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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한국 신차안전도평가, 보완과 개선이 절실하다
기사입력 :[ 2018-12-25 12:56 ]


KNCAP, 소비자에게 더 도움 되는 정보 제공하려면

[류청희의 자동차 이슈 비평] 최근 미국 고속도로 안전 보험 연구소(IIHS)는 올해 치른 미국내 판매 차 안전도 시험결과를 종합해 발표했다. 해당 연구소는 시판되는 차를 구매해, 자체 기준에 따라 항목별로 안전도를 시험하고 평가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평가 대상이 된 차들 중 주요 충돌시험 안전도(운전석 부분 정면, 측면)와 지붕 강도 및 좌석 헤드레스트 안전도 항목은 물론 동반석 외측 부분 정면충돌(스몰 오버랩)과 헤드램프 기능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 전방 충돌 예방 기능 평가에서 상위 등급에 오른 차들을 ‘안전도 최우수 차(Top Safety Pick+)’로 발표한다.

IIHS가 안전도 최우수 차를 발표한 것은 2013년부터다. 2012년까지는 주요 충돌시험 항목을 중심으로 최우수 평가를 받은 차들을 ‘안전도 최상위 차(Top Safety Pick)’로 뽑았다. 그러나 평가항목과 기준에 맞춰 개발된 차들이 늘어나면서 변별력이 떨어지자, 2013년부터 새로운 평가항목을 추가하면서 안전도 최상위 차보다 더 안전도 평가가 더 높은 차들을 안전도 최우수 차로 분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새 기준에 따른 평가에서도 점차 안전도 최우수 차로 분류되는 차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IIHS의 시험에서 안전도 최우수 차로 분류된 모델은 30개, 안전도 최상위 차로 분류된 모델은 27개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중 상당수가 일본과 우리나라 브랜드 차라는 점이다. 30개 안전도 최우수 차 중 일본 브랜드는 13개, 우리나라 브랜드는 12개였고 독일 브랜드 5개가 포함되었다.



물론 이처럼 일본과 우리나라 브랜드 차에 집중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올해 새로 나온 미국 브랜드 차가 많지 않았고, 동반석 스몰 오버랩 시험이 올해부터 평가항목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이미 시판 중인 차들 중에는 해당 시험에 따른 평가를 받지 않은 것이 많다. 그러나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들은 국내 기준으로 중소형(준중형)에 해당하는 차들부터 초대형 세단과 SU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내 브랜드 차들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고무적이다.

그런데 해외 자동차 안전도 평가와 관련한 기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수출차와 내수차의 안전도 차이에 관한 인식이 깊게 박혀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인식의 장벽은 어느 정도는 사실인 측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측면도 있다. 자동차 업체가 주장하는 나라별 법규에 따른 대응 차이는 국내 법규의 보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고 해도 소비자 관점에서는 국내에서 팔리는 차를 기준으로 한 자동차 안전도 평가가 중요하고 절실한 판단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국내 유일이나 다름없는 신차 안전도 평가 프로그램(KNCAP)이 중요한 이유다.

그러나 KNCAP은 1999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도 소비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새로 출시되는 차가 국내와 해외 브랜드를 포함해 70종이 넘는데, 그 가운데 KNCAP에서 시험을 통해 종합 평가를 받는 차는 10여 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KNCAP을 주관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은 지난 4월에 올해 안전도 평가 대상차종을 발표했다. 대상 차종은 국산 7차종, 수입 4차종으로 모두 11개에 불과하다. 발표 당시에는 6월, 8월, 10월에 평가완료된 차의 결과를 수시 공개한다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7월, 9월 11월에 각 두 차종씩 모두 여섯 차종의 결과만 발표되었다. 아울러 12월 20일에 전체 11차종의 평가 결과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다고 예고했는데, 예고된 날짜에 결과 발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결과가 발표된 여섯 차종 모두 안전도 종합등급 1등급으로 평가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발표된 결과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종합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92.9점을 받은 제네시스 G70이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제네시스 G70은 두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기아 K9(92.0점)보다 충돌안전성과 사고예방안전성 면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세부 항목 평가와 종합평가에서 엇갈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은 항목별 가중치 때문이다. 종합평가에서 세부 항목에 따라 가중치가 다른데, 충돌안전성이 60퍼센트, 보행자 안전성이 25퍼센트, 사고예방 안전성이 15퍼센트를 차지한다. 즉 보행자 안전성이나 사고예방 안전성이 높아도 충돌안전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면 종합평가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쉽다. 이와 같은 종합등급 평가 방식은 과거 충돌안전성만 평가대상으로 삼을 때보다는 차의 종합적 안전성을 판단하기에 좋지만, 차급이나 가격, 등급에 따른 차이를 포괄적으로 반영하기에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



이와 같은 몇 가지 사실을 보더라도 KNCAP은 보완이 필요하다. 더 많은 차종에 대한 다양한 시험이 이루어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예산부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연간 약 150만 대의 자동차가 소비되는 만큼, 소비자에게 안전한 차를 고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출시되는 모든 차를 시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관련 예산을 합리적 수준으로 키우고 시험차종을 늘리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다.

그리고 국내의 KNCAP은 미국 교통부 산하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진행하는 안전도 평가와 비슷하다. 그러나 외국 사례를 보면 모든 자동차 안전도 평가를 국가가 주관하지는 않는다.

앞서 언급한 미국 IIHS는 미국 내 보험협회가 출자해 만든 사설 독립기관이고, 유럽과 호주 등의 NCAP은 정부와 함께 여러 자동차 협회와 관련 기관, 독립 시험업체가 공동으로 치른다. 국가 예산만으로 부족하다면, 자동차 안전과 관련한 외부 단체와 협력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안전도 평가의 주체보다는 평가 결과와 결과의 신뢰성이다. KNCAP이 좀 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와 운영방식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변화가 절실하다.

자동차 칼럼니스트 류청희

류청희 칼럼니스트 : 월간 <비테스> 편집장, 웹진 <오토뉴스코리아 닷컴> 발행인, 월간 <자동차생활>, <모터매거진> 기자를 거쳐 현재 자동차 평론가 및 자동차 전문 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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