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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상전벽해 수준 평가 받은 제네시스 G70의 역설
기사입력 :[ 2018-12-16 09:40 ]


제네시스, 다음 계단은 어떻게 오를 것인가

[류청희의 자동차 이슈 비평] 현대자동차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네시스 G70이 미국 자동차 월간지 ‘모터 트렌드(Motor Trend)’가 뽑은 ‘2019 올해의 차’에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세계 각지에서 셀 수 없이 많이 발표되는 ‘올해의 차’ 가운데에서도, 단일 매체가 선정하는 상을 받은 것을 자동차 업체가 보도자료로 만들어 알리는 일은 흔치 않다. 매체의 인지도, 공정성이나 신뢰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상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홍보를 위해 ‘돈 주고 상을 산’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관련 기사에 그런 의심을 나타내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눈에 뜨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모터 트렌드가 선정하는 올해의 차는 여느 단일 매체의 비슷한 행사와는 격이 다르다. 1949년 창간한 모터 트렌드는 미국의 대표적 자동차 월간지 중 하나로 꼽힌다. 초기에는 단일 차종에 시상한 것은 아니었지만, 창간 첫 해부터 선정하기 시작한 ‘올해의 차’는 이후에 나온 비슷한 행사의 뿌리로 여겨진다. 이후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평가방식이 발전했고, 유럽이나 북미 등 지역별 올해의 차 선정방식에도 영향을 주었을 정도다.

모터 트렌드 ‘올해의 차’는 미국 시장과 소비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한계는 있다. 또한, 자동차 애호가의 취향이 반영된 만큼 ‘잘 팔리는 차’보다는 ‘좋은 차’를 가린다는 성격이 크다. 전에 쓴 칼럼에서도 적었듯, 자동차 전문 매체의 저널리스트들은 좋은 차를 논하는 사람들이다. 즉, 모터 트렌드 ‘올해의 차’ 시상식은 적어도 미국 시장 기준으로 공정하게 좋은 차를 가리는 대표적 행사다.



그런 점에 있어 제네시스 G70의 이번 수상은 상징성이 크다. 비록 미국 기준이기는 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공정성과 신뢰성 있는 평가를 하는 매체로부터 올해 나온 차들 가운데 종합적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브랜드 차가 모터 트렌드 올해의 차가 된 것은 모터 트렌드 창간 이후 70년, 현대가 미국에 차를 팔기 시작한지 33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수상과 비슷한 파격은 과거에도 있었다. 2004년에 미국 J.D. 파워 앤 어소시에이츠의 소비자 대상 초기품질조사(IQS)에서 현대가 처음으로 토요타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을 때였다. 당시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인 오토모티브 뉴스는 조사결과를 두고 ‘사람이 개를 물었다(Man bites dog). 지구는 평평하다(Earth is flat)’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만큼 상식에서 벗어난 결과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모터 트렌드의 선정 관련 기사에서도 1986년 별 볼일 없던 엑셀을 만들어 팔던 회사가 내놓은 결과물로서는 상전벽해에 가까운 놀라운 발전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긴 기사에는 여러 장점과 더불어 단점도 언급했지만, 평가항목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 선정의 이유였으며 끝에는 BMW가 이 차를 주목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하고 있다. 아무리 현대가 고급 브랜드로 따로 만든 제네시스라고 해도 BMW와 맞비교한다는 것은 보편적인 우리나라 소비자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 미국 소비자들도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G70의 수상은 역설적으로 제네시스 브랜드 차들의 발전 방향에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든 미국이든 아직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시장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신생 브랜드이고, 아직 판매 중인 모델이 세단 세 종류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대형 세단 두 모델은 브랜드 출범 전부터 이어져온 모델이다. 개발 초기부터 제네시스 브랜드를 염두에 두고 기획한 것은 아니어도, 브랜드 출범 이후 제대로 나온 새 모델은 G70이 처음인 만큼 아직 갈 길이 멀다. 상대적으로, 최근 국내에 출시된 제네시스 G90은 여러 면에서 발전과 변화를 보여주었지만 부족하고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편의성과 고급스러움이 발전한 것은 인정하더라도,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라는 점과 뒷좌석 중심의 차라는 특성이 갖는 한계 안에서도 주행특성과 승차감이 크게 달라진 것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앞으로 나올 G80 그리고 브랜드 첫 SUV인 GV80에서는 G70에서 좋게 평가받은 특성들이 제대로 구현되어야 하고, 두드러진 강점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회사의 경영, 품질과 서비스, 브랜드 이미지처럼 차의 배경이 되는 요소들도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접점인 제품 즉 차 그 자체다.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와 같은 역사와 기술적 배경이 부족하다는 것은 제네시스가 극복할 수 없는 한계다. 1989년 렉서스가 신생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들여놓았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렉서스가 소비자에게 깊은 인상을 심을 수 있었던 것은 LS 400이라는 좋은 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즉 제네시스가 올라야할 다음 계단은 브랜드가 거느린 라인업 전체를 좋은 차로 채우는 것이다. 모터 트렌드 올해의 차의 평가 항목은 크게 디자인의 발전, 기술적 탁월함, 효율, 안전, 가치, 목표로 삼은 기술의 성능의 여섯 가지다. 이와 같은 항목은 단지 모터 트렌드 뿐 아니라 많은 자동차 매체가 평가할 때에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다. 굳이 다른 브랜드와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모든 항목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얻어야 정말 좋은 차라고 할 수 있다. 비단 미국 시장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미 확고한 소비자층을 거느린 독일 등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시장을 뺏기 어렵더라도, 제대로 만든 좋은 차들을 잘 갖춘다면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로 나름의 자리를 확고히 차지할 수 있는 든든한 바탕이 될 것이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류청희 칼럼니스트 : 월간 <비테스> 편집장, 웹진 <오토뉴스코리아 닷컴> 발행인, 월간 <자동차생활>, <모터매거진> 기자를 거쳐 현재 자동차 평론가 및 자동차 전문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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