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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공법과 골동품 디자인 접목에 차 구매 문의 빗발쳤다
기사입력 :[ 2018-05-25 08:35 ]


처음이자 마지막 양산 핫 로드(Hot Rod), 플리머스 프라울러 (1)

[변성용의 사라진 차 이야기] 크라이슬러-그리고 플리머스(Plymouth). FCA가 미국 자동차의 빅3 일까? 애매하다. 이탈리아 회사가 주도하는 합병 뒤 영국에 본사를 둔 자동차 회사를 미국회사라 부르는 데는 어폐가 있다. 하지만 토종 미국 브랜드들을 주렁주렁 거느린 회사가 미국회사가 아니면 뭐라 불러야 하겠는가? 승용 브랜드 크라이슬러, 고성능(?) 브랜드 닷지, 4륜 구동 전문 브랜드 지프, 트럭 전문 램(RAM). 하나같이 미국의 정서를 대변하는 브랜드다. 여기서 빼면 섭섭한 브랜드도 하나 있다. ‘플리머스’(Plymouth).

1928년에 처음 만들어져 2001년까지 그룹의 중저가차 라인업을 담당하던 브랜드였다. 이름부터가 그냥 농부들 많이 쓰던 밧줄 이름을 가져다 썼을 정도로, 미국인들에게는 대중적인 차의 대명사 같은 존재였다. 이 브랜드가 가장 빛나던 시절은 1960년대였다. 머슬카 붐에 편승하며 쏟아져 나온 바라쿠다, 로드러너같은 차들은 지금도 미국차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석유파동이 시작된 이래 플리머스는 내리막길만 걸었다. GM으로 친다면 폰티액 정도의 포지션이랄까. 그나마 폰티액은 시장이 원하는 작고 기름 안 먹는 차를 직접 만들 여력이 있었지만, 플리머스는 파트너의 물건을 가져다 파는 것 말고는 방책이 없었다. 푸조와 미쓰비시 차에 배지를 바꿔 단 수준의 차는 그럭저럭 팔리긴 했지만, 싸고 재미없는 브랜드 이미지는 1990년대에 이르러 회복이 가능할까 싶은 지경까지 이른다. 이걸 뒤집으려면 그냥 좋은 차 정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뭔가 엄청나게 자극적인 존재가 필요했다.



◆ 시작은 알루미늄 자동차의 연구에서

1980년대부터 크라이슬러는 알루미늄 소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자동차 연비를 끌어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차를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철만큼이나 자연계에 풍부한 소재이면서, 산업현장의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주철 대비 1/3 무게의 알루미늄은 자동차에 쓰기에 딱 좋은 소재다. 하지만 당시는 1980년대. 알루미늄 차를 대량 양산하는 것은 아무도 해 본적이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알루미늄 양산차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20년도 전에 시작한 개발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알루미늄 소재로 스탬핑, 성형, 압출, 용접, 조립 같은 자동차의 전체 제조공정을 수행하는 기초 연구가 진행되며, 이것을 온전히 양산차로 현실화시킨다는 목표도 설정된다. 무엇을 만들지는 이미 결정된 상태였다.



알루미늄 프로젝트의 한 축을 담당한 인물 중에는 그룹의 디자인 총책인 톰 게일(Tom gale)도 있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입사했지만 특이하게도 디자인 수장자리에 오른 이 인물은 그냥 이렇게 정의할 수밖에 없다.

‘살아있는 미국차의 전설’.

그는 당대 미국차의 디자인 트렌드를 정립한 장본인이었다. 운전석을 최대한 앞으로 밀되 공간과 균형미를 양립시킨 캡포워드 세단, 강렬한 개성을 전면부에 집중시킨 미국 트럭의 형태가 모두 이 사람을 통해 완성되었다고 보면 된다. 포드도 GM도 이 사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슈퍼카 디자이너로서도 걸작을 남겼다. 디아블로(당시 람보르기니는 크라이슬러 소속)와 바이퍼가 모두 한 사람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 핫 로드를 양산하는 파격의 조직

톰 게일의 빛나는 성과는 디자인에 머무르지만 않았다. 그가 디자인 수장이 된 1980년대 중반,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작업은 개발 시스템을 개편한 것이었다. 디자이너와 설계자, 엔지니어 및 판매 및 마케팅 담당자를 ‘수평적인’ 팀조직으로 배치하고 시작부터 자유로이 의견을 교환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아무리 미래지향적일지라도 최소한의 수정만 거친 뒤 그대로 시판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양산해 버렸다. 크라이슬러의 새로운 철학이 빚어낸 차는 1990년대 회사가 위기에서 탈출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평소 같으면 상상도 못할 차가 출현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었다. 그들이 만들기로 한 차는 무려 핫 로드였다!



핫 로드(Hot Rod). 1930년대의 차를 현대의 탈 것으로 멋스럽게 개조하는 미국 고유의 자동차 문화다. 1930년대의 차체를 유지하지만 주행에 관련된 모든 부품은 최신의 것으로 채워 넣는다. 생김새로는 짐작조차 못할 과한 출력의 엔진을 넣는 것도 특징이다. 톰 게일은 취미로 핫 로드를 직접 만드는 열혈 마니아였다. 그는 미국의 자동차 환경이 낳은 문화 코드를 알루미늄 양산 프로젝트와 결부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최신의 알루미늄 제조공법과 정 반대 방향에 위치한 골동품 디자인의 접목은 그 자체로 이미 극적이었으며, 자유로운 회사의 분위기 속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1993년, 현대의 기술로 부활한 핫 로드를 실체화한 컨셉트카 프라울러 (Prowler: 밤에 배회하는 사람. 편집자 주)가 선보인다. 온통 디자인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가 이어지고, 언제 차를 살 수 있냐는 문의가 빗발친다. 컨셉트카가 완성된 시점에서 디자인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이 차를 실체화 시킬 알루미늄 차대의 양산 개발이 분주히 진행된다. 꼬박 4년이 흐른 1997년, 프라울러가 드디어 시판된다.



(2부로 이어집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변성용

변성용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객원기자로 일했다. 파워트레인과 전장, 애프터마켓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하며 자동차를 보는 시각을 넓혔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전문지 의 객원기자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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