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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보다 한층 노골적인 클래식, 벤틀리 뮬산
기사입력 :[ 2017-10-30 13:03 ]


거의 한 세기를 보존한 자동차, 벤틀리 뮬산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클래식’이란 단어가 전 세계를 휩쓴다. 지금은 손바닥보다 작은 스마트폰으로도 전 세계가 연결되는 시대다. 가장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시간이 거의 멈추다시피 한 클래식을 선호한다는 건 모순 같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해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 정신없이 변하니 변하지 않고 보존된 어떤 것의 가치에 관심이 갈 수밖에. 클래식이 조명 받는 상황은 분야를 불문한다. 이곳저곳 인류가 살아온 흔적 전반에서 클래식은 하나의 기호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는 언제나 신기술을 총애한다. 기술 발전이 곧 자동차 역사의 동력이다. 신기술이 적용된 자동차가 시대를 이끌었다. 또한 그 기술은 점차 자동차 업계 전반에 흡수돼 일반화했다. 자동차는 숙명처럼 더 나은 기술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존재한다. 쉴 새 없이 변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시간이 느리게 흐르도록 조율했다. 벤틀리 뮬산을 접하는 순간, 뮬산의 시간은 우리네 속도와는 다르게 지나간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뮬산 또한 세대가 바뀌고 안팎으로 거듭났다. 과거 뮬산과 지금 뮬산은 겉모습만 봐도 시간이 많이 흐른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클래식으로 불릴 만한 요소를 고집한다. 가령 벤틀리 ‘8리터’를 연상시키는 라지에이터 그릴이라든지. 단순하게 아래에서 위로 선을 그었다. 그 사이를 ‘그릴’답게 짜 넣었다. 단순한지만, 그래서 더 옛 가치를 드러낸다. 지금 판매하는 자동차에서 1930년에 세상에 나온 자동차를 겹쳐볼 수 있다. 단지 그릴만일까. 8리터의 특징이 뮬산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벤틀리 역사에서 8리터라는 이름은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벤틀리가 만들어낸 걸작으로 불리면서도 벤틀리 재정을 빈사상태로 만들어 롤스로이스에 팔리게 한 원인으로도 여긴다. 8리터는 영국에서 가장 크고 빠르며, 부드럽기까지 한 승용차로 군림했다. 물론 그만큼 비쌌을 테고. 다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대공항 여파로 판매가 부진해 결국 벤틀리를 휘청거리게 했다. 가장 웅장해서 가장 먼저 외면 받았달까.



거대하고 무겁고 배기량도 커 연비도 안 좋은 자동차. 하지만 그만큼 묵직하고 고급스런 존재. 고급 승용차로서 한 축에서 군림하는 모델. 고급 승용차의 상징 같은 위치. 8리터를 설명하는 말이기만 할까. 뮬산에 적용해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벤틀리 8리터와 뮬산은 거의 한 세기가 지났는데도 특징이 비슷한 셈이다. 꼭 클래식이 외관에만 적용되는 개념은 아니다. 사물을 대하는 방식에도 클래식이란 개념이 존재한다. 뮬산은 클래식을 부품 삼아 조립됐다.

뮬산은 V8 엔진을 사용한다. 배기량은 무려 6,752cc. 기아 모닝이 998cc니 거의 7배에 달한다. 이 풍성한 배기량을 마음껏 토해낸다. 덕분에 연비는 극악하다. 시대 흐름으로 보면 도태해도 한참 전에 도태해야 할 존재다. 하지만 풍성한 배기량에서 토해내는 질감은 연비를 잊게 한다. ‘토크의 물결’이라는 벤틀리 특징을 어떤 모델보다 잘 표현한다. 과거 8리터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효율보다는 존재감이라는 가치를 고수하는 자세. 그 태도 자체가 클래식이다.



실내를 구성하는 방식도 클래식에 걸맞다. 롤스로이스도 클래식이란 말에 어울리지만, 뮬산은 한층 노골적이다. 자동차 실내 디자인은 크게 세 소재가 좌우한다. 나무와 가죽 그리고 크롬. 과거나 지금이나 실내를 고급스럽게 치장하는 재료는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자칫 과도하게 쓰면 영 촌스러워 보인다. 고급스러움을 얻으려다 도리어 노쇠함만 노출한다. 최근 자동차는 우선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까닭이다. 해서 합당하게 다듬어야 잘 섞인다.

뮬산은 도리어 노골적으로 사용해 소재의 함정을 극복한다. 아니, 극복한다기보다 그 노쇠함을 클래식으로 변주한다. 노골적이어서 오히려 그 자세를 적극 받아들이게 된달까. 뮬산의 센터페시아는 나무 일색이다. 나무 장식장을 센터페시아에 짜 넣은 느낌이다. 크롬도 아낌없이 사용한다. 나무 트림 테두리는 어김없이 크롬으로 감싼다. 계기반에도, 송풍구에도, 센터페시아 시계에도 크롬으로 장식해 마무리한다. 나머지 부분은 질 좋은 가죽이 두툼하게 감싼다.



나무와 가죽, 크롬이 꽉 들어찬 실내에 들어서면 한 세기 전 기호가 가득하다. 물론 쓰인 소재의 질이 눈에 띄게 좋은 점도 이유다. 소재 질감 자체가 디자인으로서 기능한다. 이 방식은 한 세기 전이나 지금이나 통용되니까. 뮬산은 클래식이라는 기호를 선택했다기보다 옛 존재감을 고수하려고 했다. 그 방식이 클래식이라는 형태로 표현됐다. 뮬산을 단지 고급 자동차로만 바라보지 않게 하는 요소다. 뮬산에 담긴 클래식은, 그래서 자꾸 기억 속에 남는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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