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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인제니움 가솔린엔진 자랑, 허세가 아니었다
기사입력 :[ 2018-05-21 09:13 ]
[시승기] 재규어 E-페이스가 안겨준 역대급 짜릿한 반전

나긋나긋한 SUV로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과격하게 스티어링을 돌리고 엑셀페달을 밟아도 운전자 의도를 정확하게 읽고 반응한다. 스포츠카를 모는 느낌이 들 정도로 민첩하고 날카롭다



자동차회사는 철학과 판매량 사이에서 갈등한다. 모든 회사가 떠안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재규어야말로 그들이 추구해온 철학과 전통에 관한한 누구보다 탄탄한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이들 고정지지층 외에 새로운 고객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 또한 숙명이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끊임없이 새로운 모델을 내놓는 것이고. 물론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어떻게 재규어가 디젤엔진을’, ‘어떻게 재규어가 SUV를’··· 그랬다. 재규어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가솔린엔진만을 써야 했고, 유려한 라인을 뽐내는 세단, 그것도 정통세단만을 내놓아야 한다는 믿음이 깊었다. 그런데 꽤나 오래갈 것처럼 보였던 논란은 한 방에 끝났다. F-페이스 등장과 함께 호사가들의 논란은 바로 사그라들었고, 컴팩트 퍼포먼스 SUV E-페이스 발표와 함께 확실한 방향성까지 정립했다.

전통, 럭셔리, 우아함, 독특한 주행질감. 그렇다, 재규어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재규어가 처음 SUV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기대 반 걱정 반 시선을 보냈다. 그런데 지금은, 컴팩트 SUV까지 내놓으며 더욱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전통을 중요하게 여겼던 재규어로서는 쉽지 않았던 선택이었지만, 역사와 전통은 살리면서도 그들만의 새로운 방식을 더해 좀더 대중 곁으로 다가가는데 성공했다. 전통과 철학 이면에 숨겨놓았던 질주본능과, 그것을 21세기 환경에 맞게 풀어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과거 재규어 마니아들과 새로운 팬들의 공통분모가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재규어가 E-페이스를 통해 내세우고자 하는 부분은 화끈한 퍼포먼스다. 물론, 힘 달린다고 구박 받는 차 없고, 빨리 달리지 못한다며 짜증 섞인 목소리 듣는 차 없는 요즘, 이제는 퍼포먼스 전달방식의 싸움이다. 재규어는 전설의 명차 E-타입에서부터 이어온 레이싱 DNA와 최근의 F-타입에서 보여준 현대적 감각의 퍼포먼스를 적절하게 재해석해 E-페이스에 접목시켰다. 시선을 한곳으로 모으는 유려함과 그들의 스포츠 DNA 경험으로 다듬은 퍼포먼스가 고스란히 투영된 E-페이스. E-페이스에 대한 기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5월의 따뜻한 어느 봄날, 도자기 컬러 E-페이스를 처음 마주했음에도 왠지 낯이 익다. SUV 보디지만 탄탄하면서도 제대로 각 잡힌 구석구석이 재규어 패밀리임을 강조한다. F-타입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프런트와 깎아지른 듯 날카롭게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독특한 뒤쪽 인상을 완성한다. 양쪽으로 길게 뻗은 테일램프와 물 흐르는 듯 유려한 사이드 뷰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 차제 곳곳의 모습에서 그동안 재규어가 자동차역사에서 어떤 족적을 남긴 브랜드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헤드라이트. LED 헤드라이트는 주간등으로 점멸되는 시그니처 J 블레이드가 낮이고 밤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만든다. 짧은 오버행과 묵직함을 주는 커다란 그릴도 비슷한 사이즈의 경쟁자들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요소.



편의성과 합리성을 두루 갖춘 실내의 중심은 단연 센터페시아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F-타입에서 영감을 얻은 기어노브, 그리고 세 개의 다이얼 타입 스위치는 기능성이라는 이성과, 오감을 자극하는 감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공조장치 등 각종 스위치 조작감이나 마무리 역시 꼼꼼하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자동주차 및 내비게이션 등 E-페이스의 모든 것을 세팅할 수 있다. E-페이스에 기본으로 갖춰지는 내비게이션 외에 재규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재규어 전용 T맵 및 지니 뮤직까지 즐길 수 있다. 이것저것 만져보고 눌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트렌드세터가 된 기분.



