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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 전 시작한 자율주행차, 우리도 더 늦기 전에
기사입력 :[ 2017-11-25 10:28 ]
자율주행차 시대 10주년을 맞아서

[박상원의 Pit Stop] 많은 사람들이 자율주행차 시대를 아직 미래로 생각하지만, 필자는 자율주행차의 시대가 지난 2007년 11월 3일 시작됐다고 생각한다. 이 날 미국 국방부 산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에서 ‘도심 도전’(‘Urban Challenge’, 이하 어반 챌린지) 대회를 개최했었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2000년 초, 미 의회가 자율주행차 개발을 결의하면서 예산을 책정하고 미 국방부에 맡기면서 시작된 대회의 하나였다. 어반 챌린지는 무인 자동차들이 가상 도심환경을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MIT, 스탠퍼드, 코넬 및 카네기멜론 등의 대학들 및 GM, 폭스바겐, 오쉬코쉬 등의 기업들이 연합하여 결성된 총 11개 팀이 참가했다. 그 결과 총 6개의 팀이 완주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완주율 56%라는 숫자는 주행 노선 구성상 놀라운 것이었다. 왜냐하면 폐쇄된 조지 공군기지에서 일반 도시와 같은 환경에서 무인차들이 총 96km에 해당되는 노선을 주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각종 교통신호와 장애물, 차량들과의 합류와 같은 일상적인 주행 환경에서 문제가 없어야 했다.



반면, DARPA가 2004년 및 2005년에 각각 개최했던 1차 및 2차 ‘대도전’(‘Grand Challenge’, 이하 그랜드 챌린지)의 완주율은 낮았다. 2004년 3월 13일, 모하비 사막에서 열린 첫 대회는 무인차가 11.8km의 코스를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15개 팀 중 완주한 팀은 없었다. 코스 난이도가 높았던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고, DARPA는 2005년 10월 8일, 총 23개의 팀이 참석한 가운데 두 번째 대회를 열었고 다행히도 5개 팀이 완주를 했다.

결과적으로 DARPA 덕분에 그랜드 챌린지 및 어반 챌린지에 참여했던 수백명의 연구원들은 자율주행차 개발의 선구자들인 구글 웨이모(Waymo), 우버 및 라이다(Lidar) 센서의 개척자, 벨로다인(Velodyne) 등 관련회사들의 핵심멤버들 또는 창업주들로 활동하면서 자율주행차 대중화를 선도하고 있다. 즉, 자율주행차 시대는 기업들이 개막한 것이 아니라, 국방부를 앞세운 미국 연방정부가 개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미국IT 전문매체인 Wired는 자율주행차 10주년을 기념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여기서 등장한 자율주행차 전문가들은 그랜드 챌린지 및 어반 챌린지라는 대회로 인하여 자율주행차 개발이 본격화되었다고 증언했다. 구글의 자율주행 책임자이기도 했던 세바스천 스룬 박사는 대회에서 마주친 경쟁팀들이 경쟁보다는 보다 나은 기술을 만들기 위해 상호협력하면서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고, 따라서 자율주행 개발이 급진전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시너지로 개발 속도가 얼마나 가속화됐냐 하면 2007년 이전에 어떠한 완성차 업체도 자율주행차 시대가 이렇게 오리라 짐작하지 못했음이 이를 증명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자율주행차 연구원들에게도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을 비롯 각종 IT업체들이 고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하고 있다고 하며, 이처럼 자율주행 관련 학위 취득자들은 수요 대비 공급이 전세계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필자는 자율주행차 시대의 대중화보다는, 여기에 정부의 역할이 지대했다는 사실을 짚고 싶다. DARPA는 어떤 조직인가? 1958년, 당시 소련의 우주 프로그램에 뒤쳐져 있던 미국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지시로 국방부 내에 ARPA(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훗날 DARPA로 변경)를 설립하여 각종 최신 군사 기술을 연구하게 된다. DARPA의 과제는 항공 분야 기술 개발이 주를 이뤘고, 이들은 결국 민간분야로 기술이 이전되면서 미국 우주항공 산업의 경쟁력이 되었다. 허나,

DARPA 최대 업적은 바로 인터넷의 전신, ARPAnet을 개발한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은 IT산업을 주도할 수 있었으며, 전세계 자동차 산업은 물론 운송시장, 도심환경 등 문명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칠 자율주행차 개발 또한 DARPA가 주도한 것은 미국이 거대한 잠재성을 지닌 신사업의 주도권을 재차 장악하고자 하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미국이나 유럽, 중국의 선두주자들이 판을 깔고 난 뒤에야 들어갈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큰 실수이다. 인터넷 또한 미국이 판을 깔았기 때문에 페이스북, 넷플리스와 구글과 같은 회사들이 탄생하고 성장하면서 관련 사업의 세계 질서를 주도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유관 기관들은 DARPA까지의 자원이나 힘은 없더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자율주행차의 ‘질서’가 정해지는 이 순간에 선두주자들과 함께 새로운 ‘산업질서’를 만들어야 하고, 동시에 한국판 관련업체들을 미리 육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경쟁력 있는 국내 차량공유업체가 없다는 이유로 규제만 반복 중인 공유경제 사업처럼, 장기적으로는 해외 업체들이 국내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시간적 기회만 벌어줄 뿐이다.



칼럼니스트 박상원 (자동차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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