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News 주요뉴스

현대차 노조, 공생으로 갈 것인가 몰락할 것인가
기사입력 :[ 2017-10-28 08:25 ]


현대차 노조, 변화에 대응할 시간 7년밖에 안 남았다는 건

[박상원의 Pit Stop] 최근 조선일보가 현대차 2대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상범 주임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내용인 즉 이상범 전 위원장이 2015년 러시아 현대차 공장 견학을 갔다가 해당 공장의 효율성이 국내 이상이라는 점에 충격 받았고, 이러한 갖가지 국내외적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현대차 노조 또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이 현대차 노조 지도층으로는 처음이라는 문구를 보자, 제너럴 모터스(이하 GM)의 노조를 떠올리게 됐다.

GM은 2차 대전 이후 약 20년간 세계 최대이자 최고의 기업이었다. 30대 이하의 독자분들은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GM은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지금의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을 합친 듯한 브랜드, 기술력 그리고 권력을 보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에 GM의 부회장을 역임했었던 밥 루츠(Bob Lutz)는 스위스의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임원이었던 자신의 부친이 ‘GM에서 BMW로 이직하겠다고 밝혔던 자신을 미쳤다고 생각했었다’라고 말했다. 밥 루츠는 특히 부친이 ‘GM을 세계 최고의 회사로 생각했고, 거대한 현금흐름에 경탄했다’고 기억했다. 우리나라에 비유하자면, 전성기 때의 GM은 현재 한 분기에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삼성전자와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이러한 거인 GM에게도 아킬레스 건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회사의 중심을 잡아줄 오너 또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미래를 생각해주는 대주주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즉, ‘주인이 없는 회사’가 GM이었고, CEO들은 곧 월가의 단기적인 실적 요구에 순응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생산라인을 장악한 노조는 기록적인 수익을 내는 회사에게 계속 임금상승을 요구했고, 월가의 수익증대 요구에 응하던 CEO들은 생산중단에 따른 손실을 두려워했으며, 결국 노조의 요구에 끌려 다니기 시작했다.

1970년대가 되자 GM은 인건비 상승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던 중소형차에 관심을 덜 갖게 되었고, 이에 중소형차 분야에서 인건비는 물론 내구성품질에서도 강한 일본업체들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GM은 중소형차는 물론 중형승용차 분야까지 일본에 내줬고, 마진이 높은 대형차에만 신경 쓰기 시작했다.

노조에게 끌려 다니면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공생(共生)관계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GM은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취약한 재정상황이 한층 더 악화되는 상황에 처했다. 2009년 6월 1일, 한때 전세계 기업들은 물론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우상이었던 GM은 맨해튼의 뉴욕연방파산법정에 Chapter 11, 즉 법정관리 신청을 냈다.



GM 생산직 인건비의 숫자는 바로 2009년 6월 1일 전후로 바뀐다. 이 날 이전까지 GM은 시간당 약 54달러의 인건비를 지급했으며, 은퇴자들에게는 이 액수의 70%에 해당되는 연금을 매년 지급해야 했다. 반면, 법정관리 이후 새롭게 결성된 GM의 생산직 인건비는 시간당 23달러 정도로 낮춰졌고, 은퇴자에 대한 연금은 사라졌다. 이러한 파격적인 혜택 감소에도 노조와 퇴직자들은 저항할 수 없었다. 미국 연방 정부는 GM을 파산시키느냐 마느냐의 옵션을 심각하게 고려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결국 노조와 퇴직자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조는 결국 미 정부의 법정관리 옵션에 찬성하면서 퇴직자들에게 주어지던 은퇴금 등을 비롯 모든 혜택을 포기하는 대신 새롭게 태어난 GM의 주식을 17.5% 받아 이를 운용함으로써 얻는 수익으로 조직을 운용하게 됐다. 즉, 노조 또한 회사의 실적이 좋도록 기여해야만 그들 또한 직접적으로 수혜를 보는 윈-윈 전략에 마침내 합류하게 된 것이다. 노조의 이러한 극적인 변화가 뼈아팠던 법정관리를 통해서만 성사되었다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반면, 필자는 이상범 전 위원장의 반성은 현대차 해외 공장의 우월성에만 기인하지 않는다고 추측해본다. 그가 노조에게 경고를 보내게 된 최대 이유는 바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의 도래에 따른 생산직의 필연적인 입지 축소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일단 전기차는 부품숫자가 내연기관 차량 대비 30% 이상 적다. 내연기관과 변속기가 사라지고 한층 더 간단한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대신 공간을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결과 공장의 생산라인 면적도 50% 감소하며, 사람이 그만큼 필요하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의 보급이 자동차 회사의 생산방식을 변화시킨다면,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가구당 필요한 차량의 숫자를 1대 정도로 낮출 수 있게 되며, 이는 곧 시장에서의 수요 변화를 뜻한다. 결과적으로 자동차 판매량은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점차 감소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한국 시장을 주요 공급처로 운용되는 현대차의 국내 공장들은 결국 감산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전기차의 대중화는 2025년 정도, 자율주행차는 2020년~2030년 경이면 고속도로에서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짧게 말해, 현대차 노조에게는 이러한 기술적, 시장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7년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이다. 이상범 전 위원장이 회사 게시판에 올린 반성의 글에 ‘후배들이 마실 우물에 침 뱉지 말라’던 비판의 글이 있었다. 노조원들은 그들이 언급하는 우물이 기술이라는 거대한 태양의 출현 앞에 급속하게 메말라 갈 것이라는 사실을 정녕 모르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면, 변화가 두려워 현재를 붙잡아 두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는 바람에 마치 먹이를 노리면서 그들의 머리를 위를 맴도는 독수리와 같은 운명을 몰라본다는 마키아 벨리의 말이 생각난다. 법정관리를 거쳤거나 사라진 기업들인 코닥, 노키아, 소니-에릭슨, 모토롤라, 샤프, 보더스…이미 IT 및 통신업계는 물론 서적, 유통까지 흔들고 있는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이제 자동차 공장 앞을 기웃거리고 있다. 공장 안의 생산직 직원들 주머니 안에 들어있을 스마트폰의 존재처럼, 그 변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상원 (자동차 애널리스트)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