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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모빌리티 시대로의 이동, GM처럼 대량해고만 답일까
기사입력 :[ 2018-11-29 08:57 ]


미국 GM의 충격 구조조정, 이게 최선의 방법인가

[김형준의 숫자 깨먹기] -1만4000명 or +1200명. 터졌다. 또 미국 GM이다. GM은 11월 26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충격적인 소식을 알렸다. 2019년부터 북미 다섯 개 공장에 더 이상 생산물량을 배정하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오샤와와 미국 오하이오 워렌의 로즈타운, 디트로이트 햄트램크 등 조립공장과 미국 매릴랜드 화이트마쉬 볼트모어와 워렌에 있는 변속기 공장이 그 대상이었다. 보도자료에 구체적인 숫자까지 담진 않았지만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북미에서 근무하는 GM 직원 1만4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이는 전 세계 GM 직원(18만 명) 중 8%에 가까운 수치며,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이뤄진 구조조정 이래 최대 규모다. 가동 중단은 북미 공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GM은 2019년 말까지 북미 이외 지역의 공장 두 곳도 추가적으로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 밝히고 있다.

미국 GM은 지난 2년 동안 매해 40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단행하는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 온라인 자동차 미디어 <오토블로그>는 ‘경제활황에도 GM이 일자리를 줄이고 공장을 닫는 5가지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난 10월 미국에서 팔린 신차의 65% 가량이 트럭이나 SUV’였음을 언급했다. 그리고 이번에 가동 중단 대상에 오른 GM 공장은 캐딜락 CT6, 쉐보레 크루즈, 뷰익 라크로스 등 하나같이 승용차를 만들어온 곳들이다.



메리 배라 GM 회장 겸 CEO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가 “미래 차에 대한 유연한 투자를 가능하게 할 결정”이라고 밝혔다. 될 만한 사업과 돼야만 하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안 되는 사업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다. 짐작하겠지만 될 만한 사업은 트럭과 SUV이고 돼야만 하는 사업은 순수 전기자동차와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다. 이번 결정으로 GM은 2020년까지 60억 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MaaS(Mobility as a Service) 또는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의 급부상으로 전통적인 (소유) 자동차 경제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GM의 이번 결정은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paradigm) 또는 체계가 송두리째 뒤흔들리는 현 상황을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물론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GM과 같은 결정과 행동을 보이는 건 아니다. 독일 포르쉐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 10월 초 자사 최초의 순수 전기자동차 타이칸(Taycan) 양산 계획을 공표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함께 발표했다. ‘(e-모빌리티에) 60억 유로 투자, (타이칸 생산 관련해) 1200개 일자리 창출’. 전기자동차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부품수가 적고 조립공정도 간결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하물며 포르쉐는 타이칸을 위한 조립공장에 자율주행 로봇 기반의 생산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들은 순수 전기차 타이칸 양산을 통해 새로이 12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명확히 했다. 1200개 새로운 일자리의 세부 직무까지 밝히진 않았지만 전기차 생산 때문에 당장 기존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일은 없을 거란 점은 분명히 알 수 있다.



GM은 그릇됐고 포르쉐는 옳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연간 1000만대 가까운 차를 찍어내는 대량생산 승용차 제조사와 맞춤주문 사양이 적지 않은 고가의 럭셔리카를 연간 25만대 가량 생산하는 스포츠카 제조사는 입장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일반 승용차 중심인 GM은 서비스로서의 이동수단(MaaS)이 보편화될수록 입지가 줄어들고, 소비자에게 배타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럭셔리카 브랜드 포르쉐는 공유 자동차의 입지가 커져도 여전히 소유하는 자동차로서의 공고한 위치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



GM이 눈물을 머금고(?) 경착륙(hard-landing)을 결심했다면 포르쉐는 여유롭게 연착륙(soft-landing)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 문제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지금 자동차 산업은 현재의 생태계에서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로 빠르게 넘어가는 중이라는 사실 말이다. 이는 비단 자동차 제조업이나 제조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국내만 해도 기존 택시업계와 새로운 호출형 운송서비스의 충돌이 심각하다. 우버로 대표되는 승용차 공유 플랫폼은 아예 발 붙일 여지조차 없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출시를 밝힌 카풀 서비스도 택시업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제대로 된 운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로서의 이동성(MaaS)은 거스르기 어려운 시대조류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의 조류 또는 대세라고 해도 그것이 기존 생태계 종사자들의 뼈아픈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바람직한 건 GM처럼 1만4000명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보다 포르쉐처럼 12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며, 희생을 머금고 변혁하기보다는 더불어 웃을 수 있는 연착륙 방법을 찾는 일이다. 가까이는 기존 운송업 종사자 스스로 서비스 품질을 향상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부터, 장기적으로는 기존 택시면허를 임대한 인공지능 택시에만 운행을 허가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을 터다.



아아, 그런데 당장 한국지엠이 또다시 힘든 환경에 내몰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이번 GM의 발표 이후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미국 내 어떤 공장의 폐쇄나 일자리 감축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차하면 최근 멕시코 공장에서 만들기로 결정한 쉐보레 블레이저 생산물량을 가동중단 예정인 미국 내 공장으로 돌릴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해외에서 생산해 미국에서 파는 GM 차량은 블레이저만 있는 게 아니다. 뷰익의 중형 SUV 인비전(Envision)은 중국에서 생산한다. 한국지엠 부평공장도 쉐보레 트랙스 형제모델인 소형 SUV 뷰익 앙코르(Encore)를 연간 7만대 가량 생산 중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형준

김형준 칼럼니스트 : 자동차 전문지 <카비전>과 <톱기어> 한국판, 남성지 <지큐코리아>에서 다년간 자동차 글을 써왔다. 글로벌 자동차 잡지 <모터 트렌드> 편집장을 거쳐 현재는 한층 흥미롭고 심도 깊은 자동차 문화 탐구를 위해 자유 항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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