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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볼트, 자동차산업에 들어온 트로이의 목마인가
기사입력 :[ 2017-11-28 08:20 ]


IT업체들이 자동차산업에 본격 진입한다는 신호탄, 볼트

[박상원의 Pit Stop] 테슬라가 대중을 위한 전기차인 모델 3의 생산차질 문제로 언론의 화제가 되고 있는 현재, GM은 모델 3의 경쟁차종인 쉐보레 볼트(Bolt)를 원활하게 공급 중이며 미국 신차 시장에서 올해 10월 누적 기준으로 1만6,000대 가량을 판매한 상황이다. 그 결과 GM의 주가는 올해 누적 기준 20% 이상 올랐으며 테슬라의 시가총액을 추월했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쉐보레 볼트가 기존의 완성차 공급망(automotive supply chain)을 뒤흔들 트로이의 목마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듯 하다.



테슬라 모델 3는 뛰어난 세일즈맨인 엘론 머스크의 연설 속에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등장했지만, 예상 밖의 생산차질로 인해 투자가들 및 언론에서의 실망감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반면, 볼트는 모델 3처럼 4만 달러대로 가격대도 비슷하고, 배터리 용량 또한 60kWh로 같은 상황에서 조용하게 전기차 대중화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기에 GM에 대한 투자가들의 관심이 증가한 상황이다.

한 때 정부의 보조를 받아야 연명할 수 있었던 GM이 어떻게 이런 차를 이런 가격대에 공급할 수 있었는지 궁금한 상황에서 지난 5월 한 투자은행에서 나온 보고서가 모두의 궁금증을 일거에 해소시켜주었다. 여러 개의 놀라운 사실들이 밝혀졌는데, 이 중 하나는 볼트의 개발에 있어서 한국의 LG가 공급업체로서는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 UBS는 그들의 독창적인 Q시리즈 보고서의 하나로 ‘UBS의 전기차 분해 결과: 산업계의 격변이 도래하는가?’를 발행했다. UBS는 이 보고서를 위해서 쉐보레 볼트 한대를 구입, 분해했고 소위 테어다운(tear down), 즉 자동차 해체를 통한 각종 분석을 행했다. 총 95쪽의 이 보고서는 여러 면에서 글로벌 금융업계를 놀라게 했다. 일단, 볼트의 원가 분석 결과 전기차 배터리 원가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사실이었으며, 따라서 UBS는 전기차의 예상 보급 속도를 더 빠르게 수정했다. USB는 오는 2025년에는 원래 추정치보다 50% 더 많은 1420만대(전세계 신차 판매의 14%)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두 번째로 충격적인 것은 전기차 시대에 닥칠 공급업체의 변화였다. 우선,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에서 현재의 Tier 1 부품사들 – Bosch, Continental, Delphi, 현대모비스 등 –이 공급하는 부품 비중은 제조원가 기준으로 62%였다. 반면, 볼트에서는 그들의 비중이 변속기와 엔진의 부재로 20%대로 추락한 반면, 신생공급업체인 LG그룹에서 공급한 부품의 비중은 무려 42%에 달했다. 특히, LG화학의 경우 볼트에 배터리 셀을 공급하면서 차량 전체 제조원가의 24%를 담당했을 정도였다.

이 보고서는 곧 전기차 제조원가의 핵심이 배터리임을 재확인 시켜주었으며, 그 결과 전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배터리 셀의 연구개발에 집중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일 것으로 추정한다. 완성차 업체들 중 누구도 전기차 분야에서 공급업체들보다 떨어지는 지식으로 인하여 개발의 주도권을 뺏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LG그룹은 어떤 계기로 GM과 볼트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을까? 돌이켜보면, LG전자는 이미 2001년부터 자동차용 오디오, 라디오, 및 네비게이션 시장 – 일명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라고도 하며, 이는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의 합성어이다 –에 진출하여 현재 전세계 대다수의 완성차 업체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이처럼 LG는 가전 및 IT분야에서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는 전기차 부품은 물론 각종 차량용 디스플레이 및 배터리까지 품목을 확대했으며, LG의 원가경쟁력 및 기술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GM이 LG와 손을 잡고 볼트를 개발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LG는 특히 전기모터 및 배터리 개발에 있어 자동차 부품에서 요구되는 높은 내구성에 대한 노하우나 경험은 떨어졌지만, GM에서 각종 기술력을 전수해준 것으로 파악된다. 그 결과 1)자동차 사업을 확대하고 싶었던 LG의 장기적인 안목, 그리고 2)높은 가성비를 원하던 GM의 의지가 결합되어 탄생한 것이 바로 볼트라는 사실이다.



LG는 전기차 분야 외에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서도 시장점유율 기준으로 세계 12위(LG전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벤츠와 포르쉐, 아우디 등의 프리미엄 업체들에서 채용이 확산 중인 LCD 및 OLED 디스플레이의 주요 공급업체이며 후미등(rear lamp)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기존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에게 더 공포스러운 것은 LG만이 새로운 경쟁업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삼성도 LG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미 파나소닉은 테슬라의 주주이자 최대 파트너사로 자율주행전기차 시장에 깊숙이 들어온 상태이다.

다시 말하자면 쉐보레 볼트는 단순히 GM의 첫 대중형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만은 아니다. 볼트는 LG와 같은 IT업체들이 자동차 산업에 본격 진입한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며, 어쩌면 파나소닉의 배터리가 대거 탑재된 테슬라의 모델 S가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볼트, 모델 S, 그리고 모델 3... 이들은 21세기의 트로이 목마인 것이다. 이미 자동차 산업이라는 트로이 성내에서 변화의 불길은 치솟고 있다.

칼럼니스트 박상원 (자동차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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