가슴 깊은 곳에 직렬 4기통 2.0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을 심장으로 품고 있다. SUV 하면 대부분 디젤엔진을 떠올리지만 가솔린엔진 SUV는, 디젤엔진 SUV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E-페이스에 올라간 인제니움 가솔린엔진은 <워즈오토>가 뽑은 ‘2018 10대 베스트 엔진’에 선정될 정도로 확실한 검증을 받은 유닛. 스포츠타입 9단 자동기어와 짝을 이룬다. 저단에서는 기어비가 촘촘해 가속에 유리하고 고단에서는 토크를 최대한 활용해 고속 크루징에 피곤함이 없다. 최고출력은 249마력이고 37.2km⦁m의 최대토크는 대부분 중저속 구간에 몰려 있어 가다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시내구간에서 답답함이 없다.



시트가 드라이버 몸을 제대로 지지한다. SUV치고는 낮은 시트포지션과 묵직한 스티어링, 반응이 빠른 엔진과 트랜스미션, 정밀하게 움직이는 네바퀴굴림 시스템 등 E-페이스는, 스포츠카와 SUV의 장점만 뽑아 놓았다. 에코와 컴포트 모드에서의 움직임이 편안하다. 조용하고 진동이 거의 없으며, 2천rpm까지 채 올라가기도 전에 차곡차곡 기어를 바꿔 문다. 드라이브 모드에 맞는 가장 적합한 기어 변속을 이끌어낸다는 건, 최대한 조용하면서도 안락한 움직임을 보장한다는 의미. 비슷비슷한 디젤엔진 SUV에 싫증을 느꼈다면 E-페이스 가솔린엔진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



나긋나긋한 귀여운 SUV로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반전매력이 기다리고 있다. 다이내믹 모드에서의 움직임은스포츠카를모는느낌이들정도로민첩하고날카롭기까지하다. 과격하게 스티어링을 돌리고 엑셀페달을 밟아도 운전자 의도를 정확하게 읽고 반응한다. 더욱이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계기반 색깔마저 붉게 바뀐다. 엔진회전수가 올라가자 변속시점을 뒤로 미루고, 엔진이 가진 토크와 출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6천rpm부터 시작하는 레드존까지 거침없이 밀어붙여도 지친 기색 한 번 보이지 않는다.



E-페이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비는 인텔리전트 네바퀴굴림 시스템. 기존 SUV가 험로주파에 초점을 맞춘 네바퀴굴림 시스템에 집중했지만 E-페이스의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스포츠성능 성격이 강하다. 노면상황에 따라 앞뒤 바퀴에 동력을 나누는 시간은 0.5초 이내.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시간보다 훨씬 짧다. 여기에 추가한 토크벡터링으로 네바퀴굴림의 완성도를 최고로 높였다.

시승을 하게 되면 늘 같은 속도로 코너를 도는 구간이 있다. 이곳에서 E-페이스 움직임은 스포츠 AWD를 갖춘 고급 스포츠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울퉁불퉁한 노면이나 급격한 코너에서 토크벡터링 시스템은 찰나의 순간에 안정적인 움직임을 돕고 있었다.



재규어 E-페이스는 양면성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모델이다. 겉모습만 보면 단순한 컴팩트 SUV라고 치부하기 쉽지만 실제로 운전을 해 보면 운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아주 똑똑한 모델이다.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재규어 이미지를 보다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이끌어냈다는 점에도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한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재규어가 SUV를 만들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재규어는 F-페이스에 이어 E-페이스를 통해 다양한 소비자들과 소통하려고 한다. 그들만의 전통과 철학, 아이덴티티를 소비자들 입맛에 맞게끔 완벽히 재해석했다. 여기에 재규어의 정통성을 담은 SUV라는 특별함까지 갖추고 있다. 20세기에 역사의 문을 연 재규어가, 21세기 공간에서, 22세기 고객까지 끌어안을 기세다.

글 황욱익 칼럼니스트(<클래식카 인 칸사이> 저자), 사진 류장헌

황욱익 칼럼니스트: 바퀴 달린 건 다 좋아한다. 카트레이서이자 테스트드라이버이며, 국내최초 자동차 전문 토크쇼 의 기획자이자 진행자. 실전과 이론을 겸비한 <모터매거진> 자동차기자 출신으로, 현재는 자동차 히스토리에 푹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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