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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핑계로 스토닉 한 대 살까 하는 마음이 살짝 들었다
기사입력 :[ 2017-10-24 10:17 ]


스토닉, 옵션 장난 하지 않는 진짜 소형 SUV가 나타났다

‘젊음이 참 좋은 거구나.’

뜬금없는 말이지만 기아 스토닉을 시승한 뒤에 떠오른 생각이다. 보통 시승을 끝내면 그 모델의 성격과 포지셔닝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스토닉은 갑자기 젊음이 부럽다는 마음이 먼저 들게 만들었다.

머리를 넘어 가슴을 움직일 수 있는 제품이라면 성공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머리로 계산하고 따지는 가성비는 언제라도 새로운 경쟁자에게 무너질 수 있는 비교 우위에 불과하기 때문이지만 가슴을 움직이는 이미지는 다른 제품이 나오더라도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에 이미지를 부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는 마케팅을 해 보신 분들은 안다. 아무리 광고를 홍수처럼 쏟아부어도 안 되는 놈은 죽어도 안 되니까.



시승하기 전까지 스토닉에 대한 주된 관심사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가격이었고, 둘째는 한 달 먼저 등장한 ‘사촌’ 현대 코나와의 관계였다. 스토닉의 가격은 분명 매력적이었다. 디젤 엔진을 실은 소형 SUV가 1,900만원 아래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가성비의 왕이라는 쌍용 티볼리도 디젤은 2,060만원부터 시작이니 파격적이라고 할 정도로 좋았다. 현대 코나는 공격적인 스타일링과 함께 높은 가격대와 다양한 구성으로 고급 소형 SUV 시장을 공략하는 반면 기아 스토닉은 상대적으로 간결한 라인업과 가벼운 가격으로 실속형 시장을 담당한다는 코나와의 역할 분담도 명료해서 좋았다.

다만 이린 것들은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는 비교 우위일 뿐이었다. 첫째, 코나 1.6 터보 가솔린 모델의 시작 가격이 공교롭게도 코나 디젤의 시작 가격과 똑 같은 1,895만원이었다. 디젤 엔진과 연비만 포기하면 훨씬 고성능이고 화려한 코나 가솔린 터보를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좋아 보였던 가격 경쟁력이, 그리고 코나와의 확실한 포지셔닝 구분이 관점 하나를 바꾸자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시승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다. 그만큼 스토닉은 긍정적인 이미지가 또렷하게 가슴으로 들어오는 모델이었다. 그 이미지를 한 마디로 표현한 것이 ‘젊음’이었다.

젊음의 트레이드 마크는 무엇일까? 바로 솔직 담백함이다. 꾸밀 줄 모르고 자신을 담백하게 드러내는 순박함과 정직함이 젊음의 무기다. 괜히 기죽지 않는 당돌함이 패기도 용인되는 것이 젊음의 특권이지 않은가. 다양한 측면에서 드러나는 스토닉의 성격이 이렇게 솔직 담백하고 명료하며 꾸미지 않았기 때문에 젊음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다.



스토닉은 자신이 소형차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소형차에 걸맞은 명료하고 직설적인 주행 감각으로 운전이 이렇게 재미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준다. 스토닉이 젊은이의 평생 첫 차가 된다면 그 혹은 그녀의 인생에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추가되는 것이고, 소형 SUV의 주요 고객층의 하나인 중장년층이 스토닉을 만난다면 운전하는 그 순간만큼은 시름을 잊어버리고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닉의 운전대를 통하여 전달되는 경쾌한 손맛은 스마트 폰 게임의 햅틱 반응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줄 것이고 코너에서 앞바퀴를 시간차 없이 착착 따라붙는 뒷바퀴의 감칠맛은 런닝 의무감에서 머신 위를 걷는 듯 달리던 밋밋함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쾌감을 선물할 것이다. 이렇듯 스토닉의 주행 감각은 소형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쾌함이 생생한 날 것 감각이다. 하지만 스포츠카의 날이 선 예리함에 잡아먹힐 듯한 두려움은 없으니 초보에게나 장년에게나 부담이 없다.



스토닉을 두고 ‘이게 SUV냐 아니면 해치백이냐’하는 디자인에 대한 궁금증에도 스토닉은 당돌하게, 하지만 솔직하게 대답한다. ‘아무렴 어때요! 편하면 됐지^^’ 스토닉은 SUV의 이미지를 파는 플라시보가 되고 싶지는 않았나 부다. 겉모습에서 SUV인 척 하기 위한 장식이 거의 없다. 지붕의 루프 레일과 휠 하우스 둘레의 몰딩도 실용성을 위한 꼭 필요한 만큼으로 과하지 않다. 살짝 높아진 지상고와 지붕도 도로의 턱이 바닥이 닿을까 걱정을 덜 정도와 도로를 더 넓게 차지하지 않으면서 실내 공간을 넓히기 위하여 꼭 필요한 정도만큼만 높였을 뿐이다. 이제는 뒷좌석에서 무릎이 편하고 트렁크도 쓸모 있게 깊어졌다. 내가 남에게 어떻게 보일까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자기 스스로가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스토닉은 당돌할 만큼 그렇지 않다. 젊은이의 당돌함처럼 말이다.

1.6리터 디젤 엔진도 수치보다 훨씬 활발한 달리기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110마력의 출력보다도 30.6kg.m의 최대 토크를 십분 활용하는 실생활 중심의 튜닝이 돋보이는 엔진이다. 그리고 이 토크를 받아서 재빠르게 바퀴로 전달하는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기특하다. 내리막길에서 엔진 브레이크도 열심히 걸 정도로 이제는 현대기아차가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내구성에 자신이 생겼구나 느낄 정도로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이 실감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200kg 대의 가벼운 체중이 경쾌함의 근원이다. 힘보다 경쾌한 젊은 감각이다.



물론 젊다는 것은 부족하다는 뜻도 포함한다. 내장재의 품질도 딱딱한 플라스틱 일색이고 실내로 파고드는 소음도 적지 않다. 전동 시트 같은 편의 장비는 옵션표에도 없다. 하지만 소재의 제약은 탄탄한 조립 품질로, 실내 소음은 자극적인 소리만큼은 적극적으로 걸러내는 적정 튜닝으로, 부족한 옵션은 기본형 트림에서도 드라이브 와이즈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등 가용 장비의 선택의 자유를 높여서 보완한다. 시쳇말로 옵션 장난을 하지 않는 솔직 담백함이다.

스토닉의 얼굴을 물끄러니 본다. 또 뜬금없이 꼬마 자동차 붕붕의 웃는 얼굴이 떠오른다. 스토닉에게서는 젊음의 패기와 에너지가 느껴진다.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에 밝게 웃는 젊은이가 연상된다. 스토닉을 시승하는 동안 아들이 하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핑계로 하나 살까 하는 마음이 살짝 왔다 갔다.

혼자 피식 웃었다. 다 스토닉 덕분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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