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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 돌려쓰기 그 처참한 종말의 시작, GM대우 G2X
기사입력 :[ 2018-02-24 14:01 ]


어쩌다 GM 대우는 컴팩트 로드스터 G2X를 시판한 걸까 (1)

[변성용의 사라진 차 이야기] 차가 먼저인가 플랫폼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란은 자동차업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플랫폼과 양산차 사이가 그렇다.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차체를 공유할 그룹을 정한 뒤,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한다. 양산 자동차 제작사라면 다들 쓰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특정 모델의 양산 결정이 내려질 정도면 이미 사용할 플랫폼은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막상 차를 만들기로 했는데 적당한 플랫폼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정한 계획과 비용 안에서 세워지는 양산차 세계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거의’ 말이다. 하지만 정말 드물게, 플랫폼을 새로 만드는 것 마저 감수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런 차가 이 곳 한국에까지 흘러 들어오는 일도 생긴다. GM 대우 시절 뜬금없이 출현해 아주 적은 수량이 팔렸던 G2X 같은 차가 그렇다. GM이 한국을 위해 이런 수고를 감내했을 리는 만무하다. 도대체 어쩌다가 GM 대우는 컴팩트 로드스터 같은 것을 국내에 시판한 것일까?



◆ 컨셉트카를 위해 플랫폼을 만들다.

돌이켜보면 20세기의 말은 소형 로드스터의 호황기였다. 염가의 소형 로드스터의 부활을 알린 마쓰다 미아타(MX-5)가 50만대를 팔아 치우며 대성공을 거두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로드스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작은 시장에 힘을 쓰는 것이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한 GM은 직접 차를 만드는 대신 이런 종류의 차에 도가 튼 파트너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 파트너가 바로 로터스.

엘리스의 외피를 바꾸고 GM의 엔진을 얹는 정도에서 끝났어야 할 일은 2000년 유럽 충돌 안전 규정이 강화되면서 꼬이기 시작한다. 로터스가 강화 규정에 맞춘 개발 비용을 고스란히 GM에게 떠넘기려 하면서 양사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된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차는 GM의 유럽 법인인 복스홀과 오펠을 통해 시판되긴 했지만, 원래의 목표였던 미국 진출은 좌절된다. 수량이 적어진 차는 지독하게 비쌌고 당연히 잘 팔리지도 않았다. 열 받은 GM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고, 그 결과물이 2002년 북미모터쇼에서 스포츠 컨셉트를 통해 실체를 드러내기에 이른다.

GM이 젊고 역동적인 브랜드로 변화시키기 위해 한참 정성을 들이던 폰티액 브랜드로 오픈형 로드스터와 패스트백 쿠페 모델이 한꺼번에 나온 것이다. 저렴하면서도 멋진 스포츠카를 목표로 한 컨셉 ‘솔스티스’에 호평이 쏟아지자 GM은 이 차를 양산할 것을 결심한다. 문제는 GM에 이 차에 쓸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다는 거다.



◆ 차는 만들어야 되는데 플랫폼이 없다!

당시 GM이 가진 주력 플랫폼들은 하나같이 앞바퀴 굴림 천지였다. 후륜구동 플랫폼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죄다 중형 사이즈 이상의 큰 차를 위한 것 뿐. 컨셉트카를 만들 때만 해도 앞바퀴 굴림 델타 플랫폼 (나중에 크루즈가 될 라세티 프리미어도 이것 기반)을 가져다 왕창 뜯어고치면 되겠다 싶었지만, 델타의 개조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작업임은 금방 드러난다. 목표로 한 운동성은 물론 차의 비율이 모조리 망가지게 될 것이 뻔했으니까. 경쟁자들이 죄다 컴팩트한 후륜구동 플랫폼으로 다투는 마당에 억지로 끼워 맞춘 앞바퀴 굴림차가 어찌 될 지는 명백했다.

