차와 경쟁하는 국산 브랜드가 사라진다면 수입차들은 가격을 낮출 이유가 없습니다. 다 소비자 손해입니다.

좀 크게 생각합시다. 다 잘 되자고 하는 겁니다. 제네시스도 좀 확실하게 하시고요. 자기 실력을 믿으십시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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