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News 주요뉴스

현대차 인제 서킷 임대, 이게 최선입니까?
기사입력 :[ 2018-10-26 08:44 ]


현대자동차의 인제 서킷 임대, 환영하면서도 아쉬운 이유

[나윤석의 독차(讀車)법] 현대자동차가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단 서킷을 갖게 됩니다. 그 목적은 고객 체험 행사와 드라이빙 아카데미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비록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환영할 일입니다.

단순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제 개인적 기호 때문이 절대 아닙니다. 자동차 시장은 제3세계를 중심으로 성장할 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선진국 자동차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크로스오버, 니치 마켓 등 시쳇말로 마른 걸레를 짜서 한 방울이라도 짜낼 정도로 시장의 구석구석을 이미 다 훑었다고 할 정도입니다. 게다가 요즘 젊은이들은 차를 굳이 사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스마트 폰을 신상으로 자주 바꾸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동시에 사이클이 짧은 소비 패턴을 보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카 셔틀링이나 로봇 택시와 같은 공유 서비스가 개인이 차량을 소유할 이유 자체를 많이 사라지게 할 것입니다. 물론 럭셔리 시장은 다르겠지만 최소한 대중 시장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회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집니다. 있는 고객을 떠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차를 살 가능성이 있는 고객을 놓치지 않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 단계까지 일단 끌어들이는 것이겠지요. 있는 고객들을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 드라이빙 아카데미입니다. 고객들에게 자동차를 안전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타는 방법을 알려주면 최소한 자동차를 타면서 사고를 겪는 등의 나쁜 경험을 줄여줄 수 있고 더 나아가 자동차에 호감을 느끼는 감성적 고객 연대의 단계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드라이빙 아카데미는 몇 번 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가진 평생 교육의 상설 학교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노령화를 걱정만 하지 말고 노인 운전자 특화 교육을 제공하는 것, 기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일부 운전자 특화 교육 등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자동차 설계와 디자인에도 UX, 즉 사용자 경험이 가장 중요한 시대입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경험하지 않은 것은 좀처럼 믿거나 동의하지 않는 시니컬한 시대이기도 한 것입니다. 따라서 고객들이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동차를 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진짜 고객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것이지요. 즉, 고객 체험 행사는 두 번째 목표를 위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자동차 회사는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정례적으로 진행하려면 다른 외부적 요인으로부터 안전하게 격리된 공간이 필요합니다. 자동차를 도로에서와 다르게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공간이 바로 자동차 경기장입니다. 경기장은 빠른 속도의 레이스에 맞춰 안전 설비가 갖춰지므로 가장 안전한 곳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뉴스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현대차가 전용 서킷을 건립하는 대신 인제 스피디움을 임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아쉽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국내 자동차 저변 확대에 오히려 역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소식에 따르면 현대차가 인제 스피디움과 계약한 사용 일수는 연간 100일 정도라고 합니다. 인제 스피디음은 동절기를 제외하면 최대 250일 정도가 사용 가능한 기간이 됩니다. 이 가운데에서 상설 프로그램은 주로 주중에 개최될 것이기 때문에 주말을 제외하면 평일 일수는 약 180일이 됩니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평일의 절반 정도를 사용하고 주말에 특별 프로그램을 위해 5주 정도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즉, 주말은 이미 거의 포화상태인 인제 스피디움에서 현대차를 제외한 브랜드들이나 일반 트랙 데이에 할애할 수 있는 날짜가 한 해에 90일 전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국제 규모의 서킷이 두 개 밖에 없는 우리나라를 감안할 때 다른 브랜드들과 일반인 자동차 애호가들은 자동차를 경험하고 즐기면서 자동차 고정 고객으로 업그레이드될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뜻이 됩니다. 즉, 앞서 제가 말한 첫째 접근법인 ‘기존 고객의 이탈 방지와 업그레이드’에 역행할 우려가 있습니다.

저는 미국이나 유럽은 일본이나 우리나라는 자동차의 출발점이 다르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자동차가 필요해서 만들어 타기 시작한 미국과 유럽은 자동차가 이미 문화의 소산입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알아서 자동차를 갖고 놀고 즐기고 사용방법을 찾아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를 만들어서 수출해서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나라들입니다. 그래서 일본차와 한국차는 상품성이나 품질은 아주 좋은 반면 자신만의 개성이 부족한 겁니다.



개성, 즉 브랜드 이미지와 캐릭터가 중요한 부가가치의 원천이라는 것을 깨달은 일본은 자동차 문화를 자동차 제작사들이 심으려고 투자를 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 회사가 국제적인 서킷을 보유하는 것입니다. 토요타는 후지 스피드웨이를 소유하고 있으며 모터 레이싱에 더욱 뿌리를 강하게 둔 혼다는 일본을 대표하는 스즈카 서킷과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오벌 코스를 가진 트윈 링 모테기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즉, 자생력이 없으면 양식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차는 기존 고객의 유지, 가망 고객의 실질 고객화, 무관심층의 잠재 고객화라는 3단계의 시장 개척을 위하여 자동차 경기장 하나 정도를 가져야 할 시점이 이미 지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두 번째는 자동차 서킷은 아주 중요한 연구 개발 센터라는 것입니다. 물론 과거에도 자동차의 극한 성능을 경험하는 자동차 경주는 자동차 실험의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독일이 무수한 자동차 서킷과 아우토반에서 단련된 우수한 자동차들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하지만 또한 자동차를 잘 다루고 이해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수록 자동차의 핵심 품질이 좋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가성비가 가장 중요한 상품성의 잣대인 이유는 바로 고객들을 교육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근 특이한 경향이 보입니다. 독일의 유명한 인증 기관인 디크라(Dekra)가 투어링카 레이스 등으로 유명했던 유로스피드웨이 라우짓즈링(Lausitzring)을 매입하여 사유화 하였습니다. 앞으로 자동차 레이스 등 공개 행사를 개최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외부로부터 격리된 자동차 서킷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를 테스트하기 가장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현대차도 자신이 소유한 서킷을 갖게 되면 일반적인 프루빙 그라운드와는 다른 조건을 구현하여 자율주행차나 전기차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내구성 시험 등에 사용함으로써 발전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자동차 서킷은 자동차 회사에게 돈 쓰는 짐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는 자동차 서킷을 가져야 할 이유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임대에 의존하는 기간을 최소화하고 자가 소유의 서킷을 갖는 현대차가 속히 오기를 기대합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나윤석 칼럼니스트 :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트레이닝, 사업 기획 등 분야에 종사했으며 슈퍼카 브랜드 총괄 임원을 맡기도 했다. 소비자에게는 차를 보는 안목을, 자동차 업계에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일깨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