마음이 급해진 경영진은 GM의 글로벌 소형차 라인 책임자였던 로리 퀸을 불러내 무조건 답을 짜낼 것을 지시한다. 높으신 분들의 ‘무대뽀’ 요구사항을 받아든 퀸은 GM의 전세계 조직에서 개발자를 차출해 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한다. 짧은 오버행, 긴 휠베이스와 넓은 폭을 가진 공격적인 형상의 소형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플랫폼 외에는 답이 없었다. 남은 것은 이걸 어떻게 값싸게 만들어내냐는 것이였다. 그것도 최단기간 내에.



◆ 카파(Kappa) 플랫폼의 탄생

GM의 엔지니어들이 궁리 끝에 만든 것은 새로운 공법의 차체였다. 새 플랫폼은 하이드로 포밍 방식으로 제작된 프레임 레일이 뼈대가 되는 차였다. 프레스 성형된 기구물 여러 개를 용접하는 방식 대신, 한 장의 철판을 틀 속에 건 뒤 유체로 압력을 주어 단번에 뼈대를 성형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두개의 대형 레일 사이에는 변속기와 드라이브샤프트가 자리할 터널 구조를 넣어 전체 강성을 끌어올린다. 천장 구조물이 없는 로드스터를 단단하게 만드는 데는 매우 이상적인 방법이었다. 프레임 레일의 부피가 큰 탓에 구동계가 들어설 공간이 좁아지는 것이 문제였지만, 어차피 이 차는 컴팩트 사이즈의 로드스터. 폭이 좁은 직렬 4기통 엔진을 세로 배치할 공간이면 충분했다. 새로운 플랫폼에는 카파(Kappa) 라는 이름이 주어진다.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가능한 저렴하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차체 이외에는 철저히 있는 것을 끌어다 쓰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액슬과 디퍼런셜은 캐딜락 CTS의 것을, 인테리어 구성품의 다수는 캐딜락 XLR의 것을 가져다 썼다. 냉난방 시스템은 허머 H3를, 안개등과 도어핸들, 스티어링 컬럼, 에어백 같은 것은 델타 플랫폼의 여러 차종에서 뜯어온 것이었다. 시트는 독일 계열사 오펠의 소형차 코르사용을 가져다 리폼해서 쓰고. 엔진과 변속기 또한 가지고 있던 4기통 에코텍과 GM의 기존 제품을 활용했다.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GM의 버릇이 다시 발동하기 시작한다. 델라웨어에 마련한 카파 전용 공장을 돌리기에는 솔스티스 만으론 수량이 모자랐다. 이왕 만든 플랫폼, 비슷한 차를 하나 더 만들어 전세계의 식구들에게 나눠 주면 어떨까? GM의 글로벌 산하 조직의 등을 떠미는 와중에 솔스티스와는 다른 모습의 차가 부랴부랴 디자인되기 시작한다. 각 자회사에는 나름의 명분을 주고자 했지만 사실은 강압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새턴 (미국): 폰티액이 차 팔 동안 손가락만 빨꺼냐? 2인승 로드스터 줄테니 브랜드를 좀 새끈하게 만들어 봐 응? 맨날 구질구질 좀 그만 하고!

복스홀 (영국): 너네 때문에 로터스랑 손잡았다가 손해가 막심하다. 차 나오는 대로 망할 VX220는 치워라. 아 참, 오른쪽 운전석은 금방 안 나온다. 좀 기다려라.

오펠 (독일): 로터스 꼴 보기 싫으니 스피드스터 빨리 털어라! 소형 스포츠카 뭐 부활시킬 거 없냐? 30년 전에 단종한 오펠 GT? 그거 이름 쓰면 되겠네!

GM대우 (한국): 최신 스포츠카다. 배기량 작다. 팔아라.

솔스티스와는 별개로 진행된 차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이름도 각자 주어진다. 새턴 스카이, 오펠 GT, 그리고 GM대우 G2X.



(2부로 이어집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변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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