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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쇼크’ 현대차, 혼자 싸워선 그들을 감당할 수 없다
기사입력 :[ 2018-11-04 09:05 ]


현대차, ‘어닝쇼크’ 털어내고 더 큰 그림 봐야 산다

[김형준의 숫자 깨먹기] 1.2%. 지난주, 현대자동차가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을 공개했다. 차 판매량(112만1228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했다(-0.5%). 매출액(24조4337억원)은 1% 늘었다. 장사는 그럭저럭 괜찮게 한 셈이다. 문제는 영업이익이었다. 2889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1조2040억원) 대비 76% 빠진 숫자였다. 자연스레 영업이익률도 1.2% 수준까지 떨어졌다. 물건을 팔아 100만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재료 사고 직원 월급 주고 세금 내고 홍보하고 하자 있는 물건 고치는 데 돈을 쓰고 났더니 1만2000원 남더라는 얘기다.



3분기 실적이 유난히 끔찍하긴 했지만 지난 1, 2분기라고 특별히 더 나은 건 아니었다.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3.0%, 3.8%였고 3분기 실적까지 포함한 누적 영업이익률은 2.7%다. 지난해의 경우 3분기까지 5.3%였다. 2011년~12년만 해도 현대차는 매출 100만원을 올리면 10만원은 남기던 회사였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2016년 영업이익률 5.5%, 지난해 4.7%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처참한 실적이 발표되기 며칠 전, 미국에선 테슬라의 3분기 경영실적이 공개됐다. 이 또한 결과는 놀라웠다(현대차와 달리 긍정적인 의미로). 매출액 68억 달러, 약 7조6744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4억1000만 달러, 약 4628억 원이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6% 수준으로 아주 높지 않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6억2000만 달러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 2분기에도 7억9900만 달러 적자를 보였음을 생각하면 테슬라의 3분기 실적은 놀라운 반전에 가깝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지난 3분기 테슬라(약 8만3500대 판매)는 현대차(112만1228대 판매)보다 약 1.6배 많은 영업이익을 남겼다.



테슬라의 3분기 경영실적이 공개되기 며칠 전, 나는 이 칼럼에서 테슬라의 미래를 걱정했다.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의 태세가 워낙 견고해 보여서였다. 그런데 테슬라는 보란 듯이 3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테슬라와 관련한 소식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10월 29일, <로이터> 등 외신은 일제히 “다임러 그룹이 테슬라와 협력하는 걸 배제하진 않는다”는 뉴스를 전했다.



다임러 그룹 회장 디터 제체가 폴란드 일간지 <제츠포스폴리타(Rzeczpospolita)>와 인터뷰에서 “(지난 2014년) 테슬라 주식을 매각한 건 후회하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에 협력할 가능성까지 배제하는 건 아니다”고 밝힌 내용을 발췌한 것이었다. 물론 그 발언을 “(다임러 그룹이) 미래에 테슬라와 손잡을 것”이라고 해석하면 곤란하다. 다임러 회장직에서 내려올 것임을 알린 지난 5월, 제체 회장은 ‘테슬라 주식을 다시 매입할 어떤 계획도 없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츠포스폴리타>에 건네 그의 말처럼 어떤 가능성도 섣불리 ‘배제’할 수는 없다.



최근 자동차 시장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산업 환경의 변화는 그보다 더 빠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 경쟁하던 이들이 내일은 손을 맞잡은 동료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연간 판매 1000만대를 넘보던 GM이 유럽 시장을 버리고, 숙명의 라이벌인 다임러 그룹과 BMW 그룹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구축에 협력하는 등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선택도 잇따르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만큼 혼탁하고 불안정함을, 나아가 가진 역량은 모조리 끌어내고 부족한 역량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채워야 함을 제조사들 스스로 직감하고 있다는 방증일 터다.



그에 비하면 한국 자동차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움직임은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조용하다. 올해 들어 자율주행, 공유경제와 관련한 업체 다수에 투자하고 협력을 약속했지만 그 모든 투자와 협력의 중심축은 여전히 현대자동차로 향하고 있다. 철강부터 부품, 물류 등 자동차산업의 제반사업체를 일렬로 세워 끌고 가는 지금의 수직계열화 구조처럼 말이다. 말하고자 하는 건 ‘그러니까 수직계열화는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결과론적 비판이 아니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건 시대의 큰 물줄기에 뛰어드는 과감한 판단이다.



그건 우버와 그랩과 디디추싱과 올라 등에 투자하며 전 세계를 아우르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한 소프트뱅크와 같은 ICT 진영에의 적극적인 구애일 수도 있고, 삼성과 LG(배터리, 컴퓨팅, 디스플레이 등)와 네이버와 카카오(사용자정보,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와 SK텔레콤과 KT(5G 네트워크) 등 한국 각 부문 대기업과 함께하는 한국형 모빌리티 생태계의 구축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됐건 지금까지처럼 혼자 힘으로는 헤쳐 나가기 쉽지 않다. 주어진 시간도 얼마 없다.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자동차산업의 외딴섬은 테슬라가 아니라 현대차를 가리키는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형준

김형준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과 <톱기어> 한국판, 남성지 <지큐코리아>에서 다년간 자동차 글을 써왔다. 글로벌 자동차 잡지 <모터 트렌드> 편집장을 거쳐 현재는 한층 흥미롭고 심도 깊은 자동차 문화 탐구를 위해 자유 항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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