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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깊이 보여주는 푸조-시트로엥 제주도 박물관
기사입력 :[ 2018-12-09 13:31 ]


한불모터스의 모습이 남달라 보이는 이유

[류청희의 자동차 이슈 비평] 지난 5일, 푸조와 시트로엥 브랜드 차의 국내 공식 수입업체인 한불모터스가 만들고 운영하는 푸조 시트로엥 박물관이 제주도에 문을 열었다.

이 박물관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큰 시설이다. 우선 국내에 문을 연 것 중 브랜드가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첫 박물관이다. 국내 기반 업체도 갖고 있지 않은 자동차 박물관을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도 메이저급에 속하지 않는, 그것도 외국 브랜드의 국내 법인이 아닌 수입업체가 만든 것은 누가 봐도 이례적인 일이다.

푸조 시트로엥 차원에서도 특별하다. 프랑스 이외 지역에 해당 브랜드 박물관이 문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조 시트로엥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인디아퍼시픽 총괄 부사장을 비롯한 PSA 그룹 관계자가 대거 방문한 데에서도 박물관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개관행사에 초청받아 직접 둘러보니, 전시된 차 수는 많지 않지만 특히 푸조 브랜드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클래식카들이 눈길을 끌었고, 브랜드 역사와 발전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설명과 전시물이 인상적이었다. 국내에서 판매되어 지금도 종종 볼 수 있는 차들도 있어, 차들을 둘러보며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가 갖는 맥락도 가볍게 여기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제주도라는 위치 특성상 접근성이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연중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지역인 만큼 어차피 찾아올 사람은 어떻게든 찾아올 것이고, 박물관 관람이 주 목적이 아니더라도 관광 중 가볍게 들러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느낌이다. 아울러 중국을 중심으로 외국에서 찾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푸조 시트로엥 차원에서는 빈약한 아시아 지역 인지도와 이미지를 높이는 관문 역할도 기대하는 듯하다.

푸조나 시트로엥은 오랜 역사에 비해 국내에 소개된 지도 오래지 않고 깊이 뿌리를 내리지도 못한 브랜드다. 제품이나 서비스 등 당장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 닿는 부분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박물관처럼 브랜드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문화적 배경을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것은 취약한 경쟁력을 보완하기에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박물관은 사업 관점에서 보면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설이다. 전시된 차를 관리해 상태를 유지하고 수시로 전시물을 바꾸며 관람객의 관심이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미술관과 비슷하다. 다만 사용 중인 자동차 이상으로 차 관리에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들기 때문에 누구든 선뜻 손대기 어려운 시설이기도 하다. 수익성을 중시하는 자동차 업체는 특히 그렇다.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인제 스피디움 클래식카 박물관이나 경주 세계자동차박물관, 제주 세계자동차박물관 등은 대부분 개인 컬렉션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물론 그 시설들도 수익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 주체가 되는 시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수익성 압박에서는 자유로운 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박물관 같은 것을 짓는데 돈을 쓰느니 서비스에 더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입사의 기본 역할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딜러의 판매를 후방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수입차 업계 구조에서는 딜러가 서비스를 책임진다. 따라서 한불모터스가 푸조 시트로엥 박물관을 만든 것은 BMW코리아가 드라이빙 센터에 투자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자동차업체 또는 브랜드의 활동이라는 관점에서, 이번 박물관 개관을 놓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자동차 회사인 현대·기아차와 엮어 이야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뭘 해도 현대·기아차가 하지 않거나 소홀한 것에 관해 비판이 뒤따른다. 박물관도 마찬가지다. 규모 면에서 세계적 자동차 업체 대열에 올랐으면서도, 자동차 문화를 위한 투자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은 늘 있어왔다. 지금 서울과 고양에 문을 연 현대모터스튜디오가 준비되고 있을 때에도, 시설 성격에 박물관의 요소가 들어가기를 기대하다가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문을 연 뒤에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사람도 많았다.



물론 자동차업체나 브랜드 중에서도 폭스바겐 그룹,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쉐, 토요타, 혼다 등 전시규모와 내용 면에서 훌륭한 박물관을 갖고 있는 업체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크라이슬러처럼 있던 박물관도 없애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포드처럼 훌륭한 박물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컨셉트카와 같은 중요한 역사적 자산을 수시로 경매 등을 통해 매각하는 곳도 있다. 재규어처럼 별도 재단을 통해 다른 박물관을 후원하는 곳도 있다. 물론 GM, 닛산, 르노 등 박물관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는 않더라도 생산차종 중 의미 있는 것들을 따로 보관하고 관리하는 업체들은 상당히 많다. 현대·기아차 역시 과거 주요 모델을 여러 형태로 보관하고는 있다. 그러나 일반에 공개하거나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고 어떤 형태로 보관되어 있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다. 남들과 비교해 크게 욕먹을 일은 아니지만, 좀 더 깊이 있는 문화적 소통이 아쉽기는 하다.

기업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채널은 다양하고, 채널의 성격을 보면 그 기업의 철학이나 방향성을 짐작할 수 있다. 박물관과 같은 문화적 접근과 투자는 단기적 성과 이상으로 장기적 영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대다수 자동차업체와 다른 방식으로 좀 더 긴 안목에서 깊이 있게 소비자를 설득하고 소통하려는 한불모터스의 모습이 남달라 보이는 이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류청희 칼럼니스트 : 월간 <비테스> 편집장, 웹진 <오토뉴스코리아 닷컴> 발행인, 월간 <자동차생활>, <모터매거진> 기자를 거쳐 현재 자동차 평론가 및 자동차 전문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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