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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가 공들이는 세이프티카,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기사입력 :[ 2018-10-21 15:31 ]
세이프티카의 과거는 화려했고, 미래는 암울하다

[김태영의 테크 드라이빙] 자동차 회사는 왜 세이프티카(Safety Car) 공급에 많은 에너지를 들이는 것일까? 그만한 광고 효과나 이미지 형성에 도움을 주는 것일까? 이런 주제가 갑자기 궁금해진 것은,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이 2019년부터 모터사이클 경주인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에 세이프티카를 공급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물론 슈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이 한국에서 워낙 알려지지 않은 탓에, 이런 소식이 큰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어쨌든,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주제다. 세이프티카는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 미래는 어떨까?



세이프티카는 스포츠 경기로 따지면 심판에 해당한다. 레이스카는 세이프티카의 지시를 따라야 하고, 속도에 상관없이 세이프티카를 추월할 수 없다. 세이프티카의 역할은 경주 시작 전 트랙을 점검하고 스타트 후에는 질주하는 경주차들의 뒤를 살피는 것이다. 그러니까 비상 상황에 언제나 대비한다. 경주 중에는 피트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사고가 발생하거나 기상 악화 같은 상황에 투입되어 경주차 대열을 이끈다. 그리고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페이스를 조절한다.

쉬워 보이는 일이다. 하지만 세이프티카의 역할을 만만하게 볼 수 없다. 경주차들이 장착하고 있는 레이스용 타이어나 브레이크는 일정 온도 이상에서 제 성능을 발휘한다. 따라서 대열을 이끄는 차가 저속으로 주행할 수 없다. 타이어 온도가 급하게 내려가면서 코너링과 제동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속도가 느려지면서 엔진이 과열될 위험도 존재한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세이프티카는 언제나 빠른 속도로 대열을 이끌어야 한다. 당연히 세이프티카의 높은 주행 성능이 기본이고, 훌륭한 드라이버와 호흡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



세이프티카는 대열에 가장 앞에 선다. 고성능 자동차의 정점이라 불리는 레이스카를 이끄는 만큼 고성능차의 이미지를 극대화 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 고성능 자동차 회사는 아주 오래전부터 세이프티카를 브랜드 이미지 강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나름대로 역사도 쌓아간다. 세이프티카를 마케팅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로는 메르세데스-AMG와 BMW M이다.



온로드 레이스의 최고봉인 F1의 첫 세이프티카는 포르쉐 914였다. 메르세데스-AMG는 1996년 C36 AMG 이후 23년째 F1에 세이프티카를 공급하고 있다. 이후 CLK 55 AMG, SL 63 AMG, SLS AMG, AMG GT R 등 AMG 모델 중 플래그십에 해당하는 가장 중요한 모델들이 세이프티카로 쓰였다.

F1에 투입되는 AMG F1 세이프티카는 은색 보디에 최소한의 대칼과 라이트바를 사용해 제품 고유의 특징을 최대한 유지하고 있다. 또한 왜건형의 차를 메디컬카로도 투입하여 나란히 사진을 찍으면 그 자체만으로도 꽤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 고성능차 시장에서 정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AMG의 이미지와 자동차 경주의 최고봉 F1의 이미지가 겹쳐 보인다.



BMW M은 모터사이클 레이스에 최고봉인 모토 GP에 다년간 세이프티카를 공급하고 있다. 차종은 2인승 로드스터 Z8부터 M4, 현재는 M5가 세이프티카로 활약 중이다. 특히 BMW M은 세이프티카를 마케팅에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다. BMW M 모토 GP 세이프티카는 BMW M의 브랜드 컬러를 강조한 화려한 대칼이 특징이다. 매년 차종과 외부 디자인이 업데이트되고, 이를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서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세이프티 공급만으로도 헤리티지와 콘텐츠를 동시에 생산한다. 일부 오너들은 세이프티카의 대칼을 구입, 자기 차를 세이프티카처럼 꾸미기도 한다. 현재 세이프티카로 활동하는 M5는 BMW M의 튜닝 부품 사업인 M 퍼포먼스 파트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데 활용된다. 기본형이 아닌 M 퍼포먼스 파트를 잔뜩 부착해서 미디어 노출을 높이고, 비즈니스에도 활용하는 방법이다.



세이프티카는 레이스 개최국이나 레이스 성격과 연결되기도 한다. 포뮬러카들이 오벌 코스를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미국의 인디 500에는 1911년부터 세이프티카(페이스카라고 불린다)가 존재했다. 그런데 인디 500의 세이프티카는 거의 미국 차들이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포드 머스탱이나 닷지 바이퍼, 쉐보레 카마로 등 미국의 스포츠카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올 시즌에도 역시 쉐보레 코르벳 ZR1이 활약 중이다.

가장 미국적인 레이스인 나스카에서도 세이프티카들은 미국 브랜드가 독차지다. 하지만 토요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토요타 캠리가 세이프티카로 나선 적도 있다. 나스카와 함께 열리는 나스카 캠핑 월드 트럭 시리즈는 트럭들이 겨루는 레이스인 만큼 세이프티카로 트럭을 내세우기도 한다.



전기에너지로 달리는 포뮬러 E의 경우 BMW의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이 세이프티카를 맡고 있다. 미래적으로 느껴지는 전동화 레이스에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i8의 매칭은 레이스와의 성격도 맞으면서 i8의 혁신 이미지도 더욱 강화해 주는 효과가 있다. 르망 24시 레이스나 호주의 슈퍼카 챔피언십 같은 경우 아우디나 포르쉐가 단골 세이프티카 공급 브랜드다. 그동안 두 브랜드의 24시간 내구레이스에서의 뛰어난 성적을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특이하게 포르쉐는 슈퍼카 챔피언십에 SUV인 카이엔을 세이프티카로 공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이프티카 투입과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가까운 미래엔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버추어 세이프티카(VSC, Virtual Safety Cars)의 등장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가상 세이프티카라는 뜻이다. VSC는 2014년 F1 일본전에서 줄리아 비앙키가 사망한 이후 개발되었다. 세이프티카의 투입을 최대한 줄여서 안전을 최대한 보장하자는 취지다. 사고가 발생해 세이프티카가 투입될 상황에서 레이스카 전체의 출력을 자동적으로 제한해 속도를 줄이게 하는 방법이다. 세이프티카가 출동해서 대열을 갖출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따라서 안전하고 더 빠른 레이스 진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태영

김태영 칼럼니스트 : 중앙일보 온라인 자동차 섹션을 거쳐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 <자동차생활>, <모터 트렌드>에서 일했다. 현재는 남성지 <에스콰이어>에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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