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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외딴섬 된 테슬라.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사입력 :[ 2018-10-22 10:09 ]


좌충우돌 테슬라의 미래, 3년 안에 어떻게든 판가름 날 듯

[김형준의 숫자 깨먹기] 3년.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그는 지난 8월 자신의 트위터에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의 지원을 받아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전환(상장폐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미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를 증권거래 사기혐의로 고소했고, 지난 16일 뉴욕 연방지방법원은 일론 머스크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내용의 합의를 승인했다. 이 합의로 테슬라는 다음달 13일까지 한 명의 사외의장과 2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하며,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는 각각 2000만 달러의 벌금을 납부해야 한다. 머스크는 최소 3년 동안 이사회 의장에 오를 수 없지만 테슬라 CEO 자리는 유지하게 된다.

올해는 테슬라의 첫 번째 양산모델인 로드스터가 생산에 들어간 지 20년째인 해다. 테슬라는 2008년부터 2012년 봄까지 4년여 동안 2250대의 로드스터를 파는 데 그쳤다. 하지만 2012년 모델 S 고객인도가 시작됐고 이듬해 미국과 유럽에서만 2만2000여 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중국 판매를 개시한 2014년에는 판매량이 3만1000여대로 늘었고, 모델 X SUV를 더한 그 다음해엔 모델 S 판매량만 5만 대를 넘어섰다.



2010년 테슬라는 총 1330만주의 주식을 발행하며 나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17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10월 19일 기준 26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 3분기 미국에서 테슬라는 6만9925대의 신차를 팔았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 벤츠의 판매합계는 6만6542대였다. 분기 판매량으로 벤츠를 뛰어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 기세가 쉬이 가라앉을 조짐은 없다. 모델 3의 인기가 예상보다 훨씬 큰 까닭이다. 모델 3는 어느새 미국에서 많이 팔리기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승용차가 됐다. 그 위로는 토요타 캠리와 코롤라, 혼다 시빅과 어코드 같은 대중적인 세단이 있다.

이 같은 성장세를 알면 결코 부정할 수 없다. 테슬라가 21세기에 가장 성공한 럭셔리카 브랜드임을.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이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54억8600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중 자동차 부문 매출액은 약 40억4900만 달러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실적이다. 자동차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무려 25%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 중 최고 수준인 포르쉐(상반기 17.5%)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동시에 올 상반기 약 7억99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역시 분기 기준 최악의 실적이다. 테슬라는 프리먼트 공장의 모델 3 생산이 제 궤도에 오르면 수익률이 정상화될 것이라 설명한다. 현금보유고는 줄고 있지만 현금지출 규모 역시 차츰 줄고 있다. 내년에 갚아야 할 채권이 10억 달러 이상이지만 매출이 늘고 있어 모델 3 생산 사이클의 안정화 여부에 따라서는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일 수도 있다.



테슬라가 위기인지는 긍정도 부정도 어렵다. 그러나 이 유별난 회사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은 건 사실이다. 테슬라가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사이 유럽에선 BMW 그룹, 다임러 그룹, 폭스바겐 그룹, 포드가 손을 맞잡고 아이오니티(IONITY)라는 합작투자회사를 세웠다. 이는 350kW 용량의 초고속 충전설비를 전 유럽에 구축하기 위한 연합이다. 이 설비를 쓰면 15분 만에 90kWh 용량 배터리를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테슬라 슈퍼차저의 용량은 120kW로, 85kWh 배터리를 지닌 모델 S를 80% 충전하는 데 40분이 걸린다. 이 같은 고속충전설비는 고속도로 진출입로 근처에 자리해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전기차 오너에게 편의를 제공한다.



유럽 제조사들이 투자한 아이오니티는 2019년까지 유럽 내 6개 주요거점에 400곳 이상의 350kW 충전소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미국엔 폭스바겐 그룹이 투자한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Electrify America) 주도로 350kW 및 150kW의 고속충전설비가 들어선다. 2019년까지 484개의 충전소를 세운 뒤 2200여 개의 충전기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테슬라는 미국에 443곳, 유럽에 353곳을 포함해 전 세계에 1063곳의 충전소를 세우고 7320개의 슈퍼차저 충전설비를 구축했다. 어떤 자동차 제조사와도 손잡지 않고 혼자 해낸 일이다.



2008년에야 겨우 첫 모델을 생산한 테슬라가 좌충우돌하며 혼자 해온 일을 지금 전통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똘똘 뭉쳐 해나가는 셈이다. 테슬라 모델들의 대항마도 유럽 메이커들 중심으로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우디는 중형 SUV 형태의 e-트론을, 포르쉐는 타이칸이라는 이름의 4인승 스포츠 설룬을 내년부터 양산한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GLC 클래스를 기반해 만든 중형 전기 SUV EQC도 시판 준비가 한창이다. 이들 모두 테슬라를 어려움에 빠뜨린 대량생산 시스템을 차질 없이 준비 중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제조사들이 발표하는 BEV 시판 계획을 보면 제품 성능, 생산품질, 충전 인프라까지 무엇 하나 테슬라보다 못한 구석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거기에는 마치 “잘 봐라 테슬라여!”라고 조롱하는 느낌마저 묻어난다. 테슬라도 한때 메르세데스 벤츠, 토요타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손을 뗐고 테슬라와 손잡은 자동차 제조사는 한 곳도 없다.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사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카르텔에 소속하지 못하고 점점 자동차산업의 외딴 섬이 돼가는 분위기다. 과연 테슬라는 합심한 자동차 제조사들의 공세를 견뎌낼 수 있을까? 기존 제조사들이 본격적으로 BEV 게임에 뛰어든 만큼 3년 안에 어떻게든 판가름이 날 듯하다. 이는 일론 머스크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CEO로 경영에만 집중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형준

김형준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과 <톱기어> 한국판, 남성지 <지큐코리아>에서 다년간 자동차 글을 써왔다. 글로벌 자동차 잡지 <모터 트렌드> 편집장을 거쳐 현재는 한층 흥미롭고 심도 깊은 자동차 문화 탐구를 위해 자유 항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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