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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 찬사 무색하게 만든 혼다 어코드의 흥행참패 [올해의 자동차]
기사입력 :[ 2018-12-12 12:31 ]


<올해의 반전의 차> : 혼다 어코드
프리미엄 스포츠세단 못지 않았음에도 흥행참패

◆ 다음 자동차 칼럼니스트들이 독단과 편견으로 뽑은 2018년 올해의 자동차
(3) 올해의 반전의 자동차 - 혼다 어코드 10세대

[올해의 자동차] 중형세단에서 특별함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불특정 다수, 남녀노소를 두루 만족시켜야 하는 패밀리세단의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대가 올라가 소위 프리미엄 제품 부류에 포함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내 소재, 안전과 편의장비부터 엔터테인먼트 기능, 그리고 파워트레인과 섀시 등 주행과 관련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무언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보편적인 중형세단은, 앞서 언급한 대로다. 이치에 크게 어긋나는 일은 없지만 특별한 재미도 거의 없다.

혼다 어코드 10세대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생김새는 개인적 취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인 만큼 논외로 치자. 혼다는 2012년 이래 5년 만에 풀모델체인지를 거친 신형 사이즈가 비약적으로 커졌음을 강조하지만 경쟁모델을 압도할 만큼의 크기 또한 아니다. 2천830mm 휠베이스는 2014년 선보인 LF 쏘나타(2천805mm)보다 25mm 크고, 한 발 앞서 풀모델체인지 된 8세대 캠리(2천825mm)에 불과 5mm 더 큰 정도. 준대형으로 분류되는 그랜저 IG(2천845mm)와 차이가 15mm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소소한 자랑거리일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차의 실제 쓸모가 제원표에 적힌 숫자와 꼭 일치하는 건 아님을. 10세대 어코드의 뒷자리가 대표사례다. 앞자리 의자와 거리가 넉넉하지는 않지만 뒷자리 승객의 다리가 구속받는 느낌은 거의 없다. 앞 시트 등받이의 바닥쪽 모퉁이를 비스듬히 깎은 덕분에 정강이가 편하고 농구선수 못지않게 큰 내 발도 여유롭게 둘 수 있다. 뒷자리 헤드룸도 비슷하다. 쿠페 모양으로 한껏 멋을 낸 지붕 때문에 정수리가 갑갑할 것 같지만 적절한 헤드라이닝 굴곡으로 낙낙한 공간을 챙겼다.



설계의 기본을 제대로 챙겼다는 느낌은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평으로 뻗은 선이 중심인 대시보드가 대단히 아름다운 건 아니지만 단정하고 안정감이 있으며, 무엇보다 익숙하다. 주요 실내 장비들의 배치도 마찬가지. 디스플레이나 공조장치, 하물며 송풍구까지도 으레 있음직한 이상적인 위치다. 특별해 보이고 싶은 이유로 별난 스타일을 추구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조작편의까지 놓친 자동차가 태반인 현실을 감안하면 혼다 디자인팀의 ‘평범한’ 감각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까지 들게 한다. 8세대 캠리와 비교해보면 기본기 충실한 어코드의 장점은 확연히 드러난다.

매일 입는 청바지처럼 익숙하고 평범한 건 여기까지. 10세대 어코드의 진짜 매력은 ‘달리기’다. 국내 출시한 세 종류의 모델(터보, 터보 스포츠, 하이브리드) 중 2.0리터 4기통 터보엔진의 달리기 솜씨가 단연 돋보인다. 중심은 견고한 섀시다. 네 바퀴는 도로를 꾹꾹 눌러가며 탄탄한 그립을 만든다. 무게가 실리면 그립도 그만큼 확고해진다. 굽이에서 노면을 어찌나 단단하게 움켜잡는지 좀처럼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다. 심지어 코너를 돌아나가는 와중에 움직임을 수정해도 빈틈없이 따라온다. 군더더기 없이 정교한 몸놀림은 운전자에게 확신과 함께 달리는 쾌감을 안긴다.

256마력, 37.7kg·m의 힘을 지닌 10단 자동기어 조합의 파워트레인도 자신감이 넘친다. 힘이 화수분처럼 솟아나오고 신속한 반응으로 추월, 탈출, 무엇이든 가능하게 한다. 덕분에 어코드 터보 스포츠(2.0T)는 달릴수록 재미가 샘솟는다. 주행성만 보면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컴팩트 스포츠세단에 뒤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핸들을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코드 터보 스포츠는 평론가의 찬사가 무색하게 흥행에 참패한 예술영화처럼 한국시장에서 참담한 실패를 겪었다. 지난 10월까지 누적판매량은 410대. 월평균 68대 수준의 판매실적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파사트 GT가 지난 3~10월 2천275대, 월평균 약 284대씩 팔린 것에 대비된다. 부진은 어코드 라인업 전반에 걸친 문제다. 터보(1.5T)가 6개월 동안 1천287대(월평균 214대)로 맥을 못추고 있고,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인 하이브리드도 1천269대(317대)로 캠리 하이브리드(4천427대, 월평균 442대)를 힘겹게 쫓고 있다.

운전경험의 즐거움이라면, 프리미엄 스포츠세단 못지않은 어코드의 흥행참패는 당혹스러우면서도 한편 자연스럽다. 운전의 기쁨 외에는 특별한 구석을 찾아보기 힘든 까닭이다. 내장재가 조악하고 유저 인터페이스는 어수선하며 USB 연결포트도 딸랑 두 개뿐인 인테리어로 니어 럭셔리에 대적할 수는 없는 노릇. 1.5T 모델은 요즘 흔하게 쓰이는 ADAS(혼다 센싱) 기능조차 갖추지 못했고 1.5리터 터보엔진의 오일이 증가한다는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체면을 구겼다.

그럼에도 이 차는 다음자동차 선정 ‘올해의 차’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이유? 운전자의 심장을 뛰게 하는 차가 항상 정상에 오르는 것은 아님을 온몸으로 증명하지 않았나? 굳이 타이틀을 달자면 ‘올해의 반전상’ 혹은 ‘올해의 교훈상’ 정도 되겠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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