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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3GT, 크로스오버의 늪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나
기사입력 :[ 2017-11-21 14:09 ]


욕심 부렸지만 절제도 아는 자동차, BMW 3GT

[김종훈의 자동차 페티시] 크로스오버(Crossover)란 용어가 있다. 장르를 두 가지 이상 섞어 만든 무엇. 음악에서 태동한 이 용어는 이제 두루 쓰인다. 크로스오버의 기원이 어떻든 이젠 둘 이상 섞어 만들어낸 하나를 지칭할 때 주로 쓴다. 물론 자동차에서도. 크로스오버 자동차는 세단과 SUV을 뒤섞기도 하고, 세단과 왜건을 배합하기도 한다. 둘이 섞일까 싶지만 결국 해낸다. 그리고 당당히 외친다. 장점만을 담았다고.

의도야 훌륭하다. 장점만 뽑았으니 단점이 없을 거 아닌가. 드디어 궁극의 차에 한 걸음 나아간 걸까. 하지만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장점만 뽑았다는 말 자체에 단점이 그림자처럼 보인다. 두루 잘하기는 하지만 한 가지 뾰족한 점은 포기했다는 뜻이니까. 평균 장점은 높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다. 해서 결국 순수한 모델 앞에서 점점 존재감이 사라진다.



MMORPG 게임 캐릭터에 이런 경우가 많다. 전사와 마법사를 섞은 마검사 같은 이종 교배 캐릭터. 보기엔 화려하지만 어느새 소외된다. 결국 주로 선택받는 건 순수한 캐릭터다. 순수하기에 성향을 반영하고, 순수하기에 장점이 극대화된다. 크로스오버 캐릭터는 이것저것 두루 쓰이긴 하지만, 대신 중요할 때 선택받지 못한다. 이상은 좋지만 현실은 다르다.

몇몇 크로스오버 자동차 또한 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처음 선보일 때 호기심을 유발하긴 한다. 의도가 훌륭하니까. 하지만 직접 보면, 우선 당황한다. 이종 교배된 외계생물 같은 외관이 호기심을 실소로 바꿔버린다. 낯선 형태라는 강렬한 인상에 눌려 유용한 장점 또한 금세 잊힌다. 그러다 관심에서 벗어난다. 그 자동차 외에도 관심 둬야 할 신차는 많으니까. BMW 3GT도 그런 늪에 빠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니 조금 달라졌다.



3GT는 크로스오버라고 말하기엔 덜 괴상하고, 아니라고 말하기엔 딱히 설명할 장르가 없다. 기본적으로 세단 형태로 보이지만 트렁크 공간이 넓고, 시트고도 높다. 공간과 시야를 다른 장르에서 취한 셈이다. 해서 외형도 뒤로 갈수록 세단과 다소 다르다. 그나마 몇몇 크로스오버 자동차처럼 외형이 과하진 않다. 세단과는 다르지만 형태 자체가 또 다른 장르를 지향하진 않는 수준. 이 차이에서 BMW 3GT의 돌파구가 있다.

3GT의 매력이 눈에 들어오려면 관점을 바꿔야 한다. 고르는 기준이랄까. 갖고 싶은 차보다는 오래 타고 다닐 차. 갖고 싶은 차와 오래 타고 다닐 차는 때론 겹치고, 때론 완전히 다르다. 갖고 싶어서 오래 타기도 하지만, 오래 타기 좋은 특성이 빛을 발하기도 한다. 이런 기준에서 3GT는 꽤 점수를 높게 얻는다. 크로스오버 자동차가 원하는 방향성도 이런 쪽이 아닐까.



3GT는 3시리즈보다 공간이 넓다. 심지어 5시리즈에 육박한다. 좁다는 느낌을 걷어냈다. 욕심대로 계속 큰 차를 원하면 답이란 없다. 적절히 타협, 혹은 만족하기에 3GT는 괜찮은 공간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트렁크가 크니까. 작지 않은 차에 큰 트렁크라는 조건은 자동차를 몇 번 바꿀 시기를 늦춰준다. 오래 타다 보면 생기는 수많은 상황을 3GT의 공간은 대처한다. 3GT의 장점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3GT의 형태는 세단과 조금 다를 뿐이다. 엉덩이가 둔중하지만, 달리 보면 듬직하다. 그 안에 품을 짐을 생각해보면 더 너그러워진다. 그냥 멋없이 공간만 늘린 형태도 아니다. 얻기 위해 내준 정도로 수긍할 만하다. 둔중한 엉덩이에 맞춰 전면 인상도 수더분하다. 강렬한 인상보다 덜 자극적이어서 오래 타며 보기에는 낫다. 그럼에도 엉덩이가 튼실하다는 개성은 남아 있다. 오래 타려면 희소성이 필요하다. 많이 보이는 차는 금세 싫증난다. 사람이 그렇다.



주행 질감은 오래 타는 데 더욱 바람직하다. 시트고가 올라가,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시야가 좋다. 그러면서 세단 형태를 유지한다. 크로스오버지만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달까. 낯설지 않은 상태에서 세단의 안락함을 확보한다. 그러면서도 3시리즈라는 이름을 바탕에 깔 듯 깊숙한 곳에 후끈거리는 열기도 품었다. 평상시에는 지극히 나긋나긋하게 가지만, 달리고 싶을 때 가슴속에 한 줄기 바람 정도는 불어넣을 수 있다. 안락한 데다 사륜구동이란 조건 때문에 다소 거동이 무디게 느껴지긴 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예민하지 않아 믿음직스럽기도 하다. 오래 탈 차라면 짜릿함보다는 든든함이 먼저 꼽힌다.

크로스오버라는 장르가 보통 그렇다. 오래 타야 그 장점을 속속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접근하기가 어렵다. 낯설어서 발걸음을 쉽게 떼기 힘들다. 3GT는 덜 힘들다. 세단 형태에서 조금 변한 정도니까. 그러면서 챙길 건 챙겼다. 즉, 크로스오버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눌렀다. 크로스오버가 다른 차종의 장점을 취했듯, 3GT는 크로스오버의 장점을 취했다. 욕심을 부렸지만 덜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그 균형 감각이 3GT를 다시 보게 한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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