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News 주요뉴스

제네바 모터쇼의 소형차들이 보여주는 미래차의 양면성
기사입력 :[ 2018-03-11 13:03 ]
제네바 모터쇼,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자동차의 양극화

[류청희의 자동차 이슈 비평] 지금 스위스에서는 제네바 모터쇼가 한창 열리고 있다. 오는 18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유럽을 대표하는 모터쇼 중 하나로, 이번이 88번째로 열리는 것이다. 스위스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 나라이면서 유럽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평균소득이 높아 고급차를 중심으로 화려한 차들의 인기가 높다는 특성 덕분에 유럽에서 매년 상반기에 열리는 모터쇼 중 주목도가 가장 높은 행사이기도 하다.



그와 더불어 제네바 모터쇼는 전통적으로 고급차와 고성능차, 클래식카와 맞춤제작 차들의 비중이 큰 것이 전통이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예년보다 최신 흐름을 따른 차들이 더 크게 눈길을 끌었다. 전동화, 자율주행, 네트워크 연동, 공유경제 등의 흐름이 폭넓게 영향을 준 것이다. 소비자나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높은 만큼, 언론에서 집중해 다룬 것도 그런 차들이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의 시선이 화려한 기술과 성능, 호화로움을 내세운 차들에 쏠려 있는 와중에도, 두 가지 면에서 그들과는 차별화되는 새 차들도 적지 않았다. 하나는 내연기관을 쓴다는 점, 다른 하나는 대중차 브랜드의 소형차라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그들 중 대부분은 이미 나와 있는 모델을 개선하거나 페이스리프트한 것이고, 꽤 오랫동안 큰 변화 없이 팔려온 모델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토요타 아이고, 닛산 쥬크를 꼽을 수 있다. 토요타 아이고는 4년 전, 닛산 쥬크는 8년 전에 같은 장소에서 새 모델이 발표된 모델이다. 일반적인 승용차의 모델 변경 주기가 6~8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토요타 아이고의 페이스리프트 시기는 아주 늦은 편은 아니지만, 닛산 쥬크는 꽤 변화가 더디게 이루어진 셈이다. 물론 쥬크가 많이 팔리는 보편적 장르에 속하는 차는 아니기는 하지만, 틈새 모델로서는 유럽에서 비교적 높은 인기를 얻었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 모델로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밖에도 스코다 파비아가 4년여 만에 페이스리프트했고, 토요타는 6년 만에 중소형(C 세그먼트) 모델인 오리스의 새 모델을 내놓았다. 시트로엥의 소형 MPV인 베를링고도 10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를 거치며 세대가 바뀌었다.



이처럼 대중차 브랜드의 소형 모델이 변화가 더딘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당연한 일이 되고 있다. 일단 소형차 자체의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개발 및 생산비용을 회수하고 이익을 내려면 많이 팔아야하는 것은 물론이고 큰 비용이 들어가는 변화는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 및 안전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작은 크기로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차체 구조나 파워트레인을 개발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원자재 및 비용 상승, 각종 첨단 장비 추가 등 차 값 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가급적 오랜 기간 생산하는 것이 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다.

물론 한 모델을 최소한 10년 이상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었던 20세기와 비교하면 모델 변경 주기가 엄청나게 짧아지기는 했다. 그러나 판매량과 수익성 면에서 유리한 중소형이나 중형 모델에 비하면 여전히 긴 편이다. 유럽처럼 소형차 수요가 많고 경쟁이 치열하면서 규제가 강력한 시장이 아니라면 한 모델이 더 오랫동안 생산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흐름은 초소형차(A 세그먼트)와 소형차(B 세그먼트)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이다. 포드는 카 플러스의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오프로더 분위기의 치장을 더한 카 플러스 액티브를, 혼다는 재즈에 엑스로드(X-Road)를 추가했다. 모두 바퀴 주변 차체와 범퍼 일부에 검은색 플라스틱을 더해 SUV같은 느낌을 주도록 손질한 모델이다.

실제로는 4륜구동 시스템이 들어가지 않는 앞바퀴 굴림 해치백 모델이면서 꾸밈새만 오프로더를 흉내낸 것이다. 이런 개념의 차들은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했지만 주로 소형급 이상 모델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초소형과 소형급 모델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쉐보레 스파크와 기아 피칸토(모닝)에도 일부 외국 시장에는 그런 종류의 모델이 추가되어 이미 팔리고 있다.



일반 승용차 구조를 바탕으로 SUV의 스타일과 실용성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SUV 또는 도시형 SUV는 이미 유행을 타며 주류 장르로 자리를 잡았고, 국내에서도 소형 해치백 판매를 뛰어넘어 해당 차급 시장을 키울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일의 개성은 물론 오프로더 이미지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안정감 같은 긍정적 요소들이 크로스오버 SUV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초소형차에도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접목하는 이유도 그와 같은 이미지를 부여해 제품 경쟁력의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판매를 늘리려는 데 있다. 그러나 이미 판매되고 있는 해치백과 별도로 새로운 크로스오버 모델을 개발하기에는 투자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기본 구조와 차체를 그대로 둔 채 치장만 바꾼 모델들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차들은 국내 시장과는 거리가 있는 모델인 만큼 독자들의 관심도 적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이야기하는 화려하고 값비싼 차들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는 이면에는 상대적으로 시선은 덜 끌면서 낮은 수익성에 고전하면서도 기본적인 탈것으로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차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처럼 제네바 모터쇼에 나온 여러 소형차들은 자동차 분야에서의 양극화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고, 반드시 자동차의 미래가 밝고 화려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