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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인 변신 성공한 GM이 한국 車업계에 주는 교훈
기사입력 :[ 2017-11-20 08:20 ]


정예부대로 변신하며 테슬라 재역전에 성공한 GM
갈라파고스가 되어 버린 한국 자동차 산업 (2)

(1부에서 계속됩니다)

[박상원의 Pit Stop] 앞서 갈라파고스 관련 칼럼에서 언급했던 C.A.S.E. – Connected(연결된), Autonomous(자율주행의), Sharing(공유된), Electric(전동화) – 가 가지고 오는 산업적 변화에 있어 제너럴모터스(이하 GM)과 포드의 상황만큼 대표적인 사례도 없을 듯 하다. 25.9%, 그리고 -1.0%이라는 숫자 두 개는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GM과 포드자동차 주식의 누적 수익률이다.

동시에 이 숫자는 지난 5월 22일 포드 CEO인 마크 필즈(Mark Fields) 사장이 경질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마크 필즈 전 사장은 어떤 사람인가? IBM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하버드에서 MBA를 받은 후 28살의 나이에 포드에 스카우트 되었고, 이후 38살의 나이에 당시 포드 자회사였던 일본 마쯔다 CEO를 역임하는 등 28년간 포드에서 떠오르는 혜성과 같은 존재였다. 마침내 2014년 7월, 포드의 CEO가 된 필즈는 잘 생긴 외모와 연설능력에서 드러나듯 순탄한 CEO 생활을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의 재임기간 동안 주가가 20% 정도 하락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이 베테랑의 미래에 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특히, 같은 기간 동안 같은 동네 경쟁사인 GM의 주가는 20% 상승했었고, 다급해진 포드의 대주주, 포드 가문은 그들에게 오랫동안 충성스러웠던 필즈를 해고하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



포드가 이처럼 CEO를 급작스럽게 교체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는 메리 바라라는 GM 역사상 첫 여성 CEO이자 회장이 아니었을까. 바라 회장은 필즈 사장보다 반년 앞선 2014년 1월, GM의 CEO 및 회장으로 임명됐다. 젊디젊은 18세에 GM에서 인턴으로 시작한 후, GM 산하 대학교인 GMI에서 학부를 나오고 회사 장학생으로 스탠퍼드에서 MBA를 받는 등 커리어 37년간 GM에서만 근무한 베테랑 직원이 매리 바라였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 또한 GM의 대중 브랜드였던 폰티악에서로 39년 근무했었던, GM 패밀리의 대표적인 사례다. 그녀가 보수적인 기업의 대명사, GM의 최고경영자가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2009년 6월, GM의 파산 때문이었다.



2009년 금융위기의 후폭풍 속에서 결성된 미국 대통령 직속 자동차 태스크포스팀(TFT)은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들은 현장조사를 통해 GM 및 크라이슬러를 파산하게 방치한다면 미시건, 오하이오, 인디애나 등의 미 중서부 경제가 황폐화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미국 연방 정부는 재무부에게 지시해 GM과 크라이슬러의 주식을 대거 매입, 양사의 대주자가 된다.

그 결과 GM은 미 재무부의 지도아래 회장과 대표이사 등 경영진이 불명예스럽게 경질되었고, AT&T의 전 CEO 등 외부인사들이 대거 투입됐다. 사측만 변신한 것도 아니었다. 반세기 이상 사측에 전투적이었던 전미자동차노조(UAW)의 GM노조는 연방정부가 회사를 살리는 대가로 임금의 절반을 깎는 고통을 요구 받았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응할 수밖에 없었다.

GM이 법정관리를 벗어나 다시 정상화될 때를 대비하여 차기 CEO감을 물색하던 최고경영진들은 GM의 최고 인사책임자로 있던 메리 바라를 주목하게 된다. 당시 바라 부사장은 GM에서 30년이 넘게 연구개발은 물론 디트로이트 햄트랙 공장장 및 기타 행정업무를 맡았었고, 2008년 전세계 생산담당 부사장을 거쳐 2009년 7월에는 최고 인사 담당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반면, 그녀의 이러한 경로는 외부에서 온 임원진들에게 이상하게 보였다.

왜냐하면, 인사담당은 분명 중책이지만 CEO나 회장이 될 수 있는 경로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자 임원들이 득세하던 보수적인 GM에서 그녀는 숨겨진 진주와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과거의 GM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미 재무부의 추천으로 GM CEO를 맡고 있었던 댄 애커슨 회장은 관찰 끝에 그녀를 차기 CEO으로 정했고, 애커슨과 미 정부의 선택은 옳았음이 증명되고 있다.

파산이라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던 GM은 바라의 지휘 아래 전혀 다른 회사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특히, GM은 자동차 산업에 닥쳐오는 C.A.S.E 의 선두주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2009년 그들의 파산이 당시 급변하는 시대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결과였다면, 이제는 그들이 변화에 앞장서기로 결심한 것이다. GM은 C, 즉 차량의 연결성에서는 이미 1996년부터 온스타(Onstar)를 통해 현실화하고 있었고, 대신 A.S.E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2016년부터 바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GM은 일단 지난해 1월, 차량공유 서비스인 메이븐(Maven)을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10개 도시에 한정적으로 런칭했으며, 곧이어 3월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자율주행차 스타트업인 크루즈를 인수했다. 뿐만 아니라 1월 CES에서 선보였던 전기차 볼트(Chevrolet Bolt)를 같은 해 11월부터 양산에 돌입,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현재는 미국 전역에서 판매 중이며, 그 결과 2017년 연간 2만대 판매는 확실한 상태이다.



GM은 회사 사업도 정리하기 시작했다. 계속 적자이던 유럽 사업부의 오펠 및 복스홀을 프랑스 푸조-시트로엥에게 매각했고, 인도와 남아프리카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시장에서 인기가 떨어지는 승용차종에 대한 비중을 낮추고 SUV, 트럭 및 캐딜락 등 고마진 차종에 대해 집중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GM은 판매량 기준 세계 1위라는 타이틀 경쟁을 포기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서 생존하고 또 번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GM의 C.A.S.E.와 관련된 변신은 이제 월스트리트에서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 중이다. 그 결과 GM의 시가총액은 623억 달러로, 한때 GM을 앞질렀던 테슬라 시총 529억 달러를 다시 앞질렀다. 반면, 포드의 시총은 477억 달러로 작년 이 맘 때와 변화가 없는 상태이다. 한때 GM을 정부의 자동차 회사(‘Government Motors’)이라고 조롱했던 포드가 입술이 바싹 탈 만한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격변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대응이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도 되지만, 반면 업체들만의 대응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C.A.S.E.의 변화를 촉발시킨 요소들을 분석해보면 적어도 자율주행(A)에서는 미국 정부가 주도적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처럼 우리나라 정부 또한 C.A.S.E.라는 산업적 변화에 있어 업체들과 공동으로 적극 대응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할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박상원 (자동차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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