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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세단’의 전설로 남을 마세라티 기블리 2세대
기사입력 :[ 2017-12-10 14:40 ]
세계의 자동차 (54) - 1990년대 직선 스타일의 명작. 마세라티 기블리 2세대

[안민희의 드라이브 스토리]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인연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은 자동차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낍니다. 너무 쉽게 잊혀지는 모델이 있는가 하면, 유독 기억에 남는 차들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타보지도 못하고, 잠깐 디자인만 봤음에도 여전히 기억에 남는 차가 있네요. 오늘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모터스포츠의 중심지였다. 자동차 경주를 보러 올 때면 경주 뿐 아니라 다양한 자동차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관람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국도변에서 정말 멋진 자동차를 봤다. 정비소에 서서 뽀얗게 먼지 뒤집어쓴 상태였음에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차를 세우고 한참을 들여다봤다.

무슨 차인지도 몰랐다. 그저 엠블렘에 적힌 ‘마세라티(Maserati)’ 글자만 알아볼 수 있었다. 집에 가서 열심히 인터넷을 뒤져봤다. 마세라티 기블리(Ghibli) 2세대 모델이었다. 지금의 기블리는 3세대 모델. 유려한 디자인의 세단이다. 그러나 2세대 기블리는 카리스마 넘치는 각진 모습의 쿠페다.



마세라티 기블리 2세대는 1992년 등장했다. 데 토마소(De Tomaso) 경영기 마지막이었다. 마세라티는 소유주가 여러 번 바뀐 회사다. 황욱익 칼럼니스트가 다음 자동차에 칼럼 코너인 [플랫아웃] 마세라티 편에서 다루었듯이 시트로엥이 한 때 마세라티를 소유한 적도 있다. 따라서 마세라티의 역사는 소유주 시기로 구분하기도 한다.

1975년 마세라티를 인수한 ‘데 토마소’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레이싱 드라이버로 자신의 이름을 딴 자동차 회사의 소유주였다. 그는 기존의 대배기량 엔진 얹은 마세라티 대신, 터보차저 달고 배기량 낮춘 엔진 달아 가격 낮춘 모델을 만들었다. 비싼 장벽 및 높은 배기량 때문에 마세라티의 진입 장벽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데 토마소의 전략은 인수 후 6년이 지난 1981년에서야 비투르보(Biturbo)로 시작됐다. 이름 비투르보의 뜻은 트윈터보다. 이름에 써가며 강조한 이유는 마세라티 양산차 최초로 트윈터보를 달았기 때문이다. 비투르보는 작고 가벼운 엔진과 콤팩트한 차체의 조합으로 강력한 성능을 뽐냈다.

지금은 엔진 크기 줄이고 터보차저를 달아 힘을 내는 다운사이징 시대. 그런데 1980년대 마세라티도 마찬가지였다. V6 2.0L, V6 2.5L, V6 3.0L의 3가지 엔진 라인업을 만들고, 모두 트윈터보와 짝지었다. 이탈리아 내수용은 주로 V6 2.0L 엔진을 썼다. 당시 이탈리아는 배기량 2000cc를 넘을 경우 38%나 세금을 올렸기 때문이다.



마세라티는 트윈터보 엔진을 바탕으로 라인업을 키웠다. 당시의 차들은 이름만 바꿨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비슷한 디자인에 엔진 구성을 택했다는 한계는 분명했지만. 마세라티는 1992년, 데 토마소 시대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자동차를 내놓았다. 바로 필자가 한 번 보고 홀린 차. 2세대 기블리다.

마르첼로 간디니가 빚어낸 군더더기 하나 없는 직선의 아름다움은 눈부셨다. 그는 직선과 딱딱한 각도, 쐐기형 디자인을 이용해 자동차를 능수능란하게 빚어내는 거장이다. 2세대 기블리를 보고 첫 눈에 반한 이유다. 기능미 앞세운 디자인과 달리 실내는 고급 GT에 걸맞게 질 좋은 가죽과 나무로 호화롭게 장식했다.



2세대 기블리는 310마력을 내는 V6 2.0L 트윈터보 엔진을 얹었다. 이탈리아 내수 시장용 버전이다. 수출 시장에는 지역에 따라 V6 2.8L 엔진을 얹었다. 그러나 성능은 약간 낮춰 288마력으로 재조정했다. 수동 5단 또는 자동 4단 변속기를 달아 뒷바퀴를 굴렸고, 이후 수동 6단 변속기를 추가했다.

기블리 2세대는 작고 가벼운 차체, 배기량을 줄이고 효율을 키운 엔진의 조합으로 뛰어난 운동 성능을 자랑했다. 경주차로 만든 ‘기블리 컵’ 모델은 터보차저를 바꾸고, 배기 구조 및 ECU를 다시 짜 맞춰 최고출력을 335마력으로 올렸다. 약간의 개조만 더하면 페라리 355 챌린지와 맞먹는 운동 성능을 자랑한다니 더욱 궁금해진다.



2세대 기블리는 1997년에 후속 모델 3200GT의 생산을 위해 단종됐다. 데 토마소 시대를 끝내고 피아트에 인수된 마세라티는 지금 아주 잘 나가는 중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2세대 기블리를 꿈꾼다. 국내에서는 아주 보기 어려운 차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력이 된다면 한 번쯤 몰아보고 싶다. 청춘의 열병을 앓게 했던 차이건만, 지금은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안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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